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냐 70% 연계정책에 대한 헌재의 결정 소개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16364582
별로 어려운 내용도 없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덕분에 헌법소송 기초용어정도는 대부분 아시기때문에 헌재 홈피에 올라온 요지를 바로 소개하려합니다.
□ 사건개요
○ 청구인 권○○, 허△△은 각각 2014년과 2017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였고 201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다음부터 ‘수능시험’이라 한다)에 응시한 뒤 대학에 입학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청구인 최□□, 윤▽▽는 고등학교 교사이고, 청구인 이◇◇은 청구인 허△△의 어머니다.
* 청구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봐놓으세요.
○ 교육부장관으로부터 수능시험 출제 등 사무를 위탁받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7. 3. 28.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다음부터 ‘이 사건 계획’이라 한다)을 공표하였는데, 이 사건 계획에는 2018학년도 수능시험의 문항 수 기준 70%를 한국교육방송공사(다음부터 ‘EBS’라고 한다) 수능교재 및 강의(다음부터 ‘EBS 교재’라 한다)와 연계하여 출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 계획에서 수능시험을 EBS 교재와 연계하여 출제하기로 한 것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17. 6. 2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 'EBS 연계'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한겁니다!
□ 심판대상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017. 3. 28. 공표한 이 사건 계획 Ⅱ. 1. 가. 출제 원칙 (1) 중 수능시험의 문항 수 기준 70%를 EBS 교재와 연계하여 출제한다는 부분(다음부터 ‘심판대상계획’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계획]
◇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기본계획
Ⅱ. 출제
1. 출제 기본 방향
가. 출제 원칙
(1)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한다.
○ EBS 수능교재 및 강의와 연계하여 출제하되, 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개념과 원리 중심의 연계 출제를 강화함.
- 연계 비율: 문항 수 기준으로 70% 수준
- 연계 대상: 당해 연도 수험생을 위한 교재 중 평가원이 감수한 교재 및 강의
- 연계 유형: 영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중요 개념이나 원리의 활용, 지문이나 그림ㆍ도표 등의 자료 활용, 핵심 제재나 논지의 활용, 문항의 변형 또는 재구성 등
□ 결정주문
○ 청구인 권○○, 허△△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 청구인 최□□, 윤▽▽, 이◇◇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 이 말은 권모씨와 허모씨의 청구만 본안판단으로 넘어갔다는 뜻인데요, 나머지 세분은 왜 각하당했을까요? 위에 청구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생각해보면 뭔가 떠오르는게 있으실 것 같네요.
□ 이유의 요지
[청구인 최□□, 윤▽▽]
○ 고등학교 교사인 청구인 최□□, 윤▽▽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면 되는 것이고, 심판대상계획에 따라 그 이상의 교육 또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는 다른 내용의 교육을 실시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청구인들이 심판대상계획에 따라 EBS 교재를 참고하여야 하는 부담을 질 수는 있지만, 이는 사실상의 부담에 불과할 뿐 EBS 교재를 참고하여야 하는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청구인 이◇◇]
○ 청구인 이◇◇은 청구인 허△△의 어머니인데, 청구인 허△△은 만 19세의 성년이다. 부모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인격을 닦고 있는 미성년 자녀를 교육시킬 교육권을 가지지만(헌재 1999. 3. 25. 97헌마130 참조), 자녀가 성년에 이르면 자녀 스스로 자신의 기본권 침해를 다툴 수 있으므로 이와 별도로 부모에게 자녀교육권 침해를 다툴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청구인 이◇◇에 대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 그렇습니다. 바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거죠. 교사 2분과 수험생의 어머니에 대해 각기 다른 이유로 침해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보셔야합니다. '사실상의 부담'이나 '자녀교육권 침해'같은 부분은 꽤나 전문적인 부분입니다만, 대략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는 크게 무리가 없을거라 믿습니다.
