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킴 [726956] · MS 2017 (수정됨) · 쪽지

2018-09-01 00:42:09
조회수 11,337

코드킴의 인문논술 - 연세대학교 고난도 논제의 숨겨진 전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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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문논술 교재를 보신 분이라면, 분명 제 교재에서 뭔가 신기한 내용을 보셨을 겁니다.


바로 비판의 확장과 독해의 확장이죠.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가질 않으며, 도대체 이런 놈을 어따가 써먹으라고 넣어둔 것인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교재가 없으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 

제 교재에서의 비판은 기준 제시문을 활용하여 상대방 주장의 결과적 문제점을 짚어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이는 주장의 결과만을 생각한 것이지, 주장이 가지는 근거 자체를 공격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근거 자체로 비판을 하는 것을 '비판의 확장'에서 다루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전제들을 훼손하지 않고 결론만을 부정하는 반례 들기"


그러나 이 방법은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는 사용이 힘듭니다.


그렇지 않다면 반례의 내용이 비판의 기준 제시문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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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파트를 넣은 이유는 바로 이어지는 '독해의 확장'을 위함입니다.


독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론과 전제를 파악하여 정리하고, 그를 토대로 숨겨진 전제까지 파고 내려가는 것입니다.


숨겨진 전제란, 제시문 내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부분, 숨겨진 전제는 제시문의 내용을 부정하는 반례를 생각한 다음, 그것을 뒤집으면 드러납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죠.


A : 어묵이는 1시간 전에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서 서울로 떠났다. (전제)

B : 그럼 어묵이는 아직 서울에 없겠네? (결론)


여기서 A의 말을 전제로, B의 말을 결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결론을 부정한다면?


'어묵이는 서울에 있다.' 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참으로 만들려면 


'뉴욕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라는 말이 전제가 되는 것이겠죠?


그러나, 어묵이는 아직 서울에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을 부정하는 전제를 거꾸로 뒤집은 '뉴욕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없다.' 가 숨겨진 전제가 되는 것입니다.


---


다른 대학교에서는 잘 요구하지 않지만, 연세대를 지망하는 학생이라면 알고 있는 것이 좋은 내용입니다.


굉장히 어려웠던 시험인 2012 연세대학교 인문 낭비를 예시로 들어, 독해의 확장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논제는 파일로도 첨부하였으니 같이 보도록 합시다.


우리는 그 중 1번에서, 제시문 (가)와 (나)의 비교만 볼 것입니다.


먼저 제시문 (가)를 읽으며 정보를 정리해봅시다.


제시문 (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활력을 임의로 이곳저곳에 소모하려는 정신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의 발현 방식 역시 세상이 진보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표출되는가’를 간략히 설명해 본다면, 보통 ‘도락(道樂)’이라고 하는 자극에 대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락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낚시를 한다든가 당구를 친다든가 바둑을 둔다든가 총을 메고 사냥을 간다든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습니다. 이것들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나아가서 어떤 강요 없이 자신의 활력을 소모하고 기뻐하는 쪽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신이 문학도 되고 과학도 되고 또 철학도 되므로, 언뜻 보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모두 도락의 발현에 불과한 것입니다.

 전차나 전화 등이 설비되어 있다고 해도 “꼭 오늘은 저쪽까지 걸어서 가고 싶다.”는 식의 도락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날이 반드시 일 년에 두세 번은 있습니다. 원해서 육체를 사용하고 피로를 청합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산보라는 사치도 요컨대 이 활력 소모의 부류에 속하는 적극적인 생활을 위한 생명 보존 형태의 일부분입니다.

 도덕가라면 이 도락 근성의 발전을 괘씸하다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도덕상의 일일 뿐 사실상의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현실의 상황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곳에 활력을 소비하는 이 궁리 정신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활동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 의무적 행동을 하는 인간도 내버려두면 자아본위(自我本位)에 입각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자극에 정신이나 신체 등을 소비하는 경향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뭐 굉장히 난해한 이야기입니다.


