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정 [433414] · MS 2012 · 쪽지

2014-01-23 12: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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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의 현실?(기사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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複數전공후… 이력서에 '경영 전공' 쓰는 인문학도

서울대 인문대 4학년 이모(27)씨는 올 상반기 취업을 앞두고 이력서에 전공을 뭐라고 쓸지 고민 중이다. 그는 "본(本)전공은 인문학, 제2전공은 경영학인데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고 해 경영학을 앞으로 내세우고 싶은 유혹이 든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많은 대학생이 선택하는 '복수 전공'이 '학과 세탁' 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 2004년 고려대가 대학 최초로 복수 전공제를 의무화했고, 서울대(2008년) 등 주요 대학 역시 일부 단과대를 제외한 모든 재학생이 두 개 이상 전공을 갖도록 했다. 학문 간 융합·통섭(統攝)을 강화하고, 전공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인문학 등 세칭 '비인기 전공'의 취업 준비생이 경영학·경제학 등을 본전공으로 바꿔치기하거나 자기소개서 등에서 본전공보다 제2전공을 더 앞세우는 '전공 세탁'용으로 변질되고 있다. 서울대처럼 졸업장에서 본전공과 제2전공을 구분하지 않는 대학도 상당수인 데다가 이수(履修) 학점도 동등한 경우가 많아 졸업·성적증명서까지 세밀하게 확인하지 않으면 분간이 어렵기 때문이다.

A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첫 번째 적는 전공을 본전공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일부러 바꿔 적었다면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양심에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졸업·성적증명서를 전수(全數) 조사한다는 B대기업 관계자는 "실제 본전공과 제2전공을 바꿔치기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돼 서류 전형에서 떨어뜨리고 있다"며 "경영학을 제2전공으로 적고 입사한 뒤 '○○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고 자기소개를 하고 다니는 신입사원도 과거에 비해 부쩍 눈에 띈다"고 말했다.

'상경계열 우대' 일변도의 취업 풍토가 이 같은 부작용을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기업 인사 담당자 254명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 33.5%가 "경영학 전공자만을 선발하거나 우대하는 직무(부서)가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상경계 전공자'로 입사 자격을 제한한 기업도 많아 우리 같은 세칭 '비인기 학과' 졸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복수 전공을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에선 2008년 복수 전공제가 의무화된 이후 학문 간 선호도 서열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박성호 의원이 22일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복수 전공 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복수 전공 지원자가 가장 많았던 학과 1위는 경영대였고, 2위는 경제학부였다. 작년 경영대는 복수 전공 정원 135명에 263명이 몰렸고, 커트라인 평균 학점 역시 3.8점(4.3점 만점)이나 됐다. 92명 모집에 229명이 몰린 경제학부 역시 커트라인이 3.85점이었다. 반면 인문대는 5년간 복수 전공 지원자 중 1명을 뺀 전원(全員)을 합격시켰지만 대부분 학과가 한 자릿수 지원자를 받거나 아예 지원자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작년 불어불문학과·서양사학과(각 3명), 노어노문학과·언어학과·종교학과(각 2명), 동양사학과(1명) 복수 전공 지원자는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3학기 이상 이수자부터 복수 전공을 신청받는 서울대에선 신입생 때부터 '인기 학과' 복수 전공을 위해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 인문대 졸업생 김모(27)씨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학점 경쟁에 뛰어들어 겨우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지만 작년 하반기 취업에서 모조리 탈락했다"며 "'제2전공 경영학'은 아무런 쓸모가 없어 고생해서 복수 전공을 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배영수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복수 전공으로 받은 '경영학사(學士)'를 기업들도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방증(傍證)"이라며 "단일 전공만으로도 제대로 된 기본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전공 교육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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