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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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잘 모르지만 문제 오류 논란이 생긴 것 같아 짧게 써봅니다.
우선 수능 수학(고등학교 수학)과 대학 수학의 차이점을 알아야 합니다. 12번 문제는 확실히 발문이 불명확하고 대학 수학의 관점에서는 오류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으나, 추론 능력과 문제 해석 능력도 중요시되는 수능이기 때문에 "모든 n으로 해석해야 풀리도록 설계했다" 라고 변명하면 더 공격할 수가 없습니다. 순수 수학의 관점에서는 오류라고 생각을 하고, 충분히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평가원이기 때문에 전원 정답 처리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사실, 순수 수학의 관점에서는 수능 수학의 출제 범위가 되는 고등학교 교과서의 많은 부분이 오류입니다. 극한의 정의도 오류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추상적인 자연어로 해놓았고, 요즘은 수정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연속함수의 정의도 잘못되었습니다. 미적분학에서 가장 중요한 미적분학 기본 정리(FTC)를 마치 자명한 성질인 것처럼 그림 하나 띡 그려놓고 넘어가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으며, 수열의 정의도 일반적인 정의와 다릅니다. (교과서에서는 초항을 a_{1}로 정의하지만 실제로는 n >= n_{0}인 모든 자연수 n에 대하여 a_{n}의 값이 정의되도록 하는 최소의 정수 n_{0}에 대하여 a_{n_{0}}를 초항으로 설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a_{-13}과 같은 표기도 가능합니다.)
어쨌든, 수능 수학은 학문으로써의 수학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무턱대고 학문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려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n을 모든 자연수로 해석하는 근거를 이전 기출문제에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셨고, 이에 대한 반박으로 이전 기출문제를 현 교육과정 내용으로 풀 경우 잘못된 답을 도출하게 되는 경우를 제시한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건 조금 다르다고 생각이 되는게, "자연수 n"의 해석은 교육과정이 바뀌더라도 크게 바뀌지 않지만 예시로 드신 문제의 경우 교과서의 서술/정의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틀린 답이 나오는게 당연합니다. 교과서 자체가 학문의 엄밀한 정의를 완벽하게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공격을 받으면서 수정되어 나가는거에요.
물론 이전 기출문제를 근거로 가져오는게 타당한가 역시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의 영역이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판단은 평가원에서 알아서 해줄거고,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엄밀하게 접근하는 것보다 사고를 유연하게 해서 어떻게든 답을 도출하는 전략을 배워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시험이 거지같고 엄밀하지 않더라도 정시라는 방법을 선택하신 이상 거기서 점수를 잘 받는 전략을 취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그게 너무 싫거나 어려우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죠. 정시가 꼭 답인 것도 아니구요.
번외로, 고등학교 교과서의 극한 / 연속함수의 정의가 얼마나 비엄밀한지 설명할 때는 다음 예시를 들면 됩니다.
(추가) f(x) = x^x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놀랍게도 1, 2, 3, 4번은 모두 연속함수이고 5번은 연속함수가 아닙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연속함수의 정의는 정의역에서 연속인 함수이기 때문에 1/x도 연속함수가 되고, 3, 4번의 경우 극한의 엄밀한 정의를 사용하면 연속함수임이 증명됩니다. (고등학교에서 정의하는 극한으로는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 생깁니다. 정의역이 1, 2, 3, 4, 5인데 x가 2로 다가갈 때 f(x) = x가 무한히 다가가는 값이란..) 또한, 5번의 경우 정의역이 양의 실수가 아니기 때문에 연속함수가 아닙니다. 정의역의 정의에 의해 x^x가 잘 정의(well-defined)되도록 하는 x는 양의 실수 + 음의 정수 + 분모가 홀수이며 분모와 분자가 서로소인 음의 유리수이고 양의 실수를 제외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처럼 학문으로써의 수학은 자연어적 해석이나 추론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엄밀한 정의에 입각하여 생각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수학과의 차이점이 명확합니다. 수능에 이와 같은 문제가 나왔더라면 교과서의 오류를 지적하는 연구 논문이 한가득 나오고 문제 오류로 또 말이 많을텐데 이런 유형은 출제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연속함수 문제에 대한 상세 해설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도 '손도 못 대놓고 이제와서 오류라고 우긴다' 라고 조롱하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04도 아니고, 애초에 수능판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딜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댓글들이 정말 살벌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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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보고 서울대 수리과학과 가기로 했다
조롱하는것들이 제일 악질인듯 더불타게함ㅋㅋ
그나저나 교과서도 수학을 재대로 알려주진 못하는군요
문제가 엄밀치 못한건 납득하나 생2 20번 드립은 그냥 에휴이인듯
그나저나 mathbb 님이셨네요. 글과 자료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연속함수의 정의는 작년에 수2 시간에 학교에서 발표하며 열변을 토한 기억이 나네요. 초코바 하나 들고서 “다음중 연속함수인 것을 모두 고르라” 는 문제를 냈었는데 아무도 못맞추다가 수포자 친구가 “사실 저거 다 답인거 아니야?“ 해서 초코바를 받아간 기억이... 그때 엡실론 델타 논법도 소개하고 했는데 애들 다 잤어요 ㅠㅠ
진짜 정자로기입하랄때 바지안내렸냐는 말이 개쌉공감임 ㅋㅋㅋㅋㅋ
우리 시험장에선 “또박또박” 기재하라고 나왔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드립 개웃기네
캬
개체수 음수도 인정 안했었는데 이게 정답 정정될 가능성은 0이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