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56 : 예송논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57017304
오랜만입니다
시험기간만 되면 다른 일이 생각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지만
온 김에 잡지식이나 하나
오늘도 뭔가 논쟁적일 수도?
예송논쟁은 누구나 알고 계실 겁니다
고등학교 한국사를 조금만 공부하셨더라도 말이죠
(물론 수능 한국사에 자주 나오는 주제는 아닙니다만...)
예송논쟁은 으레 '상복을 얼마나 입을 것인가?'하는 논쟁으로 알려져 있죠 그게 맞기도 하고요
그때문에 많이들 '성리학자들이 민생 걱정은 안 하고 쓸데없는 공론만 펼친다'라고 생각하구요
이는 예송논쟁이 벌어진 현종 시기에 전대미문의 기근이 닥쳤다는 점과
성리학 내지 유교사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영향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주제와는 먼 얘기지만, 현종 대의 기근(경신대기근) 때는 중앙 정치의 유력 인물들이 죽어 나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예송논쟁을 배우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면, 단지 대비가 상복 몇 년 입냐 가지고 무의미한 싸움을 한 거라면
한국사 교과서에 어느 정도의 대목을 차지할 이유도 없겠죠
예송논쟁을 이해하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단순한 상복 논쟁 속에 효종 이후 조선 왕가의 정통성 문제, 이기일원론과 이기이원론의 성리학적 사상 논쟁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근본적으로 예송논쟁은 서인과 남인이 벌인 정쟁입니다.
비약일 수도 있지만 정당 간의 알력 싸움으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잡은 정당이 후에 조선의 정국을 주도하며 주요 정책을 펼쳐나가겠죠.
포인트는 여기입니다.
예송논쟁은 조선 후기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어요.
같은 성리학자들이지만 서인과 남인이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성은 다릅니다.
서인들이 미디어에서 항상 부정적으로 묘사되긴 합니다만, 서인은 성립 이래 온건 노선을 유지해 왔고, 그들이 내세운 최종 목표는 신분제 해체를 바탕으로 한 자영농 육성과 그로 인한 민생 안정에 있었어요.
반면 남인은 성립 이래(동인 때부터) 강경 노선을 유지해 왔고, 그들이 내세운 최종 목표는 신분제의 공고화와 공고한 신분제를 바탕으로 한 국가의 철저한 분배에 있었구요. 이때문에 왕권의 절대성을 철저히 내세웠습니다. 생각해 보면 남인을 등용하고자 한 왕들은 대개 왕권 강화와 관련이 있죠(대표적으로 정조가 있습니다)
비록 남인이 확고히 정권을 잡은 시기는 짧았고, 그렇기에 그들의 목표가 실현된 바는 적지만
(사실 강경파의 노선이 실제에 반영되는 경우가 적기도 합니다)
서인은 비교적 오랫동안 정권을 잡았고, 그들이 펼친 정책은 그들의 목표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균역법과 노비제 해체가 서인이 정국을 장악한 시기에 있었던 일인데,
균역법은 민생 안정을 위해 군포 부담을 줄여주는 거고, 노비제 해체는 말할 것도 없죠.
1차 예송논쟁 때는 서인이 승리, 2차 예송논쟁 때는 남인이 승리합니다.
