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동생 다시 코칭하게 됐네요(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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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때 공부 제대로 안하고
(그때의 나는 어리석은 인간이었죠)
운 좋게 인하대를 붙었지만
외고 출신이라 그런지 연락 오는 친구들이
죄다 중앙대 이상 학벌이었고,
좌괴감을 많이 느꼈어요.
대학 들어가기 전부터
청소년 상담센터에서 상담도 받아보고
정신의학과 가서 약도 받아봤는데
제 마음이 특별히 좋아지지는 않더라구요.
대학 입학 때 코로나 시작된 시점이라
온라인 수업을 하는데
수업을 듣는 게 무지 어려웠어요.
수업 듣는 동안 숨 쉬는 게 어렵게 느껴졌죠.
결국 대학 공부는 나랑 안 맞다고 느끼고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서 수능 공부 더 해보겠다고
기를 쓰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죠.
그때 내린 결론은 세상에는 법칙들이 있고
그 법칙에 순응하거나(예: 감사하면서 살면 행복하니 감사하자)
그 법칙에 저항하는 힘이나 지혜를 가지면 된다
(예: 인간은 하늘을 날지 못하지만 비행기를 만들었기에 날 수 있다.)
라는 결론을 내리고 치열하게 나를 망치는 것들과 싸웠어요.
공부는 하루에 3시간 정도가 최선이었지만
그때가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우울증 약도 안 먹었고
어떻게 죽으면 될까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때 죽지 않고 살아준 과거의 저에게 감사하네요.
그러다가 인천에 다시 올라오게 되었고,
동생이 폰 중독으로 고생하고 있는 걸 보게 됐어요.
내신 성적도 안 좋은데 엄마랑 공부 문제로 마찰이 나는 게
너무 안쓰러워서 정시로 돌리게 했고
매일 하는 폰 대신 레고와 주말에 컴퓨터 게임으로 시선을 돌렸죠.
고1 2학기부터 정시 준비 시켰고
중간에 마찰이 쎄게 나서 몇 달 동안 코칭을 안하기는 했는데,
고2 11월까지 코칭을 해서
집모 기준
국어는 5(14~21학년도)에서 3(22, 23학년도)
영어는 3에서 2
수학은 완전 제로베이스에서 5까지 만들었죠.
근데 저는 동생이 발전한 모습은 보지 않고
제 기준에서 부족한 점을 많이 신경 쓴 것 같아요.
자꾸 몰래 폰하고 게임한 게 가장 큰 이유이기는 했지만
그런 동생을 안쓰럽게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책했죠.
내가 시간을 날렸구나.
내가 뭣같은 인간이니까 동생이 더 잘할 수 있게 하지 못했어.
아니, 동생이 이상한 인간이야.
여러 생각들에 사로잡혀서
동생이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고
스스로를 세뇌했어요.
동생 코칭을 그만두고
내 코칭법에 문제는 없으니 다른 사람을 코칭하면
그 사람은 성공하겠지 싶어서
오르비에 글을 써서 사람을 모집했죠.
여러 좋은 분들에게 연락이 왔고
처음에는 다 잘 될 줄 알았어요.
서울에 한 분을 코칭하게 돼서
처음에는 일요일 빼고 매일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는데
그분하고 코드가 잘 맞아서 참 행복했어요.
그분도 제 공부법이 이론상 완벽하다고 해주셨고
잘 되겠지 생각했죠.
그러다가 그분이 개인사정으로 그만두시고
저는 잠깐 공부를 내려놓고 방황했어요.
다시 모집을 했는데
다른 분과 또 코칭을 시작하려 했는데
그분이 반수를 하신다고 하셔서 불발됐어요.
그러다가 명절 날 만난 고2 사촌동생이
너무 정보가 없이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친구 코칭을 맡게 됐고,
매주 평일 이 친구네 집에서 먹고 자면서 같이 공부했어요.
근데 이 친구는 저 없이도 잘할 친구 같더라구요.
제가 해준 건 옆에서 공부해주고 공부 자료 가져다 준 거 밖에 없는데
중간고사에서 훌륭한 성적을 받아 오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없어도 잘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했어요.
