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해리케인 [763843] · MS 2017 · 쪽지

2023-11-16 21:21:40
조회수 1,670

수고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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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국어 어려웠죠?




독서 풀면서 만만하게 보려다가 


문학 첫 지문부터 뭔가 조금 무게감이 있더니


갈수록 머리는 지끈지끈하고 무겁고


뭔가 말린다는 느낌이 들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본 시험과는 많이 낯설었을 거고요




학생들에게 항상 수능은 너가 지금까지 본 시험보다 훨씬 낯설 거고


그 감정은 어떤 걸로도 대비가 안 되며


평가원스럽다는 것은 오히려 어떤 기조가 유지됨을 의미하기보단


겉으로 보여지는 모든 것이들이 바뀌는 성향을 의미함을


수능을 보기 전부터 수없이 강조했지만




사실 수능장에 막상 들어가면 모든 전략과 마인드셋은 녹아내리며


흐물거리는 정신 속에 그나마 남아있는 단단한 무언가가 여러분을 지탱하지 않나 싶어요




다른 과목들에서도 역경이 많았을 거예요. 


올해는 수학도 가르쳐서 문제지를 한 번 봐봤는데 역시 쉽지 않네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본 탐구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2.


평소보다 몇 문제 더 틀렸다고 여러분 인생이 망하는 거 아무 것도 없어요


그 반대 상황도 뭐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거 없고요




대다수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제대로 실감해본 적도 없는 나이입니다


오늘의 결과가 주는 가치를 


우리는 절대 감히 함부로 판단하고 단정지을 수 없어요




저는 4년이 지난 아직도 


서울대 물리과 가지 못 한 게


인생에 있어서 어떤 일이었는지 


판단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3.


여러분은 대학에 들어오면  


무수히 많은 역경을 마주칠 겁니다

 

대학의 레벨과는 상관 없어요


오히려 높으면 높을수록 많을지도 몰라요




그 역경은 그간 인생에서 겪은 것들에 비해 깊이와 난도가 가늠이 안 가


어쩌면 뿌연 안개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느낌만 들 수도 있습니다




그 수많은 도전과 고난들을 하나씩 겨우 해쳐나가는데


주위 친구들은 너무 쉽게 해결해나가는 것 같아요


난 숨이 턱 끝까지 차는데


애써 나도 웃는 표정을 지어봅니다




여러분에겐 오늘이 


그 첫 번째 날이었을수도 있겠네요




제가 하고싶은 말은








4.


우리 생각보다 


본인이 꼭 극복하고 버텨야 하는 도전들을 


온전히 마주하는 사람은 참 드뭅니다




오늘 꾸역 꾸역 버티고 


끝까지 싸운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하고 수고 많았습니다. 


우리 젊은 날들에 마주할 다른 도전들도 


오늘처럼만 대한다면 


분명 앞으로의 20대를 잘 해쳐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저 오늘을 버티고 온전히 마주한 본인에게 박수와 위로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정들을 오늘과 같이 대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20대의 절반을 채우며 쓰는 글입니다만


두서가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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