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력을 위한 논문 초록, 서론 읽기(오버슈팅, 헤겔,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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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독서 칼럼 쓰는 타르코프스키입니다.
<오버슈팅과 구매력평가설> 지문은 2018학년도 수능 국어에서 가장 어려웠던 지문으로 꼽힙니다.
사실 환율의 오버슈팅은 1976년 이래로 이미 여러 논문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진 개념이었습니다.
물론 수험생이 모든 배경지식을 습득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훑어본 개념과 난생 처음 마주친 개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학계에서 논의되는 주제와 키워드들을 간략히 읽어만 보더라도, 개념들 간의 연결망을 통해서 고난도 국어 지문의 독해력(피지컬)이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주제와 키워드들을 누가 알기 쉽게 정리해주면 좋겠죠? 하지만 이미 수많은 논문 저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어떤 논문이든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엑기스만 뽑아낸 초록과 상세한 서론을 제시하기 마련합니다. 기본적인 문해력을 가진 독자가 본론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정보를, 전문 연구자 입장에서 간결하고 압축적이고 효율적으로, 심지어 저자직강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메이저 학술지의 서론과 초록들을 읽다 보면 해당 분야에서 중요하고 반복적으로 논의되는 개념들을 알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본론까지 들어갈 필요도 없습니다.
아래 사례를 봅시다.
나아가 통화 정책과 환율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고, 통화정책에 의한 환율의 변화는 Dornbusch(1976)의 오버슈팅(Overshooting) 이론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Dornbusch(1976)는 오버슈팅을 확장적 통화정책을 시행할 때 즉각적인 환율의 절하를 보이는 현상이라 정의하였다. 이후에 통화정책 에 의한 환율의 변화를 오버슈팅과 일치하는지, 아니면 지연된 오버슈팅 (Delayed overshooting)을 보이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일례로 최근의 연구 중에서 Seong-Hoon Kim, Sengman Moon and Carlos Velasco(2014, 이하 Kim, Moon and Velasco)에 의하면 Volcker 시기인 1979년 8월부터 1987년 12월까지만 20개월에서 36개월의 지연된 오버슈팅을 발견하였다. 이는 지연된 오버슈팅은 1980년대의 현상으로, 그 외의 시기는 오버슈팅과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지혜. (2017). 통화정책 충격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 -시변 구조적 VAR을 통한 분석. p. 2. 서론 중)
구매력평가는 이종통화 간의 교환비율인 명목환율이 각 국가의 화폐가 가진 구매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만약 명목환율과 물가의 비율이 동일하지 않다면, 국제무역시장에서 차익거래가 발생하여 균형으로 조정한다. 구매력평가의 유효성은 정책평가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평가자들은 환율의 과소평가 여부와 국내외 물가수준의 차이를 구매력평가를 활용해 판단한다. 그러나 현실은 무역장벽, 수요의 변화, 비교역재의 존재, 국가별 재화의 선호차이, 경제적 충격, 외화시장의 변화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Dornbusch(1976)는 외화시장의 변화나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경우, 명목환율은 급격하게 변하지만 물가는 즉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버슈팅 이론을 통해 지적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구매력평가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구매력평가에 대한 실증분석은 환율과 상대물가 간의 장기적인 균형에 집중한다. 1970년대 후반부터 구매력평가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구매력평가의 성립유무에 대한 확실한 이론 및 경험적 근거는 축적되지 않았다. 장기의 데이터와 고도화된 계량방법론은 구매력평가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데이터 사이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구매력평가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선행연구는 이론의 유효성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구매력평가는 의견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 (민대홍, 제상영, 윤종철. (2018-05-19). 북미자유무역협정 국가들에 대한 구매력평가 실증분석. 한국산업경제학회 정기학술발표대회 초록집, 서울. p. 25. 초록 중)
수능 국어에서는 아래와 같이, "환율이나 주가 등 경제 변수가 단기에 지나치게 상승 또는 하락하는 현상을 오버슈팅(overshooting) 이라고 한다. 이러한 오버슈팅은 물가 경직성 또는 금융 시장 변동에 따른 불안 심리 등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물가 경직성은 시장에서 가격이 조정되기 어려운 정도를 의미한다.", "장기에서의 환율은 구매력 평가설에 의해 설명되는데, 이에 의 하면 장기의 환율은 자국 물가 수준을 외국 물가 수준으로 나눈 비율로 나타나며, 이를 균형 환율로 본다. 가령 국내 통화량이 증가하여 유지될 경우 장기에서는 자국 물가도 높아져 장기의 환율은 상승한다. 이때 통화량을 물가로 나눈 실질 통화량은 변하지 않는다. ", "물가는 단기에는 장기 계약 및 공공요금 규제 등으로 인해 경직적이지만 장기에는 신축적으로 조정된다. 반면 환율은 단기에서도 신축 적인 조정이 가능하다. 이러한 물가와 환율의 조정 속도 차이가 오버슈팅을 초래한다.", "양국 간 교역 및 금융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A국의 환율 상승은 수입품의 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수출이 증대되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시장 개입을 가능한 한 자제하고 환율이 시장 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균형 환율 수준으로 수렴되도록 두어야 한다."라는 지문으로 출제되었습니다.