도락에 대한 이야기죠.


제가 교재에 수록해 두었던 독해 방법론을 이용해 해당 제시문을 읽는다면


(가)는 도락 이라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행위 - 도락(=낭비)


주체 - 사람들

배경(원인) - 자아본위에 입각

양상 - 활력의 소모

결과 - 기쁨, 철학, 문학, 과학

영향을 주는 요소 - ?


정도로 정리가 가능해보입니다.


또한 논제의 주제인 '낭비'라는 말과 도락을 엮어 생각해본다면,


정신과 활력의 소모는 낭비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도락 그 자체가 낭비의 모습인 것이죠.


그 다음으로 (나)를 봅시다.


제시문 (나)

 프랭크 길브레스는 과학적 관리법에 흥미를 갖고 이를 벽돌쌓기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벽돌공의 동작들에 대해 매우 재미있는 분석과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벽돌공의 작업 속도와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길브레스는 벽, 반죽통, 벽돌더미가 위치한 곳에서 양 발이 각각 디뎌야 할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고, 벽돌공이 벽돌을 쌓고 벽돌더미 쪽으로 한두 발짝 움직이는 동작을 없애도록 했다. 또 그는 반죽통과 벽돌의 가장 알맞은 높이를 연구한 다음, 비계*를 고안해 그 위에 모든 재료들을 올려놓을 탁자를 둠으로써 벽돌공이 반죽통과 벽돌을 가장 알맞은 위치에 두고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비계는 벽의 높이에 따라 조정할 수 있었는데, 비계를 조정하는 일만 전담하는 노동자를 두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벽돌공은 반죽을 퍼낼 때마다 벽돌을 들고 몸을 구부렸다 펴는 일을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벽돌공에게 벽돌을 전달하기 전에 한 노동자가 화차에서 벽돌을 내린 다음 고운 면이 위로 향하도록 조심스럽게 분류하여 높이 조절이 가능한 비계 위의 반죽통 가까이에 쌓도록 했다. 이로써 벽돌공은 비계 위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벽돌 더미에서 벽돌을 고르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으며,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빠르게 벽돌을 쥘 수 있게 되었고 벽돌을 뒤집거나 양 끝을 돌리는 동작을 할 필요가 없게 되어 시간의 낭비가 줄었다.

 길브레스는 벽돌공들이 반죽 위에 벽돌을 놓고 접합부의 두께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 흙손의 손잡이 끝으로 벽돌을 몇 차례 두드리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후 그는 반죽의 농도를 적당하게 조절함으로써 벽돌을 누르는 손의 압력으로 접합부의 적당한 두께를 손쉽게 유지하는 법을 고안했다.


해당 지문은 과학적 관리법이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행동에 가까우니, 행동의 범주를 활용하여 제시문을 정리해보죠.


행위 - 과학적 관리법


주체 - 프랭크 길브레스와 벽돌공들

배경(목적) -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양상 - 비계를 사용, 분업화, 반죽의 농도 조절, 계량 등등...

결과 - 낭비가 감소(시간의 낭비가 줄었다)

영향을 주는 요소 - ?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시문 (가)와 (나)를 '낭비'의 관점으로 비교하라는 게 논제입니다.


제시문 (가)는 도락이라는 낭비 그 자체를 다루고 있지만, (나)는 낭비를 줄이는 과학적 관리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즉, 둘 다 다루고 있는 것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점에 유의하여 표를 그리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봅시다.


 


(가)(나)
공통점낭비에 대해 논함
낭비의 원인자아본위-
낭비의 결과기쁨, 철학, 과학, 문학 등 긍정적 요소-
-




독해의 범주를 활용하여 독해한 내용만을 이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일단 표를 작성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나)에서 빈칸이 많이 존재하죠.


