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속의 개구리 [1304935] · MS 2024 · 쪽지

2024-05-26 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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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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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6시엔 기상하리라


4시간... 3시간 아니, 1시간을 잘 지라도


6시에 일어나 이젠 해와 화해하고


예전처럼 달을 하루를 끝마칠 때만 보는 친구로 두리라


라는 결심으로 새벽 한시쯤 독서실을 나온 나에게


애석하게도 뜬 눈으로 어느덧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고


그렇게 6시가 다가왔다


이건 거짓이오


6시가 될 때까지 눈을 감지도 않았으며


6시를 기억하려는 알람조차 맞추지 않았잖나


방탕인지 허무인지 한심함인지


무언가를 뒤집어 쓴 내가


시계를 봤을 땐 이미 7시


산책을 하고자하는 마음이 촉발된건 아니었으며


그냥 노래 하나 진득하게 듣고자


슬리퍼 하나 끌고 나오며 시작된 아침 산책


아- 햇빛 참 좋다


새벽 달의 짓궂은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피시방으로 도망쳤던 지난 날들이 떠오른다


딱 이 시간, 아침에 나오면


어두컴컴한 기운으로 가득쌓인 피시방과


대비대는 햇살이 너무나 눈부셔 눈을 뜨지도 못했는데


그건 부끄러움이었던가


생각을 멈추고


아직 집 앞, 1층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상황


어디로 아침 산책을 떠나볼까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동네 산책로나 걷기로 한다


산책로로 가기 전 마주친


초등학교때까지 가족들이랑 같이 배드민턴 치던 작은 공터


왜 이끼가 있는거지

예전엔 풀들이 많았던거같은데


나무를 올려다보니


아주 우뚝 솟아올라있다


끽해야 10년 아니던가


10년만에 공터를 그림자로 가득 채울 만큼 


나무들이 위로 곧게 쭉쭉 커있었다


나만 홀로 변함없이 정체돼


침전되고 점점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느낌이 들 무렵


걸음을 옮겨 공터를 빠져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보행기의 도움을 받아 산책하는 노인을


뒷짐을 진 상태로 어딘가 죄송스런 감정을 느끼며 추월한다 


그리고 마주친 이름 모를 봄 꽃


꽃도 참 이쁘다


노랗고 하얀게


참으로 이쁘장하다


단순히 적당히 시원한게 좋아 가을을 좋아했는데


이런 꽃들과 푸르게 우거진 수풀의 녹음을 보면


되려 봄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걷다 도착한 산책로


우리 동네 산책로는 단순한 원형이다


달리 말하면


시작과 끝이 없는


내가 원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조금만 비꼬면


내가 포기할때까지 끝나지 않는


재작년이었나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단순히 마음정리만 하자며 이 산책로로 왔었다


근데 별안간 생각난 이 포기라는 무언가가 날 붙잡아


이 산책로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뛰는것도 아니고 걷는건데도 힘드냐며


포기할거냐며


그렇게 몇시간을 이 산책로를 돌며 보냈던가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근데 지금은


별 다른 생각이 안든다


산책로를 쭉 걷다


옆 주택 담장에 붉게 피어오른 장미가 보인다


참 이쁘다


그렇게 산책로의 1/4도 안되는 지점에서


샛길로 빠져버린다


하늘 참 맑다


오후부터 비 온다던데


그래서 더 맑은건가


작은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빼고 새소리와 사람 소리를 듣는다


멋진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를 사진 찍는 아저씨도 보고


상추인지 고추인지 무언가를 파는 노점상 할머니도 보고


이상하게 생긴


바오밥 나무처럼 괴상하며 통통하게 생긴


저 소나무를 보며



이제 집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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