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 기본 매뉴얼 - 1. 화자는 누구인가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17347615
시 읽기 기본 매뉴얼.hwp
안녕하세요.
제가 <시 읽기 기본 매뉴얼>이란 제목으로, 시를 독해하는 기본적 방법들에 관해
글을 써볼까 합니다.
그중에서 우선 '화자'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방법에 대해
써봤습니다.
도움이 된다 싶으시면, 반응을 보고 마저 완성해보겠습니다...
시 읽기 기본 매뉴얼
0. 들어가기 전에
많은 이들이 시 읽기를 어려워한다. 시는 왜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시가 일상어로 쓰였지만 ‘일상 언어’를 탈피한 언어 예술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언어 행위는 알게 모르게 고착화되어 있다. 시인들은 그런 언어상의 인습에서 탈피해, 새롭게 언어를 재배열한다. 언어의 낯선 배열을 통해 시는 일상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사고의 전환과 같은 것을 펼쳐 보인다. 그러니 시는 어려울 수밖에.
그러나 수능을 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 수능에 출제되는 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지금부터 그것에 관한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2014학년도 수능 국어 B형 원점수 98점을 받았고, 현재 서울 소재 모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휴학 중이다.
1. 화자는 누구인가
시를 노래로 볼 때, 화자는 곧 시를 노래하는 목소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을 가수로 볼 때 여러 편의 시에서 화자, 그러니까 목소리는 곧 시인이다. 그러나 가수도 배우처럼 노래를 ‘연기’할 때가 있듯이, 모든 시의 화자가 곧 시인인 것은 아니다. ‘시인=화자’라는 등식을 우선 깨야 한다.
시적 화자는 일반적으로 시의 정서를 대변하며 시상의 전개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소설에서 서술자의 시선에 따라 상황이 전환되듯, 시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 또한 화자의 시선에 달려있다. 그러니 시를 읽을 때 화자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간혹 화자를 분석하기 어려운 작품들이 있다.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 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이 시의 경우 화자가 작품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화자의 시선에 따라 묘사되는 대상만 있을 뿐이고, 화자는 그 대상 뒤에 가려져 있다.
그런데 수능특강에서는 이 시에 관해 <보기>를 제시하였다. <보기>에 따르면, 이 작품은 샤갈의 회화 「나와 마을」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샤갈, 「나와 마을」
따라서 명시적으로 화자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독자는 이 작품이 샤갈의 작품을 감상하는 화자의 심상心象에 따라 전개됨을 알 수 있다. 화자의 정서나 태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엄연히 화자의 시선은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시에는 화자가 있다.’
그렇다면 화자에 관해 우리가 파악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다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
- 화자의 상황
- 화자의 정서
- 화자의 태도
- 화자의 어조
다음 시를 읽으며 화자의 상황, 정서, 태도, 어조를 구체적으로 파악해보자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 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화자의 상황은?
밤비가 내리는 가운데, 화자는 육첩방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본다.
· 화자의 정서와 태도는?
화자는 자신의 삶을 돌이키며 번민한다. 그는 현재의 삶에 대한 무력함과 시를 쓰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9연부터 태도가 전환되어, 반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와 화해하게 된다.
· 화자의 어조는?
어조를 파악하는 것은 화자의 상황이나 정서, 태도를 찾는 것에 비해 매우 어렵다. 유념해야 할 점은, 어조는 정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화자의 정서에 따라 어조도 달라지는 것을 섬세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 시의 화자는 내면으로 침잠하며, 고백적인 어조를 띤다. 7연의 “나는 무얼 바라 /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와 이어지는 8연에서의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구절에서는 다소 강한 어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다음 연에서부터는 다시 어조가 차분해지며, 10연과 11연에서 각각 “최후의 나,”와 “최초의 악수.”로 시행을 명사로 종결지은 채 담담하게 갈무리한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11회 존나 어렵네
-
한완수 지로삼 죽을맛임......특히 지로함수 사실 다항함수도 어려워죽겠음
-
다양한 가능성을 대비하기보단 요즘 경향에 맞는거 추천좀 해주세요 경향에 맞는다는것은...
