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이 필요한 도토리 [1097711] · MS 2021 · 쪽지

2022-02-26 23:23:33
조회수 22,895

영어 칼럼) 단어를 모르면서 수능 1등급 맞는 이상한 영어 독해법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55129346

저번 국어 글읽기 속도 글의 좋아요 공약으로 영어 독해법 칼럼을 약속했었는데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그리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라 그런지 기한을 잘 못 지키겠네요. 앞으로는 그런 공약 안 걸고 그냥 열심히 살겠습니다.


2022학년도 6월 모의고사 92점, 9월 모의고사 100점, 수능 95점 맞은 관심이 필요한 도토리라고 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1, 2학년 내내 단 한 번도 영어 모의고사를 따로 공부하거나 준비해본 적이 없고, 작년에 했던 공부라고는 수능특강, 수능완성 풀면서 감 익히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성적이 가능하느냐.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원서 많이 읽었었고(잠수네 아시는 분들 있겠죠), 미드 보는 거 좋아했는데, 오로지 그 감 하나만으로 영어 공부 따로 안하고 이런 성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영어 단어를 많이 아느냐? 전혀 아닙니다. 제가 아는 단어의 수준은 수능 1등급 수준의 어휘는 확실히 아니고 2~3등급 정도가 아닐까라고 예상을 합니다. 문법은 잘하냐고요? 중학교 때 영어학원 입학 테스트에서 거의 다 감으로 풀고 최상위 반에 들어갔었는데 문법에서 is랑 are 구분하는 문제 틀려서 상담하시는 분이 좀 이상하게 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영어는 시험을 치는 과목이기 이전에 하나의 언어입니다. 한국인이 이유는 설명 못 하더라도 국어 시험에서 문법적으로 어느 것이 옳은 문장인지 구별하고, 생소한 주제의 제시문을 보고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처럼 영어라는 과목도 언어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어떠한 논리적 접근 없이도 ‘당연함’을 근거 삼아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론 대부분의 영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죠. 이 글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저번 국어 읽는 속도 글에서 말했듯이 남은 도대체 어떤 사고 과정으로 푸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은 많다고 생각하기에 글을 씁니다. 아래 가져온 문제는 제가 수능에서 틀렸던 38번 문제인데 다시 풀어볼 겸 가져왔습니다.

문제 풀이 사고 과정을 읽어보기에 앞서, 저는 단어 뜻을 따로 열심히 외우거나 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주로 영어 단어의 느낌을 이해하지 거기에 완벽히 매칭되는 한국말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서 해설이 난잡할 수 있습니다. 어설프거나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시 문장:

Retraining current employees for new positions within the

company will also greatly reduce their fear of being laid

off.

-> 솔직히 말하자면 retrain의 뜻도 제대로 몰라서 아차 했지만, 뒤에 employees(employer의 반대, 고용당한 사람?)가 등장하는 걸 보니 re-training일 거라 예상을 해봅니다. 현재의 고용당한 사람(직원)들을 새로운 포지션을 위해 retraining시키는 게 being laid off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준다고 하는데 being laid off가 뭘지 여러 가능성이 예상은 가지만 함부로 예단하면 안 되겠어요. 모르는 단어를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어차피 글의 다른 부분에 쉬운 말로 제시될 거라는 자심감으로 pass.


Introduction of robots into factories, while employment of human

workers is being reduced, creates worry and fear. ( ① ) It is

the responsibility of management to prevent or, at least, to ease

these fears. ( ② ) For example, robots could be introduced only

in new plants rather than replacing humans in existing assembly

lines. ( ③ ) Workers should be included in the planning for

new factories or the introduction of robots into existing plants,

so they can participate in the process. ( ④ ) It may be that robots

are needed to reduce manufacturing costs so that the company

remains competitive, but planning for such cost reductions

should be done jointly by labor and management. ( ⑤ ) Since

robots are particularly good at highly repetitive simple motions,

the replaced human workers should be moved to positions

where judgment and decisions beyond the abilities of robots

are required.


-> 

문장1: 공장으로의 로봇의 소개(도입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을 듯요)가 인간 노동자 고용 감소와 맞물려 우려와 공포를 유발한다 대충 그런 내용이네요.


문장2: 그 우려와 공포를 방지, 아니 적어도 완화시키는 게 management의 의무라고 하네요. management가 정확히 무슨 대상을 가리키는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경영이나 회사 운용의 뜻인거는 알 것 같으니까 넘어가죠.(단어 몰라서 죄송합니다.) 일단 1번 문장과 2번 문장 사이에는 빈틈이 없어 보이네요.


문장3: “예를 들어, 로봇은 오로지 새로운 생산시설(power plant같은 단어를 들어봐서 그런가 이건 대충 매끄럽게 해석이 되네요)에 배치되고 기존의 assembly line(뭔지 모르겠지만 대충 생산라인 같은 걸로 받아들일게요.)의 사람들을 대체하지는 않을 수 있다.” 공포를 해소하는 예시를 든 것 같네요. 역시 문장 간 빈틈이 없는 것 같으니 pass.