최근에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몰입'이라는 책을 알게 됐어요.
서울대 교수님이 쓰신 책인데
그걸 읽으면서 내가 잘못된 문제를 가지고
몰입하고 있었구나 느꼈죠.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 내 인생의 여러 문제를 가지고
천천히 생각해보니
모든 걸 내 기준, 세상 기준으로 보니
우울해지고 불행해졌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교회에 안 나간 지 좀 됐는데
목사님이 주신 신앙서적을 펼쳐보고
'듣지 않는 자는 망한다'라는 구절에 꽃혀서
(저는 기독교인이니까)하나님의 말씀에 경청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요즘 성경을 읽고 있어요.
또 교회에 나가지 않는 동안
교회에서 적당히 알던 친구가
저를 많이 만나 주었고
그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제가 얼마나 편협 했는지를
느끼게 되더라구요.
성경을 읽으면서 기존에 제가 알던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이 새롭게 보였어요.
제가 원래 알던 하나님은 믿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제 친구가 믿는 그런 하나님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아무튼 새로운 관점으로 하나님을 보니
세상을 보는 관점,
기존에 나를 힘들게 했던 생각들도
새롭게 보이더라구요.
감사하면서, 매일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듣고...
그렇게만 해도 충분한데
자꾸 나도 다른 사람도 힘들게 하고
어느 라인 대학은 가야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행복해
생각했던 것들을 내려놓은 것 같아요.
그렇게 보니 지금 입시로 인해 스트레스를 쎄게 받고 있는
친동생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사촌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친동생을 코칭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세상의 기준에서
결과만을 추구하며 마음의 어려운 점을 외면하지 않고
그리스도인의 마음으로 과정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동생이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네요.
예전에 제가 동생을 코칭하는 걸 봉사라고 했지만
사실 동생을 좋은 대학 보내면
내가 좋은 코치로 인정받아서
저한테 코칭 받으려는 사람들이 생길 거라는 욕심이 있었어요.
물론 동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니
동생도 제 뜻대로 되지 않은 게 아닌가 싶네요.
이제는 제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에 맡기고
남은 시간 덜 아프고 더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나이로는 6수생이죠.
스스로는 6수를 온전히 하지 않았으니 그냥 N수생이라고 불러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제가 N수를 하면서 느낀건데
후회가 없는 삶은 거의 불가능한 것 같아요.
다만 매일 하루에 후회를 덜 하도록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어떻든 거기에 만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우울증을 핑계로
아직도 입시판에 있는 제가 할 얘기는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힘든 만큼 더 성장이 있고,
성장을 했다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목표가 저처럼 우울하게 사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삶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수험생분들을 생각하면
참 가슴이 찡합니다.
모두들 덜 아프고 더 행복한 하루하루 사시고
성장을 이뤄내서 미련은 있어도 후회는 크게 없는
그런 아름다운 수험생활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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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 ㄷㄷㄷ
아닙니다
그래도 좋은 말씀 감사해요
입시판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싶으시다면
지금같은 엮어낸 컨텐츠들 보다도 스스로 시험에서의 정량적인 실력입증후 전반적 학습 코치를 하신다거나 정말 한과목만이라도 실력을 만들고 문만이나 기출 분석, 해설서를 만드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전부터 글 보고있는데 약간 위태위태해보이십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수능에 미련남는게 보여요.
정확한 분석이네요
사실 제가 어릴 때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언어쪽에 감각이 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서 국어 문학 문제 만들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다만, 아직 1등급 성적을 받지 못해서 신뢰도가 없을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공부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변명을 하나 하자면 제가 다니는 병원 원장님도 그러시고 서성한 라인 정시로 간 제 형도 인하대 정도면 충분히 과외 수요가 있고, 제가 실력도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코칭을 하고 있어요.
실제로 제 동생이 코칭 받는 동안 진도를 혼자할 때보다 훨씬 많이 나가기도 했고(성적도 올랐죠)
제게 코칭받은 서울분과 사촌동생이 학원보다 더 관리 잘 해주는 것 같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또 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코칭의 ㅋ자도 꺼내지 않았을 겁니다.