현종은 무승부를 통해 서인이 내세우는 민생 안정의 방향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남인이 내세운 절대 왕권을 도모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여기는 저의 해석)
숙종 대의 환국을 거치며 정국은 서인에게 완전히 넘어가는데,
그 이후로 앞서 말했던 서인들의 주요 정책이 실제에 반영되기 시작하죠
어찌된 일인지 남인이 중앙 정치에서 절멸하는 정조 사후부터 왕권이 급격히 쇠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여기도 저의 해석, 좀 비약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요 부분은 세도정치의 맥락도 들어가는지라 근데 세도가문도 다 서인 출신이죠 이때면 노론/소론으로 갈린 후의 노론이지만)
아무튼,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예송논쟁을 단순히 정치적 이벤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정치인들의 세력 다툼이 실제 민생에 반영되는 게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는 거죠
역사 속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인데, 다를 거 없습니다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앙리 4세의 유언] https://orbi.kr/000379961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일기토] https://orbi.kr/00038313181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1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2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https://orbi.kr/000409587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33 : 쌍팔년도] https://orbi.kr/000409595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4 : 광개토왕비(4) 여러분 이거 다 조작인 거 아시죠?] https://orbi.kr/00040970430
[오늘의 역사 잡지식 35 : 광개토왕비(5) 텍스트의 한계를 넘어] https://orbi.kr/00040997516
[오늘의 역사 잡지식 36 : 발해 왕사 미스터리] https://orbi.kr/000410054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7 : 도조 히데키의 마지막 작전] https://orbi.kr/00041049555
[오늘의 역사 잡지식 38 : 수상한 반란] https://orbi.kr/00041114108
[오늘의 역사 잡지식 39 : 숨겨진 전쟁, 2차 여요전쟁] https://orbi.kr/00041175117
[오늘의 역사 잡지식 40 : 중국에서 발견된 단군신화?] https://orbi.kr/00041200103
[오늘의 역사 잡지식 41 : 홉스 왕립학회 짤린 썰] https://orbi.kr/00041234691
[오늘의 역사 잡지식 42 : 이사부의 성씨] https://orbi.kr/0004139220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3 : 대통령이 된 과학자] https://orbi.kr/0004141275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4 : 고구려의 국성은 해씨?] https://orbi.kr/0004158482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5 : 가톨릭 두쪽나다, 아니 세쪽?] https://orbi.kr/00041754585
[오늘의 역사 잡지식 46 : 이 성유물을 거짓이다!] https://orbi.kr/00041867048
[오늘의 역사 잡지식 47 : 슬픈 변경] https://orbi.kr/00041921792
[오늘의 역사 잡지식 48 : 사냥꾼인가 처리반인가] https://orbi.kr/000419872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49 : 장수의 비결?] https://orbi.kr/00042601633
[오늘의 역사 잡지식 50 : 광해군의 중립 외교?] https://orbi.kr/00043677568
[오늘의 역사 잡지식 51 : 프리드리히의 비밀] https://orbi.kr/00054442499
[오늘의 역사 잡지식 52 : 원쑤가 된 북한과 중국] https://orbi.kr/000549977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3 : 흔한 국왕의 드립력] https://orbi.kr/0005639407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4 : 한글 창제 이전의 한국어] ]https://orbi.kr/000565197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55 : 제망매가부터 무량수까지] https://orbi.kr/00056714818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진짜 쉽네...
-
도배를좀그만해
-
이건 억까임? 0
22수능 23122 23수능 21133
-
5,6회 둘다 92점인데 쉬운거맞지?
-
나도 드디어 심장이 뛰는건가
-
정확히는 몬스터 5캔 분량의 카페인이었음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나 뭐 이것저것 마셨는데...
-
40선 붕괴되면 기분 좀 ㅈ같음
-
?덕 가쥬아
-
제 아이디 입력해주시면 추천해주신 분과 제게 모두 만원권이 증정된다고 합니당 아이디...
-
공부 ㅇㅈ 4일차 12
흐흐 새롭게 올려봐요 이게 더 편한듯! 내일은 국어공부 꼭 할게요! 뉴런도 들을게요 ㅠㅠ
-
가오가 대학보내준 썰 14
고2때 얘기입니다. 저번에도 한 번 쓴 것 같은데 고2 2학기때 시험공부가 너무나도...
-
여드름낚네 3
ㅠㅠㅠㅠㅠㅠㅠ
-
진지글) 수능 직전 모의고사 성적에 일희일비 할 필요없음 32
재수 시절 의대관에서 11월 더프인지 강모인지 모르겠지만 수능 전주에 마지막...
-
국어 문학에서 그릇이랑 뭐 개야 짖지마라 시 여러개 묶어서 낸 그런 유형을 나는...
-
수학 22 29 30 줄건줘 물리 역학E 줄건줘
-
D-370 공부 0
-
D-6 ㄱㅂ 3
총정리 8-3 수특 현대시 총복습 불찍파 회독하기 작수 수학풀어보기 68 동아시아사...
-
수능은 올해 처음인데 4일전쯤부터 국어는 이감 1등급 3등급이 진동하고 수학은 원래...
-
후반부? 체감상 킬캠보다 살짝 어렵긴하네 선택이 기하라그런지 설맞이 88정도나오는데
-
ㅜㅜㅜ 지구황분들 도와주세요ㅜㅜ 빛이 이동한 거리가 공간팽창을 고려한 것인가요?...