헤겔의 변증법 지문을 볼까요? 통상적인 설명문에 그치지 않고 후반부에 헤겔 철학에 대한 비판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더 까다로운 지문이었습니다.
헤겔 철학에서 예술, 종교, 철학은 하나의 동일한 영역, 즉 절대정신의 영역을 이루는 세 계기들이다. 헤겔은 예술로부터 종교로의, 종교로부터 철학으로의 이행을 주장하는데, 특히 전자의 이행에 있어 해석상의 여러 난점들이 존재한다. 이런 난점들은 우선 헤겔이 예술과 종교에 부여하는 특별한 성격과 관련되어 있다. 즉 예술과 종교가 모두 절대정신의 영역을 이루고, 근본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지니면서 그 형식에 있어서만 차이가 있다는, 다시 말해서 예술은 직관의 형식을, 종교는 표상의 형식을 갖는다는 헤겔의 입장과 관련되어 있다. (박배형. (2013). 직관에서 표상으로: 헤겔의 정신철학에서 예술로부터 종교로의 이행 문제. 헤겔연구,(34), 1-28. p. 1. 초록 중.)
헤겔의 모순개념은 자기관계하는 부정성을 본질로서 가지며, 이와 함께 부정적인 자기관계의 통일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이 모순개념이 헤겔 사변적인 논리학의 핵심적인 해명수단들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모순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는 헤겔철학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모순은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근저에 놓여있는 존재 자체의 추상적인 자기동일성을 부정적인 자기동일성 또는 부정적인 통일로 규정한다. 그래서 모순은 존재 자체의 객관적인 자기운동구조를 표현하고, 이 객관적인 모순개념이 헤겔철학의 핵심적인 방법론, 변증법을 형성한다. 모순개념은 그의 철학의 존재론적 원리이며, 존재의 자기운동의 원리이다. 모순 없이는 어떤 것도 자기운동할 수 없다. 또한 모순개념은 헤겔 철학의 서술원리로서 그의 방법적인 변증법의 운동근거이다. 모순개념은 존재 자체 객관적인 운동구조를 서술하고, 여기에서 존재의 본질규정들과 이것들의 관계방식들이, 그것들의 진리에서, 총체적으로 파악 된다. 헤겔은 모순개념의 객관성과 구조를 주제화하면서, 일반적으로 사유와 존재, 개념과 사태 자체, 실체와 주체, 논리적으로 말한다면 자기관계와 부정성의 부정적인 통일을 추구한다. 헤겔 모순개념의 객관성과 구조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는 헤겔 철학의 고유한 가능조건이자, 우리에게 있어서는 헤겔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근본적 인 전제를 형성한다. 모순개념의 객관성과 구조는 이러한 의미에서 부정성과 자기 관계 각각을 부정적인 통일로서 파악하고, 양자의 참된 통일을 이 부정적인 통일들의 부정적인 통일로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체적인 부정적인 통일은 이 때문에 정태적이라기보다는 중층적이고 역동적인 구조를 가지며, 여기에서 는 자기관계와 부정성, 사유와 존재, 주체와 실체 각각은 그 자체로 부정적인 통일 로서 전체적인 부정적인 통일의 계기로서 파악된다. 이런 의미에서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모순은 헤겔철학체계의 원리, 즉 주체성 또는 타자존재에서 자기존재를 규정하고 논증한다. (조종화 (2008). 헤겔 모순개념의 객관성과 구조. 헤겔연구, 23, 301 - 337. p.301. 초록 중.)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체의 인식론적 전제를 제거하고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인식에 착수하는 것이다. 헤겔은 여기에서 현상지를 참된 인식에로 전진해 가는 자연적 의식을 추적한다. 이어서 자연적 의식을 벗어난 지는 의식 장에서 다시 구체적 감각적 대상을 만나게 되고 헤겔은 이를 감성적 확신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지는 다시 가장 구체적인 감각적 대상에서 출발하는 동시에 자연적 의식에서와 동일한 극복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헤겔은 최초에 가장 순수한 존재와 가장 풍부한 인식 그리고진리의 본질이라고 본 감성적 확실성을 곧 가장 추상적인 그러고 가장 빈곤한 진리로 파악한다.