전 그런거로 뭐라한게 아니고 본인이 진정 원하는게 뭔지를 아시는게 먼저일것 같아서 말씀드려봤습니다.
입시판이 좋아서 강사를 하고싶으신건지 아니면 그냥 미련이 남으신건지 이거 중요하거든요.
남에게 도움이 되고싶다! 나와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하겠다! 이건 사교육의 동력이 될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님 코치로 잘된사람을 보면서 단 한번이라도 열패감이나 열등감,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거라고 단정지을수가 없으니까요.
사교육은 결국 학생에게 성적향상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댓가로 금전을 받아가는거거든요.
정말로 위에 언급한 그런일이 없을것 같다고 생각되신다면 교사를 지망하시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 답글에도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언급하셨으나 결국 근거나 평가 기준은 고학력 전문직 의사, 서성한 라인의 친지의 발언이라는 점에서도 걱정되어서 답글답니다.
아하 열등감 문제를 생각하신 거군요.
저는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교육에 뜻이 있긴 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교사를 장래희망으로 써서 냈구요.
지금까지 약 2개월 코칭한 사촌동생이 내신에서 좋은 점수 받은 걸 보고 열등감은 전혀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램에 제 용돈까지 털어서 필요한 교재들 구입해줬구요.
물론 열등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좋은 대학 간 친구들이 서울로 대학 오냐 물었을 때 인하대 갔다고 솔직히 말을 못했고 제 친형이 좋은 대학 다니는 것도 부러웠습니다.
결론은 열등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제가 느끼기론 순수하게 제게 코칭 받는 분들이 다 목표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거에요.
정성스럽게 댓글 달아주시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장수생님 생각도 존중합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죠.
저도 예수님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해서 교회 안 나간 적도 많구요.
제가 성과를 못 낸 게 물론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죠.
공부 못하는 사람이라고 그 생각이 다 틀리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서울대 뱃지 달은 분이 제 공부법 글에다가 질문 남기신 것도
그 기준에선 아주 웃긴 상황이네요.
그럴 수 있죠. 네 님 말씀이 다 맞네요.
코칭 받는 사람은 충분히 만족한다고 하는데,
의사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 아들 과외 맡기고 싶다고 하셨는데,
코치가 '인하대 따리'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구요.
아들, 딸 공부 잘 시켜서 책 쓰신 부모님들 중에 학벌 안 좋으신 분들도
책 쓰면 안될까요?
뭐 어떻게 생각하시든지 저는 제 갈 길 가고 장수생님은 장수생님 가면 되는 거죠.
제가 장수생님한테 '저한테 코칭 받으세요' 권유 드릴 생각 없으니
서로 피해보는 건 없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형님 응원합니다
응원 감사해요
멋있습니다
자신을 입증하기 위해 애쓰시는 분같은데(이에 대해 부정적이진 않음), 아예 글쓴이분도 타수험생처럼 수능을 쳐서 원하시는수준만큼의 성과를 내서 입증하는 방식으로 가시면 될것같음.어차피 휴학중이면 더더욱 ㅇㅇ....
네 원래 수능을 치려고 나름 발악을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리시더라구요.
제 뇌의 해마가 약해져있다, 지능이 떨어져있다 말씀하시면서 우울증인데 왜 수능공부를 하냐고 좀 쉬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2년 정도 조언을 무시하고 제 나름 공부를 했는데, 마음만 괴롭고 생각만큼 공부가 되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면서 휴식을 어느 정도 취하면서 공부하는 중입니다.
결국 수능을 보긴 할거지만,
결과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다른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성적이 정말 안 나오면 다른 일 찾아가도 그만이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화이팅
멋져요. 저와 닮으신 분 같기도 해서 마음이 좀 더 가네요.(스스로를 지키려고 애쓴다는점?)
혹시 '네 마음이 어디 있느냐'라는 책 아시나요? 현승원이라는 분이 쓰신 책인데.
재수했는데도 좋은 대학을 못갔지만, 영어 학원 강사로 성공해서 3000억 벌고 엑시트한 분이라고 하더라구요. 한번 추천드립니다!
응원해용
응원해주시고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책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