동궁마마~♡ [991] · MS 2002 · 쪽지

2004-03-14 11:46:18
조회수 17,211

돌아서 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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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오래 살지도 않았지만 나의 인생 역시 새로운 길의 연속이었다.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그리고 내일도 갈.
내가 윤동주님의 \'새로운 길\' 을 좋아하는 이유를 굳이 찾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작은 실망들이 모여 커다란 좌절을 만들어 냈던 시간보다
작은 기쁨들이 모여 이루어낸 행복의 기간이 더 길었던 것이겠지.

또 다른 행복을 찾기 위해, 나는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지난 1년 동안 걸어온 길은 이제까지의 어느 길보다도 험했었다.

재수 -

그러나 앞으로 그보다 더한 길도 걷게 되겠지.
어찌되었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걷는 그 길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 걸어온 길도 앞으로 걸어야 할 길도 지금의 그것은 아니니까.

지금 나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걷는 길은 언제나 행복할 것이다.
수많은 눈물을 담아내었던 눈을 들어 거울에 맺힌 내 모습을 본다.
그 어느 때 보다도 행복하게 웃고 있지 않은가!

언제나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미래에 내가 걸어갈 길을 위한 준비라고 해도 말이다.

이제 며칠만 지나가면 기다리던 날이 온다.
어젯밤 달력을 들추다가 멈칫한 기억이 난다.
11월 5일이 보고 싶지 않아 그랬던 것이겠지.

그러나 지금, 행복하기 때문에 나는.
그 날, 11월 5일, 바로 그 때에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험을, 미래를 위함이라는 생각은 버리자.
그간 내가 힘들었다는 생각마저도 버려야 한다.
다만, 그 순간을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내게는 언제나 깨어있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어떤 종교인도 아니지만 작은 기도를 올리고 싶다.

+++

은인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당신의 이름을 빌어 빛을 얻은 저의 생은 이제서야 스무 해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리고 많이 모자란 저를 위해 애쓰는 이가 많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 언젠가 제가 진정한 어른이 되었을 때,
제가 이들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미처 알지 못한 은혜들을 깨닫게 하소서.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
항상 겸손하게 하소서.
제가 많은 이의 기쁨이 되고 자랑이 되게 하소서.
그들 모두에게 축복을 내려 주소서.

이 모든 기도가 헛된 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소서.




- \'2004수능-나의다짐\'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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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영남, 민중약학.

대학에 입학을 하고 벌써 열흘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개인적으론 끝도 없이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지요.
오늘 문득 올비에 들어 왔다가 [2004수능-나의다짐] 게시판이 되돌아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제 글을 찾아서 읽어 보았어요. 그때 어떤 생각으로 적었던 것일까.. 가만히 시간을 되돌려 봅니다.

그때 저의 목표는 곧 죽어도 in 서울 의대였던 것 같아요.
이유? 없었어요. 그저 재수를 했다는 것 때문에, 그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뿐이었어요.
의대에 가면 사람들의 칭찬이 보상이 될 것 같았고, 이왕 갈 거라면 서울에 가고 싶었지요.
그래요. 단지 그것뿐. 아무런 꿈도 이상도 없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제가 가지고 있던 꿈들은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다양했지만 대게가 연구를 하는 일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돈을 벌고 못 벌고를 떠나, 그저 연구를 하고 무엇인가를 창조해 낸다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어요.

의사? 물론 맞아요. 연구를 하는 일이예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과는 참 많이 달라요.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수술을 집도하거나 청진기를 이용한다거나 하는 그런 의사는 아니었어요. 그리고 의사들이 연구하는 내용, 주로 인체. 사실 저는 이곳에 관심이 없거든요.

그렇다면 저는 왜 의대를 향해 달려야 했을까요?
그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전문직 선호.. 그 때문이 아니었어요. 그것은 다만 저 자신의 문제였습니다. 사회의 경향은 단지 핑계일 뿐이었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생활력이 강하지 않다.
무엇이든 웃어넘긴다.

공대로, 혹은 자대에 가겠다고 할 때마다 이런 점을 근거로 한 반대를 들어왔습니다.
전문직에 있으면 저런 저의 성격이라도 일정수준의 생활은 유지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원래 다른 사람들이 반대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마음이랄까...

