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콜콜 [1046947] · MS 2021 · 쪽지

2024-03-02 19:23:12
조회수 6,040

[칼럼] 물리학 기출은 이렇게 푸셔야합니다.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67495537

안녕하세요. 실콜입니다.

이번에 학교를 좀 옮기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말씀드린대로 오늘은 물리학1 칼럼입니다.


아, 들어가기에 앞서 해가 바뀌기도 했고, 또 제가 활동을 안 한지도 좀 됐어서

제가 누군지 모르실 분들이 제법 있으실 거 같네요.


저는 23수능에서 물리학1만점을 받았었고

작년에 물리1과 관련된 칼럼도 좀 쓰고 물리1을 가르치기도 하며 경희대학교 공대를 다니다가

얼마전 학교를 자퇴하고 이번에 새로운 대학에 들어간 사람입니다.


제 소개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사실 뭐 저를 어떻게 소개해야할지 감이 잘 안오네요 ㅜ)


보통은 물리학1 칼럼이라 하면 문제풀이를 하는데 있어 유용하게 쓰일만한 기상천외한 툴이나 풀이법들을 다루곤 하는데,

오늘 제가 쓸 칼럼은 그와는 궤를 좀 달리합니다.


오늘 제 칼럼은 여러분이 앞으로 물리학1을 수능 또는 내신까지 공부하시는데 있어 큰 줄기가 되어 줄 겁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오늘 제 칼럼을 읽으시고 물리학1을 아예 개념이나 기출부터 다시 시작하시려는 분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기본적이면서도 근본적이고 물리학1 공부에 관한 심도있는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자 그럼 잡설은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질문 하나만 던지겠습니다.


물리 기출 풀어보셨나요?


아마 대부분 '예'라고 답하실겁니다. (뭐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드릴 내용을 잘 적용하시며 향후 기출학습을 해나가시면 됩니다.)


그럼 질문을 추가로 좀 드려보죠.


기출 왜 푸셨어요?(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푸셨나요?)

국어나 영어처럼 물리도 기출 분석을 좀 해보셨나요?

(말투가 공격적일 뿐 절대 시비 거는거 아닙니다. 하핫)


아마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물리 기출을 풀어는 봤겠지만,

기출을 문제풀이 입문 N제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입문자의 경우, 물리학1 문제들의 풀이법을 익혀보는 정도,

어느정도 물리를 접해본 학생들의 경우, 그냥 뭐 평가원스러움(요즘은 그마저도 사라지고 있지만)을 잃지 않기 위해 푸는 정도에 머물고 계실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출을 접하는 경로도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문제 쓱 한번 풀어보고, 맞으면 넘어가고, 틀린문제는 해설지를 보거나 인강 선생님의 풀이를 보고 넘어가고 계실겁니다.


위의 모습들이 꼭 틀렸다고만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출을 '풀어'본 것에 불과한 것이지, 궁극적으로 기출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바를 다 얻어가지 못했음은 분명합니다.


그러면 대체 우리가 물리학 기출을 풀어보며 궁극적으로 얻어가야 하는것은 무엇일까요?

답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기출을 통해 얻어가야 하는 것은 '문제가 묻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입니다.


'잉? 이게 뭔 개소리야?'

자 우선 진정하시고 밑의 예시를 같이 보시죠.


2016학년도 6월 모의평가 20번입니다.


문제의 번호가 말해주고 있듯 당시에 킬러로 출제되었던 문항입니다.


아마 기출을 한번이라도 접해본 학생이라면 거의 필수적으로 한번씩은 풀어보는 문제일 겁니다.

'에이 뭐야. 이정도는 나도 풀 줄 알지..'

네 압니다.

이 문제는 이제 너무 대중화가 되어 많은 학생들이 수월하게 풀어내실겁니다.

(아직 안푸신 분들 괜찮습니다. 잠시 칼럼보시는 걸 멈추시고 한 번 풀어보셔도 좋습니다)

풀어보신 분들은 이 문제의 핵심은 보기의 ㄱ과 ㄴ을 뚫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걸 아실 겁니다.

ㄷ은 사실상 ㄱ과ㄴ을 풀며 찾아낸 것들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선지니까요.


여기서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질문이 좀 많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만, 여러분들이 글을 좀 더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실 수 있게 써놓은 것이니 양해부탁드립니다.)


ㄱ과 ㄴ 선지에서 묻고 있는바가 무엇인가요?


' 잉? 써있자나. 가속도랑 거리지 뭐야.'

예 맞습니다.

근데 평가원은 왜 당신에게 가속도를 묻고 있나요?

평가원은 당신에게 가속도를 물음으로써 뭘 평가하고자 하는 걸까요?

(쓰고보니 질문이 좀 철학적이어 보이네요 ㅋㅋ)


이를 알기 위해선 잠시 개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호흡이 좀 길어서 힘드실 수도 있으나 조금만 힘을 내주세요.

아마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해오신 공부의 꽤 많은 부분들을 바꿀겁니다.


가장 기초로 돌아갑시다.

속도가 뭔진 아실 겁니다.

단위 시간 당 변위가 속도죠.

그리고 속도의 종류엔 두가지가 있습니다.

순간속도와 평균 속도.


다시 질문 좀 드리죠.


혹시 평소에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시며 공부를 하고 계셨나요?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예. 제법 중요합니다.