-
강의 집중해야 하는데 걍 얼굴만 봐도 빡침
-
너무 허수책 이미지가 강함 특히 사이즈가 평범한 교재 사이즈가 아니라 책 같은...
-
천재이고 싶다 8
재능 가지고 고민 안 하고 싶다
-
보면 볼수록 현타만 그득해지네
-
학원에서 이제 나왔는데 아침이랑 같은 계절인거 맞음? 반팔 반바지에 맨발 슬리펀데...
-
배성민쌤 파이널이 너무 싸서 바로 지르고 호감되어버림
-
+ 수1 드릴5 50프로
-
국어 꿀팁 12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면 됩니다
-
요새 학원 가서 시간을 알차게 쓴다기보다는 마치는 시간을 기다린다는 느낌이 더 강한...
-
노총각 형에게 러시아여자 이뻐서 장난삼아 여자 어떠냐고 물어보니 너무 진지하게 본인...
-
수능냄새 무ㅜ냐
-
2등급 간당하게 띄우는 실력이고 아직 영어 기출을 안풀었습니다. 지금까지 영어...
-
뭔 이딴 ㅂㅅ같은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을 하지…??
-
ㅠㅠ 추워
-
저는 잘한다는축에 있기 애매한 사람인데 공부할 때 한 선지 한 선지 한 지문 싹 다...
-
학원 원장님이 넌 어차피 최저니까 오후 6시에 그냥 가라는디 헬스나 과외할까요ㅠㅠ...
-
메가스터디 교재 새책or거의 새책 반값에 판매합니다 2
개씹허수라 거의 다 새책이고 조금 사용한 책 마저도 거의 5페이지밖에 흔적이...
-
수학 실모 2
강대X, 서킷X, 킬캠 제외하고 좋은 실모 추천좀 부탁드려요 난이도 높은거 원해요
-
평가원은 딱히 수특에 있는 ㅂㅅ같은 지엽 낼 생각 없는거같은데…설령 내더라도 69에...
-
빡모 좋다해서 풀어봤는데 계속 80초 뜹니다 어느정도 난이도에요? (시즌1)
-
경제 지문은 유익했음 일반인들도 금리와 인플레이션, 실업률의 관계는 익혀둘 필요가...
-
아니 이거 인물관계 왤케 복잡하냐거 아오 아오
-
:)
-
오개념은 아닌거 같은데 도표부분은 해설할때 그부분 빼고 설명한거고 악성 민원인 지위...
-
설대 정시랑 성대 수시 최저밖에 없나 인문대 입시에 제2외 반영하는 학교 또 있나...
-
누군진비밀
-
개인적으로 엄청 잘 들었던 입장으로써 오개념이 사실이라면 하셨던 말대로라면 은퇴를...
-
까다로운 리트도 다 때려박았는데 3등급 미만은 제대로 따라갈 수는 있겠나
-
시발 이게대체뭐임???
-
이번 언매 예상 3
평가원이 24수능 고전 문법처럼 ㅈㄴ 통수치기 좋은거 1. 로마자 표기법 2. 상대...
-
뭐 쓸데없이 시간 낭비일 가능성이 매우 높긴한데... 혹시 9평 기조로 나올까봐,...
-
수능 영어 4등급만 맞으면 되는데 남은 기간 어떻게 공부하는게 좋을까요? 지금...
-
은퇴 드립 뭐임
-
서강대가 나왔다
-
화1 서바 1
요즘 나만 쉽다고 느끼는거 아니지…? 풀고 왜 시간이 남냐 서바답지 않게
-
풀어주실건가요...
-
근데 내 사진은 아님
-
님들 사기당한거 보상받은거잔아 다받은거도아니고 일부만.. 이거도 럭키비키같은건가
-
어떤 게 있을까용? 아직 수특 수완 펴보지 않았습니다앗 꾸벅
-
현재 2, 3점 기출만 1회독 했고 실전개념, 4점기출, n제, 실모는 경험이...
-
사문 제일 잘 가르치는 강사였던 거 팩트 맞고 나도 이지영 임정환 손고운 최적 등...
-
님들 그래서 수능 3주전부터 국어 실모 몇개풀어야됨 1
메인에 저렇게 논란이있으니 궁금하군
-
지구과학 ox 4
E의 지층은 제4기에 퇴적되었다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