카이스트에 가려고 고등학교 때 화학 과외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땐 제가 공부에 대한 관심을 가장 심하게 잃고 있던 때였어요.
예습은 물론, 복습도 하지 않았고 과외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바보 같지만 제가 카이스트로의 진학을 포기한 것(=공대나 자대로의 진학을 포기한 것=연구원으로서의 인생을 포기한 것=제 삶에서 이상을 지운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이걸 왜 하나.. 그냥 카이스트 따위 관두고 의사가 되거나 한의사가 되면, 그래서 종합병원에 가만히 들러붙어 있으면 생활에 어려움 없이 나름대로 기분 좋은 일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혹 무슨일이 있어도 공대나 자대에 가겠다는 이 마음이 사람들의 반대때문에 생겨버린 오기이면 어떻게 하나..

카이스트 조기진학을 포기하고 과외를 끊고 나서 저는 고3이 되었고, 공부도 별로 하지 않았고 별다른 의욕 없이 살아가며 그저 시집이나 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그 결과 수능은 처참해졌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재수를 시작했지요.

재수를 하면서는 그냥 공부를 했어요. 무엇이 되고 싶다 어떻게 살고 싶다. 이런 것들이 제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니 정말 끔찍한 일인걸요. 재수를 하며 저는 우울증이 심해져 통원 치료를 받았어요.
그 시기부터 공부에 집중 할 수가 없었고, 치료의 효과도 딱히 나타나는 것 같지 않았아요.

11월 5일 오후 8시경.
채점을 완료하고 학원 계단에 주저앉아 울었던 것 같아요.
엄마와 전화를 했던 것 같네요.
올해도 망해버려서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그리고 며칠간 방에서 잠만 자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배치표를 보았아요. in서울 의대? 말도 안 되는, 꿈도 못 꿀 점수더군요.
지방의대도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있는 곳들.. 가고 싶지 않았어요.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약대라는 곳.
무슨 생각으로 적었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여기저기의(그래봐야 세 군데지만;) 약대에 원서를 넣었어요.

재수 동안 사용했던 책을 정리하며 삼수를 위해 여러 권을 남겨두었고 쭉 폐인생활을 하다가 삼수 공부를 시작했어요.

라군 강남대성.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학원은 일단 흡족했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곳엔 있어 본적이 없어 좀 난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었어요. 학사라는 곳도 그런대로 있을 만 하더군요. 항상 5시 50분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12시 30분쯤 잠드는 생활도 그런대로 견딜 만 했어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살만했어요.

그러다가 연락이 왔어요. 추가가 되었으니 등록 여부를 말하래요...우선은 등록을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등록필 삼수냐 그냥 진학이냐.. 고민 했었어요. 공부는 거짓말 안하고 정말 하나도 안 되더군요. 진학을 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 글쎄요...

그 주 토요일인가.. 밤중에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머릿속이야 고민 때문에 복잡했지만 신분상의 이유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주르륵.. 코피가 났어요. 공부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터진 코피는 멎질 않았어요. 한참 만에 코피가 겨우 멎고 씻고 들어와서 세상이 핑 돌아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참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서?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결론이요? 우습게도 “없다”. 이유도 명분도 목표도 없이 그저, 재수 때와 마찬가지로 그저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의사가 되면? 그 다음엔? 그 다음엔 또 무엇을 하지..?

저는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어차피 이도 저도 아니라면 1년간 더 공부를 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고 입학을 하게 되었어요.

현역 때 단순히 약사 안 해 약대 싫어. 하며 거부했었는데 차라리 그 때 진학을 해버렸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약대를 졸업하면 그 앞으로 펼쳐진 길은 정말로 많거든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약사가 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없을 거예요.

고3때나 재수 때나 혹 1주일간의 삼수 때와 지금이 현저하게 다른 것은
꿈이 있고 목표가 있고 이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졸업을 하면 어떻게 해서든 유학을 갈 거예요.  그 후의 인생은 비밀입니다.
그런데 말이예요, 만일 화학 과외를 받던 그때 고등학생이던 때,
제가 진학을 포기 하지 않았다면 말이예요..
제가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고 제 판단을 믿었다면 말이예요..

저는 지금 어디쯤에 가 있을까요?

빙글 빙글 빙글 몇 바퀴고 빙글 빙글 돌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처음부터 올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저의 용기가 부족해 몇 바퀴를 돌고 겨우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의 결정을 믿어요. 앞으로는 웃을 일만 남을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저처럼 빙글빙글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을 믿고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 빙글 빙글 돌아 겨우 도착한 자리에서 수기 아닌 수기를 뒤늦게 마칩니다.

p.s. 공부 이외의 생활상담 환영. 쪽지, 방문 모두 환영-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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