교과서에서도 이 둘을 각각 소개하고 있습니다.

교과서가 괜히 이 둘을 구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둘의 경계는 이후에 나오는 가속도, 등가속도 운동에서의 평균속도 등 굉장히 주요한 주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둘의 경계를 명확히 하지 않는 순간, 이 후에 배울 개념들을 제대로 학습할 수 없습니다.

마치 국어에서 독서 지문을 읽을 때 앞부분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뒷부분에 가서 이해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과 비슷하죠.


각각의 정의부터 떠올려 보죠.

순간속도는 말 그대로 어느 순간의 속도를 의미합니다.

반면 평균속도는 시간(시각 사이의 구간)에서의 평균적인 속도를 의미합니다.


좀 더 명확히 구분지어 볼까요?

쉽게 말해 순간속도는 실제 그 순간의 물체의 운동상태를 반영합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속도계에 찍히는 숫자는 순간속도라고 볼 수 있죠.

반면 평균속도는 순간순간 찍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운동 과정이 끝나고 나서 측정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한데?


밑의 예시를 한 번 봅시다.

지금부터 제법 중요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둘은 속도의 종류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지만 둘을 결코 바꿔쓸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10분 동안 걸은 ‘평균’속도가 3m/s라 가정해보죠.

질문입니다.

제가 걸은 지 정확히 5분이 지났을 때 저의 속도(순간 속도)는 얼마인가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린 정보는 저의 ‘평균’속도니까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여기서부터 조금씩 개념이 확장되기 시작합니다.


방금 위에서 평균속도와 순간속도는 서로 치환될 수 없음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평균속도 정보만을 가지고 순간속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이미 여러분도 알고 계신 내용입니다.

바로 등가속도 운동이라는 가정하에서는 우린 평균속도 정보를 가지고 순간속도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등가속도 운동의 중간시각에서의 ‘순간’속도가 바로 운동 전체의 ‘평균’속도와 일치하니까요.


이것이 바로 등가속도 운동이 가지는 의미입니다.

치환될 수 없는 평균속도 순간속도의 개념을 교묘히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과서의 한 소단원을 등가속도 운동이 괜히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또,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푸는 대부분의 물리학1 시험의 문제들은 등가속도 운동을 다루는 것이고요.


자 그러면 가속도 얘기를 좀 해보죠.

질문 드립니다.가속도를 구하기 위해서 필요한 속도 정보는 순간속도인가요, 아니면 평균속도 인가요? (가속도가 일정하다는 전제하에.)

네 맞습니다 .‘순간속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3초일 때 순간속도가 2m/s, 5초일 때 순간속도가 4m/s라는 정보를 통해

가속도의 크기가 2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속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개의 순간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아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등가속도 운동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평균속도를 순간속도로 치환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죠.

따라서 우리는 등가속도 운동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두 개의 평균속도로도 가속도를 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

.

.

.


좀 오래 돌아왔습니다.


다시 위의 문제로 올라가 봅시다.

ㄱ선지부터 보시죠. 자 이제 이 문제가 뭘 묻고 있는지 아시겠나요?

우선 ㄱ선지에서는 가속도를 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에서 정리했듯 가속도를 구하려면 두 개의 순간속도를 알아야하는데,

문제 조건을 보니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두 개의 ‘평균’속도네요.


그러나 당황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역시나 아까 정리했듯 우리는 유일하게

등가속도 운동에서는 평균속도를 순간속도로 바꿔줄 수 있었죠.

아, 따라서 p에 진입하고 1.5초가 지났을 때 순간속도가 10m/s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다시 1.5초가 지나서 q에 진입하고 또다시 1초가 지났을 때 순간속도가 15m/s라는 것까지 알 수 있으며 따라서 2.5초 동안 순간속도의 값이 5m/s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가속도의 크기 2라는 것까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 평가원이 이 선지를 통해 묻고자 한 것은 

학생이 가속도를 구하기 위해선 두 개의 ‘순간’속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등가속도 운동의 주요한 특징인 ‘순간’속도와 ‘평균’속도의 치환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 이고,

또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결국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 ’평균‘속도와 ’순간‘속도간의 경계를 정확히 구분 지어서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죠.


어느정도 평가원이 뭘 평가하고자 하는지, 기출문제가 어떻게 교과서 개념과 연관되어 있는지 감이 오시나요?


결국 평가원이 문제를 출제함으로써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학생이 얼마나 깊이있고 정확히 개념을 학습했는지 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기출문제를 학습하시는 데 있어 비단 문제만 낼름 풀고 넘어가지 마시고,

이 문제가 학생에게 묻고자 하는 바가 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문제가 학생에게 요구하고 있는 개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개념들이 문제에서 어떤 관계를 통해 연결되어 있고, 

어떻게 문제에 적용되어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치셔야 합니다. 


글이 좀 길어졌네요.

우선 이번 칼럼은 이정도에서 끝마치도록 하고

아직 다루지 못한 위 문제의 ㄴ선지와 

오늘과 다음번 칼럼의 내용을 종합하여 작년 3월모의고사 17번을 다음 칼럼에서 함께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긴글 읽어주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부디 학습하시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궁금하신 내용은 댓글이나 쪽지로 남겨주세요.


아참 좋아요 한번씩만 눌러주시면 칼럼을 쓰는데 제법 큰 힘이 됩니다.

그럼 다음시간에 만나요 안녕~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