[청구인 권○○, 허△△]
○ EBS는 지상파방송국으로서 텔레비전을 보유한 가정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시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시청이 가능하다. 따라서 수능시험을 EBS 교재와 높은 비율로 연계하는 경우,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사교육 과열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다. 한편, 학교는 EBS 교재를 학교 수업의 보충 교재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높이고 수능시험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 줄 수 있다. 또 학생들로 하여금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유도해 갈 수도 있으므로 학교교육의 정상화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드디어 나왔습니다. 법령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때 여러분들이 나중에 법공부를 하게 되면 정말 지겹도록 보게될 헌법 37조 2항의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즉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겼는지 판단하게 됩니다. 여기서 헌재가 쓰는 방식이 바로 '목적 - 수단 - 침해최소성 - 법익균형성' (저는 목수최균이라고 외웁니다)인데요, 항상 이 순서대로 판단을 하고 앞단계에서 위헌이라고 판단 된다면 구태여 뒤의 판단까지 하지 않는게 맞습니다만 헌재는 굳이 다 하더군요..
* 또한 눈여겨볼 점은, 일단 헌재가 '과잉 금지의 원칙'을 판단했다는 점 자체가 'EBS 연계 정책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다시 한 번 위의 설명을 읽어봅시다.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할 수 있고 그 '필요한 경우'를 판단하는 기준이 목적-수단-최소성-균형성입니다. 즉, 애초에 '제한'하지 않는다면 과잉금지의 원칙을 어겼는지 뭔지 판단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이 글은 요지이기때문에 '기본권을 어떻게 제한하는가?'에 대해서는 안나와있습니다만 전문에는 무조건 실려있을겁니다. '~~해서 심판조항은 기본권(이경우 자유권)을 제한한다'고 말이죠.
(제한과 침해는 아주아주 다릅니다!! 국어 지문 읽을때도 이런 단어의 차이때문에 정오가 갈리는 순간이 있죠)
* 사실 저는 '계획'의 기본권 제한을 인정한 것도 꽤 놀라웠는데 아쉽게도 그 근거는 요지에 안나와있더군요..
○ 심판대상계획은 2018학년도 수능시험을 EBS 교재와 70% 수준으로 연계하겠다는 것을 내용으로 할 뿐, 다른 학습방법이나 사교육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심판대상계획에 따르더라도 수능시험의 30%는 EBS 교재와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통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EBS 교재 외에 다른 교재나 강의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원하는 다양한 학습방법을 선택하여 수능시험을 준비하거나 공부할 수 있다. 심판대상계획에 따라 수능시험 준비를 위해 EBS 교재를 공부하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로 인한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볼 수 없다.
수능시험은 EBS 교재에 나온 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문이나 도표 등 자료를 활용하고 핵심 제재나 논지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능시험과 EBS 교재가 서로 연계된다. 따라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중요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EBS 교재를 별도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수능시험을 치르는 데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가는 오랫동안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였으나, 우리 사회의 학력우선주의와 높은 교육열 등으로 인해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동안 대학입학전형에서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나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안 또는 수능시험 과목 축소ㆍ출제 범위 한정ㆍ과목별 등급 산정 시 절대평가제 채택 등 여러 방안이 시행되었지만,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였다. 이에 이 사건 계획을 도입하여 심판대상계획을 시행하기에 이른 것인데, 현 단계에서 심판대상계획보다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으로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다른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심판대상계획이 침해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 '수단'과 '침해최소성' 판단입니다. EBS 연계보다 사교육을 줄이는데 더 좋은 정책이 정말 없을까요? 물론 헌재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기관이라는 점도 감안하셔야합니다.
○ 심판대상계획이 추구하는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한 반면, 심판대상계획에 따라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안게 되는 EBS 교재를 공부하여야 하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심판대상조항은 법익 균형성도 갖추었다.
* 이 말을 수험생 여러분들은 어찌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법익 균형성 판단에는 공익과 사익을 이익형량하게 됩니다. 이경우는 공익이 더 크다는 거죠.
○ 결국 심판대상계획이 청구인 권○○, 허△△의 자유로운 인격발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 전문이 아니라서 정말 저거 하나만 주장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찌되었든 결론은 '기본권을 친해한다고 볼 수 없다'입니다.
아무래도 오르비에 있는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볼법한 결정례이고, 이렇게 케이스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법에 차근차근 재미를 느껴가는게 정석적인 방법이라 (지금 로스쿨에서는 너무 허겁지겁 공부하느라 그런게 안되죠) 한번 소개해봤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왜 센츄리온은 붉은색으로 이름 안적어주나요 ㅠㅜ 붉은색은 무섭더라도 주황색이라도...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