그러나 헤겔의 이러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가장 실재적인 대상의 현실성의 성급한 부정으로 귀項되었고, 이리하여 개인은 직접적-감성적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인식내용을 사유된 것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것은 헤겔 자신의 표현처럼 직접적인 현실성에 대한 의식의 파악을 절멸시켰을 뿐이다. 이것은 가장 구체적인 인식의 단계인 감성적 확신의 단계에서부터 사물의 객관성이나 현실성이 별 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리하여 칸트 속에 잔존해 있던 최소한의 유물론적 경향은 언어로 대표되는 일반자 개념에 의해서 곧 사라져버렸고, 이처럼 사물의 객관성이나 현실성 대신 언어 속에서 개념의 진리가, 즉 보편적 본질이 반영된다고 주장함으로써 헤겔은 자신의 출발점과는 모순되게 자연적 의식과 감각적 확실성의 입장을 처음부터 거부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인식론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나타나는 헤겔의 이와 같은 감성에 대한 경시와 물질에 대한 몰이해가 시대적 상황과 유리된 사변적인 자연철학을 가능케 하였고 결국 포이엘바하(Feuerbach)와 마르크스(Marx)로 대표되는 유물론의 저항을 불러온 것이다.(이강화. (2001). 헤겔에서의 경험의 의미. 철학논총, 24, 197-216. pp.197-198. 초록 중)
수능 국어에서는 아래와 같이 출제되었습니다.
"변증법은 대등한 위상을 지니는 세 범주의 병렬이 아니라, 대립적인 두 범주가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어 가는 수렴적 상향성을 구조적 특징으로 한다. 헤겔에게서 변증법은 논증의 방식임을 넘어,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즉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 ‘이념’의 내적 구조도, 이념이 시ㆍ공간적 현실로서 드러나는 방식도 변증법적이기에, 이념과 현실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며, 이 두 차원의 원리를 밝히는 철학적 논증도 변증법적 체계성을 지녀야 한다."
"헤겔은 미학도 철저히 변증법적으로 구성된 체계 안에서 다루고자 한다. 그에게서 미학의 대상인 예술은 종교, 철학과 마찬가지로 ‘절대정신’의 한 형태이다. 절대정신은 절대적 진리인 ‘이념’을 인식하는 인간 정신의 영역을 가리킨다. 예술ㆍ종교ㆍ철학은 절대적 진리를 동일한 내용으로 하며, 다만 인식 형식의 차이에 따라 구분된다. 절대정신의 세 형태에 각각 대응하는 형식은 직관ㆍ표상ㆍ사유이다. ‘직관’은 주어진 물질적 대상을 감각적으로 지각하는 지성이고, ‘표상’은 물질적 대상의 유무와 무관하게 내면에서 심상을 떠올리는 지성이며, ‘사유’는 대상을 개념을 통해 파악하는 순수한 논리적 지성이다. 이에 세 형태는 각각 ‘직관하는 절대정신’, ‘표상하는 절대정신’, ‘사유하는 절대정신’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실질적 내용을 보면 직관으로부터 사유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외면성이 점차 지워지고 내면성이 점증적으로 강화ㆍ완성되고 있음이, 예술로부터 철학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객관성이 점차 지워지고 주관성이 점증적으로 강화ㆍ완성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날 뿐, 진정한 변증법적 종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직관의 외면성 및 예술의 객관성의 본질은 무엇보다도 감각적 지각성인데, 이러한 핵심 요소가 그가 말하는 종합의 단계에서는 완전히 소거되고 만다.변증법에 충실하려면 헤겔은 철학에서 성취된 완전한 주관성이 재객관화되는 단계의 절대정신을 추가했어야 할 것이다. 예술은 ‘철학 이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이다. 실제로 많은 예술 작품은 ‘사유’를 매개로 해서만 설명되지 않는가. 게다가 이는 누구보다도 풍부한 예술적 체험을 한 헤겔 스스로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 때문에 방법과 철학 체계 간의 이러한 불일치는 더욱 아쉬움을 준다."
위 논문들은 대부분 KCI 등재지에서 가져온 것이고, 절대 이해할 수 없거나 지엽적인 주제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최소한 초록이라도 읽어보고, 축자적 의미를 동원해서 때려맞추는 연습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위 초록 등에서 언급되었지만 아직 출제되지는 않은 주제들과의 연관성, 연결망도 염두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통화정책 이외에 물가의 경직성을 결정하는 요소들, 경제학적 이론이 현실에서 경험적 근거로 검증될 수 있는지의 문제, 헤겔의 변증법이 마르크스의 유물론으로 이어지는 흐름, 칸트 속에 잔존해 있던 최소한의 유물론적 경향(유물론과 관념론의 차이)에 대한 호기심 등을 가지고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개별 지문의 파편적인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고, 개념의 덩어리들, 네트워크들의 감각을 익혀야 합니다. 앞으로는 Know-how가 아니라 Know-where의 시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숲을 보고 나면, 앞으로 만나게 될 지문은 대부분 익숙하게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편에는 갈래별로 읽기자료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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