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대생 강아지 [1072376]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3-10-12 07:34:45
조회수 4,339

장문) 내가 정말 하고싶은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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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을 배우면서 느끼는 점은 재밌기도하고 생각보다 할만하다


정말 단순한 감정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감정이다.


수의학은 다루는 대상이 동물일 뿐 실상 배우면 의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생명체의 생리학적 이론과 질병의 메커니즘의 이해, 그로 인한 해결책 제시.


재밌다. 재밌지만... '이것 평생 하면서 재밌어하며 살까?' 라는 질문에는 물음표이다.


재수해서 온 이 곳이 내가 제일 재밌어하는게 아니라니!


그럼 의대가 가고싶나? 처음엔 가고싶었다. 왜냐면 정신건강의학과가 너무 매력적이여서


몇년전엔 정신건강의학이 배우고싶다고 의대를 편입하거나 수능을 다시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주변의 의대생 및 의사형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서 정신의학이 ...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흔히 정신과의사를 하면 오은영박사님을 떠오르거나, 뭔가 내가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가서 "상담"하고 그리고 "약"을 받고 해결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실제로 정신과를 가면 상담은 1~5분내지로 끝나고, 그 다음부턴 약물치료가 다이다. 임상심리치료사분들도 내 이야기를 듣고 결과해석만 할 뿐이다.


나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귀담아 듣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그러한 여러 생각들 저 너머에 자리잡고 있는 핵심적이고 원초적인 심리를 이해하고싶고 알고싶어했다. 즉, 그 안에서 동일하게 적용되는 간결한 심리의 원리를 알고싶었다.


유튜브 영상의 알고리즘이 자신의 관심사라고 하지 않는가?


유튜브 알고리즘에 자주올라오는 영상들은 중 높은 비율로 심리학과 정신건강의학이 차지한다.


그렇게 관심이 많았는데... 알면 알 수록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적성이 안 맞았던 것이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성공한 우리 친척 형에게 진로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우리 형 아내의 친오빠분이 정신과의사다)


그 형은 극강의 현실주의자이면서, 굉장히 객관적인 편이다.


정신의학에 대해 물어봤을 때, 정신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면서 


자신이 느끼기엔 의대는 특정 무슨 과를 하고싶다기보단 그저 "사람"을 "의학적"으로 "치료"하고싶은 자가 적성에 맞다고 했다.


나는 사람을 치료하고싶은게 싫은건 아니다. 다만, 그걸 강렬하게 하고싶은게 아니고 엄청나게 관심이 있는게 아니다.


형은 나에게 직업에 대해 집착하지말고 정말 하고싶은 것을 찾으라고 했다.


"하고싶지 않은 직업은 내 꿈을 실현시킬 '수단'일 뿐이야. 정말 하고싶은걸 빨리 찾아서 하는 것이 인생에 제일 효율적이야. 싫은건 아니지만 어물쩡 하고싶은 직업..은 꿈이아니라 도구에 불과해. 물론 너가 하고싶은 직업이 있고 그 직업을 통해서 원하는 가치실현을 할 수 있다면 그 때부턴 수단이자 동시에 행복한 삶을 찾은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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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들을 정리하자면


수의학 = 매력적이나 이걸 평생할 만큼 재밌나? No


의학 = 난 사람을 치료하고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 그래서 매력적이진 않다.


정신과의학 = 잘 몰랐을 땐 크게 관심이 있었는데, 막상 구체적으로 들어보니 내가 원하는 건 정신의학이 아니라 심리학이었다.



당연히 사회적 지위나 돈은 의사가 수의사보다 더 높고 많이 벌겠지만


내 가치관에 있어서 명예와 돈은 큰 비중을 차지 하지않는다. (비중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심장내과나 영상 수의사 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현재 수의사의 인식이라면 나는 만족할 것같다.


딱 그 정도이다.




그럼 내가 정말 하고싶은건 뭘까? 이에 대한 질문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첫째, 앞서 정신과의사에 대한 나의 기호에 관한 고찰을 통해 나는 정신의학이 아닌 "심리학"을 배우고싶다.


심리의 원리에 대해 알고싶고 동시에 항상 요동치는 내 마음도 알고싶다.  


그렇게 내 마음을 먼저 알고 나면, 나처럼 생각의 쓰나미에 휩쓸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싶다. 


내가 그 고통을 아니까... 심리학 서적을 읽거나 관련 영상을 보면 가슴이 뛰는 나를 종종 발견하곤한다.



둘째, 나는 "수의학"이 재밌다. 


그래서 미래의 수의사로서 삶을 포기하고싶지도 않다. 


귀여운 동물들을 보면 가슴이 뛰면서, 도와주고싶단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지금도 봉사를 다닌다.) 


그리고 수의학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생명과학이라 배우는 과정에서 행복하다.


동시에 졸업하고나면 전문직이라는 라이센스도 나오고 굶어죽은 일은 없으니까!


아마 심장내과, 영상의학, 동물행동의학 셋중 하나를 하지 않을까...?




셋째, 알사람은 알겠지만 난 "교육"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다. 


전적대가 사범대였었고, 중고딩때는 선생님이 되고싶었으니까.. 학원일도 오래했다.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고, 어린 아이들이 이뻤고 사랑을 주고싶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공부할 때도, 이걸 어떻게하면 잘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할 정도이고, 또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매번 관심이 많았다.


가장 최선의 교육과정은 무엇일까? 단원배치는 어떻게 해야하고 입시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등등 이런 생각을 하면 즐겁다. 


또한 심리에 관심이 많다보니 교육적으로 어떻게하면 정서적으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에 관해도 마음이 쓰인다.




넷째, 나는  내 생각을 "서술"하는 것을 좋아한다. 


당장 이렇게 주저리 글을 쓰는 것도 좋아서 하는 것이다.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도 들면서, 이런 것을 글로 표현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향후에 내가 수의학이나 심리, 교육 이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으로 알게 된다면, 진실된 마음으로 책을 써보고싶다. 


뿐만아니라 소설이나 시를 읽으면서 그 맛을 즐기는 것 또한 재밌다. 


군대에서는 혼자 의무실에 앉아 자주 소설을 줄줄줄 써내려 보기도 했고, 전역한 지금도 이따금씩 단편 소설을 써보기도 한다.  (오글거리지만 재밌는걸 어떡함) 


가명을 걸고 소설을 써서 출판을 해보고싶기도 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 속에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기분이어서 행복하다!


써내려갔더니 속이 시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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