-
생방송도 시간있으면 매번 챙겨보고 거의 5~6년간 봐온.. 근데 듣보기도 해서 좀...
-
저만 그런건가요 ㅠ 수능때도 비역학에 시간 많이 쓰면 답없는데..
-
이걸로 막 트집잡음?
-
광어회 한 접시 4900원은 진짜 못 참겠네요
-
몬스터 한잔의 여유 11
-
모고에서 항상 확통 30~40분씩 박는데 이거 맞나요? 보통 28 29 30에서...
-
반수하시는분들 전적대 17
라인이 어떻게 되세요??
-
하루에 국어 2개 수학 2개 탐구 하나씩. 시간 되면 수학 하나 더...
-
ts지만 꽤 맛이 좋다고 생각해요
-
제가 일본에 오래살았어서 일본인 여사친 몇명있는데 솔로인애가 한명있는데 예쁘긴하지만...
-
지구 질문이요 0
ㄴ선지가 틀림!! 가)그림이 t2일때고 t1일때 식현상이 일어나야하는건데 여기서...
-
표지가 꾸겨지고 찢어지고 난리도 아니네 ㅅㅂ...
-
덕코 수금 시간 8
덕코주세요...
-
야메추 6
야한 메뉴 추천
-
정석민 정병호 이명학 방인혁 오지훈
-
우와사데 아후레타 마치노 도코카
-
야동 추천해드려요 12
아니 야식 추천해드려요,,,
-
게임도 못 하고 머리도 나쁘고 일도 대충대충하는 돼지 스트리머가 어케 51만이...
-
낮아도 좋으니까 2등급이 목표였는데 요새 실모치는것마다 68~76점에서 오르지도...
-
물2 2블랭크는 씹ㅋㅋ. 탐구가 너무 쓰레기라 설대 끝자락 겨우되네
-
풀다가 손끝모고 푸니까 시간 쥰나 남음 살거같다..
-
미누형 1
올해 시뮬레이터 주는거야? 줄거면 이때쯤 줘야하잖아 D-5직전인데 ...
-
확통미적기벡 차력쇼에 과탐끼면 국어영어공부 언제함? 진짜 어질어질하다
-
Team이승모 화이팅!! ㅈㄴㅈㄴㅈㄴㅈㄴ 듣보 대목으로 부탁드립니다 평가원장님
-
지금까지 비둘기집 홀짝 모른채로 문제풀고 있었음; 뒷북 ㅈㅅ..
-
이거 나오면 먼가 많이 틀릴거같은데
-
뜨개하면서 잡생각은사라지고 지나간것들을 회개하믄서 다른의미의 도파민이생김 또약간...
-
44커하에 40찍먹 2번 했는데 수능때 2는 뜰래나..
-
지금 와서 친구꺼 써봤는데 걍 내꺼가 고장난거였음 심지가 고정이 안돼서 덜그럭...
1. 독도바다님 오랜만이에요! 시험기간에 공하싫 공감합니다 아앍 미술과제싫어 역사교양공부할래...
2. 뭔가 예송논쟁= 정통성 논쟁. 정쟁 비슷한거. 요렇게는 알고 있었는데, 서인/남인의 노선과 정책방향 이런거는 정말 생각해본적이 없다보니...되게 신선했어요. 하긴 걔네가 인맥만으로 뭉친건 아닐테고 현대의 정당 비스무리하게 뭔가 공유하는 가치관이 있었겠죠?
3. 경신대기근 때 중앙의 고위 관리도 죽어나가고 왕실 구성원도 죽어나갔다는 사료 보면 국가의 고위층도 자연재해에 죽어나갔다는 건데, 전근대 시기에 극심한 자연재해가 닥치면 국가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거에는 한계가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엇읍니다
1. 와ㅏ아ㅏ아ㅏㅏㅇ 오랜만이에요오
2. 정당과 완전히 일치시키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정치 집단의 특성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해요
3. 조선은 19세기까지도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연구 결과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중국이나 일본도 18세기쯤 해야 절대 빈곤을 벗어난다고 하는데, 둘보다 가난한 조선이 17세기부터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을 리 없죵) 절대 빈곤 국가에서는 생산량이 생존에 직결되는데, 2년 동안이나 생산량이 반토막만도 안 나왔으니 고위층이라고 어떻게 할 도리는 없었을 거에요
세상에
엇 아시는줄 알앗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