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emer [329344] · MS 2010 · 쪽지

2012-04-02 23:03:04
조회수 7,061

학문은 모르지만 수능을 알다-수능날 멘붕에 관해서, 수능날의 특수성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2853489

자!!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한번 ‘수능’이란 날의 특수성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수능.. 신기하죠. 평소에는 전교1등을 놓치지 않던 아이들이 갑자기 등급 444가 뜨는 날이기도 하고, 평소에 100점이 3등급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혹자는 “그럼 평소에 3등급이 100점 맞는것도 있지 않나요?” 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으나 사실 그런 케이스는 거의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있다 해도 여러분이야기 아니니깐 기대하지 마세요. 본인 평소 실력대로 보잖아요? 그럼 그게 바로 수능 대박입니다. 모두가 멘붕당해서 점수 훅훅떨어지거든요.


저는 멘탈이 강한편입니다. 현역때 수능날 언어시험을 보는데 듣기평가가 끊겼어요 -_- 4,5번 듣기도중이었는데 갑자기 끊어진 방송 때문에 모두가 멘붕ㅋ 더웃긴건 감독관도 멘붕ㅋ

다들 우왕좌왕하니깐 먼저 정신을 차린 감독관이 “먼저 쓰기부터 푸세요”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쓰기부터 풀었습니다. 근데 갑자기 방송이 다시 나오는거에요. 그래서 다들 후다닥 앞으로 돌아왔죠. 근데 “듣기평가가 끝났습니다. 수험생 여러분은 이제부터...” 망할.. 4,5번 듣기평가 중간부분이 통째로 사라진거였습니다. 주위에서 터져나오는 욕설 “x발..” “아 미x 수능인데..”


이때 전 뭐했냐구요? 맨뒤에서 막 혼자 쳐웃고있었어요ㅋㅋㅋ 재밌잖아요. 그런일이 있으니깐 지금도 “나 수능때 듣기평가 끊긴사람이다” 이렇게 말하고다닐수 있는거죠. 오히려 듣기평가가 끊겨서 긴장이 싹 풀렸습니다.


근데요. 이런 저도 멘붕이 엄청 오는게 바로 수능입니다.

언어때 멘붕이 3번왔어요. 첫 번째, 그레고리력. 아 이건 솔직히 어찌어찌 잘 넘어갔어요. 둘째, 두더지. 아 망할 이때 쫌 쎄게왔어요. 셋째, 채권. 이때 펜 던졌습니다.


여러분 멘붕이 왜 오는줄 아세요? 수능날은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오늘이 수능이다”

여러분 평소에 시험볼때 시계 언제쯤보세요? 보통 사람들은 집중력이 떨어질 때 시계를 봅니다. 저같은 경우 35~6번쯤 풀때 약 9시 10분을 나타내면 일반적인 스피드입니다. 9시반까지 비문학을 다 풀고, 그다음 13~18 (맞나? 시지문이요) 번을 풀지요.

근데 수능날은 “오늘이 수능이다” 이생각 들잖아요? 그럼 평소에 풀던거랑 속도가 달라져요. 빨라지는 분도 있고 느려지는 분도 있고.


빨라지는 분들은 보통 실수가 엄청생기고 느려지는분들은 대책이 없어지죠. 이러다가 시계를 보는거에요. 근데 평소에 풀던 시간이 아니다??!?!?!?! 이럼 이제 멘붕오고 끝나는겁니다. 제 제일 친한 친구 하나가 이래서 삼수를 하고있는데 저랑 비슷하거나 언어를 걔가 좀더 잘해요. 대신 저는 걔보다 비문학을 더 잘합니다. 얘보고 너 왜 이번수능 망쳤냐? 라고 물어봤더니 “시계를 봤는데 평소랑 시간이 다른거야. 그때부터 무너져서 완전 망했어” 라고 하더군요. 이게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제가 작년에 수리때 이렇게 무너졌어요.

10문제 남기고 40분 남은 시간이었습니다. 1문제에 4분, 충분하지요. 근데 제가 원래 수리의 경우 빨리푸는 스타일이라 처음 1번 푸는데 (모르는거 다 건너뛴 상태에서 30번까지 가는데 걸리는시간) 한 50분, 다푸는데 70~80분 걸렸습니다. 근데 40분 남았는데 아직 30번도 못간거에요.


ㅋㅋㅋ그때부터 갑자기 멘붕이 오더니 그냥 말아먹었죠. 그때 “재수인가? 아냐 재수는 안돼. 아 그냥 재수도 나쁘지않아. 안돼 재수만은 안돼. 강대는 갈수있을까? 엄마 미안해요. 아냐 이건 꿈이야. 아 눈뜨면 내일 수능볼꺼야. 이건 수능이야”


저런 생각이 들면서 그냥 멘붕이 왔습니다.