(나)는 낭비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 아닌, 낭비를 줄이는 방법인 과학적 관리법에 대해 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저는 비교의 방법론에서 제시한 방법인, 동일 항목 간의 추론 방법을 사용합니다.


한 제시문에서는 등장했지만, 다른 제시문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을 경우


그 내용을 반대로 뒤집고 지문의 내용과의 정합성을 판단해보는 것이죠.



(가)(나)
공통점낭비에 대해 논함
낭비의 원인자아본위(자연적)(인공?인위적?)
낭비의 결과기쁨, 철학, 과학, 문학 등 긍정적 요소(부정적 요소?)
-



일단은 확실하지 않으니, 반대되는 내용들만 적어 보았습니다.


이제 정합성을 판단할 때입니다.


정합성 판단을 할 때에, 제가 위에서 제시한 '비판의 확장' 을 활용한 '독해의 확장'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제시문 (나)를 보면, 낭비를 줄이기 위해 과학적 관리법을 사용하였습니다.


그 결과 낭비가 줄어들었죠.


즉, 낭비를 줄이는 것은 과학적 관리법입니다.


그러나 낭비를 만드는 것은?


한번 생각해보죠.


허리를 굽혔다 펴는 동작, 벽돌을 뒤집거나 돌리는 행동, 등등...


과학적 관리법과는 반대되는 행동들(낭비의 행동들)을 제시문 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과학적 방법론과는 반대되는 말인 '비과학적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럼 이런 비과학적 방법론은 누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죠?


벽돌공. 인간입니다.


그렇다면 낭비는 사람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독해의 확장에서 말하는 반례를 들어 생각해봅시다.


만일 (나)에서 낭비의 원인이 자연이라면?


성립이 되질 않습니다. 비과학적 방법론도 인간(벽돌공)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니까요.


그러니 낭비의 원인이 인위적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낭비의 결과도 유추해내보죠.


만일 낭비의 결과가 긍정적 요소라면? 낭비를 줄이려고 과학적 관리법을 도입하지 않았겠죠.


따라서 낭비의 결과는 부정적 요소가 될 것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육체에 피로가 쌓이는... '비효율' 이 낭비의 결과물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표를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정리가 됩니다.



(가)(나)
공통점낭비에 대해 논함
낭비의 원인자아본위(자연적)(벽돌공)인공적
낭비의 결과기쁨, 철학, 과학, 문학 등 긍정적 요소(부정적 요소)비효율
-


하지만 뭔가가 부족해보입니다.


이제 제시문 (가)의 한 구절을 살펴봅시다.


"자신이 원하는 자극에 정신이나 신체 등을 소비하는 경향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도락은, 즉, 낭비는 어쩔 수 없는 것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뒤집으면


제시문 (나)에서는 낭비는 어쩔 수 있는 것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도 제시문 (나)에서는 과학적 관리법을 이용하여 낭비를 제거하는군요.


제시문 (나)에서 낭비가 제거 가능하다면 ? -> (가)에서는 제거가 불가능


이라는 하나의 비교 기준이 하나 더 도출됩니다.


표를 다시 정리해봅시다.




(가)(나)
공통점낭비에 대해 논함
낭비의 원인자아본위(자연적)(벽돌공)인공적
낭비의 결과기쁨, 철학, 과학, 문학 등 긍정적 요소(부정적 요소)비효율
낭비의 제거 가능성불가느응ㅇ가느으응



다음과 같이 표가 그려지겠네요.


조금 더 첨언하자면,


제시문 (가)는 전체적으로 낭비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고, (나)는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


이처럼, 숨겨진 전제를 찾는 것은 비교기준의 다각화에 도움이 됩니다.


네.


뭐 그렇다구요.


ㅎㅎ;


연세대를 볼 것이고, 나는 정말 연세대를 합격해야만 한다는 학생들은


이정도는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2018.09.01


코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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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킴 [726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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