문장4: “노동자들이 새로운 공장이나 기존에 존재하는 plants(만약 plant의 뜻을 몰라서 넘어왔다면, 이 문장에서 factory와 plant가 동일한 뜻임을 알아챘어야 합니다.)에 대한 로봇 도입 계획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계획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음...예를 들어 어쩌고 저쩌고 문장에서 갑자기 should be 같은 강력한 표현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문장으로 넘어온 게 약간 껄끄럽긴 하지만 일단 여기까지도 내용상으로는 나름 매끄럽게 글이 흐르는 것 같네요.


약간 아리까리해서 이쯤에서 제시된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봤는데, will also greatly reduce에서 also를 유심히 못 봤었네요. also라면 이미 앞에 공포를 줄여주는 방법이 하나 나왔어야 하니까 3번 자리까지는 pass하는 게 맞았던 것 같아요. 슬슬 문장이 삽입될 타이밍이 다가왔다는 게 느껴집니다. 답은 4 아니면 5겠군요.


문장5: 로봇이 manufacturing costs(manufacture 뜻이 가물가물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문맥상 생산비겠죠?)를 낮추는 데 필요할 수는 있지만, labor and management에 의해 jointly 되어야겠다고 하네요. 마지막 부분이 완전 아리까리하고 모르겠지만 느낌상 앞의 문장을 거의 반복하는 것 같아요. 엥? 뭔가 분위기가 쎄합니다. 4번도 답이 아닌 것 같은데 아까 3번에서 껄끄러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문장6: 로봇들은 특히 고도로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을 특화되어 있으니 대체된 인간 노동자들은 로봇의 능력 이상의 판단과 결정 능력을 요하는 포지션으로 재배치되어야 한다. 어? 포지션을 옮긴다고? retraining? 불안한 마음이 싹 가시는군요. 답은 5번이 되겠습니다.


답을 찾는데 필요가 없었어서 뜻을 알아보는 걸 건너뛰었지만, 처음 봤을 때의 제가 속으로 했던 예상과 마찬가지로, 제시된 문장의 being laid off는 나뒹굴게 되다, 한마디로 해고되거나 도태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실제로 사전적으로 맞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우리가 아무리 영어 단어를 열심히 외운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모르는 단어를 어디선가는 마주치게 됩니다. 특히 그게 수능 지문에서라면, 단어 하나를 모른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건 없습니다. 국어든 영어든 글을(특히 신문 기사와 같은 짧은 글) 많이 읽어봤을수록 문맥 속에서 단어의 뜻을 유추하는 능력은 극대화됩니다. 사실 수능 영어 시험은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사실 외국어이니 무작정 국어 시험과는 비교하기 어렵겠지만 국어 시험과 비교했을 때는 지문과 문제의 수준이 엄청 낮습니다. 지문의 경우는 국어 비문학 지문과 달리 지문을 한 줄 요약 할 수 있을 정도로 같은 내용 주제의 문장을 말만 바꿔 반복한 경우가 많고, 선지의 경우에는 답이 절대 될 수 없는 생뚱맞은 선지가 기본적으로 2~3개 씩 포함되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라고 두려움을 갖게 되면 시험에 말리게 됩니다. 단어 몇 개 좀 모르더라도 쉬운 말로 또 나오겠거니 하며 넘어가면서, 답이 절대 아닌 선지부터 걸러가면서 푸십시오. 이런 방식으로 독해하고 푸는 것은 뭐 논리가 없다, 불안하다 이런 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독해 방법을 믿고 따르라는 말이 아닙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당황해서 지문이 안 읽힐 때, 모르는 단어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나올 때 결국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최대한 쉽고 빠르게 접근을 해야하는 순간이 오고, 그럴 때는 지문의 핵심만 캐치한다는 생각으로 모르는 단어들은 다 눈치껏 넘겨가면서 무시하는 게 편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사실 어쩌면 대부분의 수험생이 이렇게 영어 시험을 치는데 저 혼자 당연한 소리 늘어놓는 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영어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영어를 언어로써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것 같아 칼럼을 한 번 써봤습니다.


제가 수능에서 틀렸던 문제라서 답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까봐 걱정했지만 예상 외로 싱거운 문제였군요. 제가 영어 듣기 시간에 뒤 문제들은 아예 손을 안 대서 시간이 여유롭지는 못한 편인데, 급하게 읽다보니 마지막 문장을 제대로 안 읽고 당황했었나 봐요. 아니나 다를까 가채점표 다시 확인해보니 3번을 답으로 체크해놨군요. 제가 틀렸으니 어려운 문제였을 줄 알고 가져왔는데 제 독해 방법을 여실히 다 보여드리기에는 조금 부족한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라라 근데 방금 메가스터디 풀서비스 확인해보니까 38번 문제가 오답률 2위네요. 수능 시험장에서는 충분히 당황하고 어려워할만한 문제가 맞았나봅니다. 지금 다시 보니 그냥 당황하지 않고 마지막 문장까지만 꼼꼼히 읽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 같네요.

아 참고로 저는 작년 수능에서 38번, 39번을 틀렸습니다. 오답률 1위인 34번은 용케 맞았네요.


저번 국어 글과 마찬가지로 무엇이든 댓글로 남겨주시면 최대한 열심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이번 글은 꽤나 칼럼스러워서 다행이네요. 요 며칠을 공부를 안 하고 논 관계로, INFP 반수일기는 무기한 연기될 예정이지만,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몇 안 되는 팔로워 분들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면서, 이상 관심이 필요한 도토리였습니다.

0 XDK (+600)

  1. 500

  2.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