올해 시험에선 재밌는 멘붕이 왔어요. 외국어를 푸는데 ebs를 정말 달달달 외웠더니 지문 안읽고 다풀리는거에요!! 너무 기뻐서 막 풀고있는데 헉.. 빈칸 지문중 몇 개가 ebs지문이 아닌겁니다!! 이때 멘붕.. ‘내가 모르는 지문이 나왔어 이건 틀릴거야..’


실력 기껏 올려놔도 별별 멘붕이 다와요 진짜. 언어의 경우는 올해 쓰기가 신유형(?)이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원래 언어를 빨리 푸는 편이라 반에서 쓰기를 항상 1등으로 풀고 넘겼거든요? 근데 수능날 강대애들도 아니고 일반고애들이 모인 수험장에서 저빼고 나머지애들이 다 시험지를 넘기는거에요. 저는 쓰기 아직 다 못풀었는데!! 이때 심각한 멘붕이 한번 왔습니다. ‘삼수..인가?’ 이런 생각이 오면서 아주 진짜 말아먹기 10초전이었죠.


자 여태까진 수능의 멘붕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이러고 끝내면 정말 글이 의미가 없겠죠??

올해 시험도 사실 멘붕의 연속이었어요. 수리같은 경우는 손떨려서 마킹 못할뻔했구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 시험을 잘봤습니다. 왜일까요??


저는 각 과목마다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제가 여태까지 말한 공부법있죠? 이것들이 저한테는 안전장치였습니다. 저는 언어는 비문학이 자신있어요. 그래서 쓰기때 멘붕이 오길래 얼른 비문학을폈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풀어나갔지요. 그렇게 어느정도 풀었을까? 마음이 안정되더군요. 그리고 이내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수리의 경우 뻔한 25문제를 빠르게 풀고나니 시간이 50분여 남더군요. 앞의 25문제를 저정도 시간에 풀었다? 그럼 거의 수리멘붕은 사라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게다가 25문제를 저렇게 풀고 또 나머지 5문제를 풀기위해 연습한 방법을 적용하니 멘붕이 안오더군요. (조금 손이 떨리긴 했지만 이건 봐주세요.)

영어의 경우 솔직히 독해력 이런것도 있지만 영어는 멘붕을 막기위해 ebs를 외웠습니다. 어쨌건 멘붕의 가장 큰 요인은 ‘평소와 다른 시간배분’입니다. 평소보다 시간이 늦어지거나 시간이 적다고 인지하는순간 멘붕이 오는거지요. 시간이 넉넉하다? 이럴 경우 난이도가 어려워도 멘붕이 잘 안옵니다.


재수, 또는 삼수를 하는분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수능때 긴장해서 점수가 낮게나왔어”

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합니다. 재수, 삼수 n수 할수록 실력은 오릅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수능날 멘붕이 오는것, 그것 또한 확실합니다. 이것을 잡지 못하는 이상 안타깝게도 실력과 점수는 비례관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어떨때 무너지는지, 어떨때 정신이 아득해지는지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최대한 6평, 9평때 그걸 찾아내시는게 좋습니다. (그러니깐 긴장 팍! 주고 시험보세요 괜히 “아 이건 수능도 아닌데” 이런 이상한 생각하지마시고.) 그리고 나서 각 과목마다 자신이 자신있는 부분을 넣어두시는게 좋습니다. 멘붕이온다? 그럼 안전지대로 가서 멘붕을 없애는거지요.


“나는 수능날 멘붕이 안올거야!! 그러기만을 기도해야지.”

이것은 마치 “나는 죽지 않을거야!! 그러기만을 기도해야지.” 이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차라리 죽지 않는것을 믿기보다는 죽는것을 인정하고 삶을 열심히 사는 방법을 찾는게 낫지 않을까요?

수능날 왠만해선 멘붕이 옵니다. 그것을 거부하지 마시고 어떻게하면 그것을 극복할수 있을까? 나는 각 과목마다 안전지대가 무엇일까? 그걸 찾으세요. 그리고 그것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하십시오. 멘붕을 극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의 실력은 점수와 비례관계로 나타날 것이고, 평소와 비슷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평소와 비슷한 점수를 수능에서 받는다면, 그것이 소위말하는 수능 대박입니다. 대박은 다른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가장 여러분의 온전한 실력을 발휘하는 것, 그것이 여러분이 기대하고 바래야 할 대박입니다.


네 다들 제 글이 도움이 되었길 바라면서 제 길고도 두서없는 수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탐구는 사실 딱히 새로 얻은 공부법도 없고, 쓸만할 자신도 없어서 포기합니다. 여러분 공부 열심히 하시고 수능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p.s. 근데 사실 수능날 평소보다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건 사실이에요. 그니깐 멘탈관리만 가능하다면 평소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오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