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학 선생님의 두부썰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69114962
수학실모라는 것의 정체성 및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어제 쓴 글을 보충해보려 합니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이명학 선생님의 썰 하나 보고 가시겠습니다.
외국에서 받은 충격 #1-두부편 (youtube.com)
이 영상에서는 칼닦는 두부를 맛보는 선생님의 모습이 코믹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이 두부는 그냥 칼만 닦으라고 갖다놓은 것인데,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이 너도나도 문득 칼닦는 두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하나 둘씩 호기심에 이걸 먹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손님들 사이에 이 두부가 맛있어야 찐맛집이라는 믿음이 생기고,
몇몇 레스토랑도 이러한 손님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
칼닦는 두부에 간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메인 요리로 내세웁니다.
그 결과, 손님들도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이 칼닦는 두부가 얼마나 맛있는 지에 주목하게 되는데요.
칼을 닦은 후 이 두부를 맛있게 먹어야 메인요리도 잘 소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서
레스토랑 맛집=칼닦는 두부 맛집
으로 통하게 됩니다.
이상, 현재 수학 실모 메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예시로 들어보았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수학 실모를 선택할 때
개별 문항의 퀄리티가 좋은가? 배울점이 많은가?
등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요소들이,
위의 예에서 '칼닦는 두부의 맛'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실전모의고사는 100분이라는 시간을 시뮬레이션 하기 위한 용도입니다.
시간을 정확히 재고,
100분동안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체크하면서
부족했던 사항들을 복기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쉬운 문제 같은데 풀이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일단 넘어갈 지 조금 더 붙잡을 지 자신만의 기준 세우기.
다른 문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마인드컨트롤 하는 연습 등등...
풀이방향은 보이는데 계산실수가 계속 나올때:
자신의 풀이에서 계산실수를 잡아내는 연습, 그 과정에서 긴장하지 않고 의연함을 유지하는 연습 등등...
풀긴 했는데 정답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문제가 있을 때: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검토하는 방법 고민,
만약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다른 문제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어떻게 마인드컨트롤을 해야할 지 고민 등등...
이 외에도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합니다.
특히 수학실력에 비해 점수가 나오지 않는 케이스라면 더더욱 다양한 훈련 소재가 있겠죠.
이러한 연습을 하려면,
실전모의고사는 수능과 유사한 난이도와 단원 배치, 문항의 서술을 하고 있어야할 것입니다.
이 30개의 문항은 그저 여러분들이 실전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재료일 뿐이에요.
개별 문항 자체로 어떤 수학적인 교훈이나 가르침이 적더라도
이런 훈련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계산실수는 소위 배울점이 많은 문제에서만 하는건 아니죠.
오히려 그와 정 반대인, 계산량이 다소 많은 문제에서 계산 실수가 나기 쉬울 것이고
이 문제가 더 좋은 훈련 재료가 될 것입니다.
(물론 계산량이 너무 많으면 수능과의 유사성이 떨어지겠죠. 그래서 '다소 많은 문제'로 한정하였습니다.)
또한 풀었는데 확신이 없는 상황은, 수학적인 교훈을 주는 문제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리어 문제들이 저마다 수학적인 의미와 교훈을 담고 있으면
아무래도 난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고, 그와 별개로 수능시험지와의 유사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수능은 출제자들이 여러분들에게 수학적인 의미와 교훈을 가르쳐주는 시험이 아니라,
0점부터 100점까지 줄을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배울점이 있는 문제들도 출제되지만,
어떻게 하면 만점자 수나 등급컷을 원하는 수준에 맞춰서 줄을 잘 세울 수 있을 지가 중요한 시험입니다.
따라서 저는 실전모의고사에서
문항 하나하나마다 여러분에게 어떤 수학적인 교훈이나 가르침을 줄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듭니다.
칼닦는 두부는
칼을 넣었을 때 뭉개지지 않도록 어느정도 단단하고,
칼이 잘 닦일 수 있도록 깨끗하면 될 것입니다.
맛있는 두부가 먹고 싶다면 두부를 요리하는 식당을 가면 되지,
레스토랑에서 칼닦는 두부를 먹어야 하는건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문제로부터 수학적인 교훈이나 가르침을 얻고 싶다면
N제나 인강 교재 또는 기타 시중 문제집에서 찾으면 충분히 많을텐데
이걸 실전모의고사에서까지 찾아야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
이 글은 제가 2020년에 모 카페에 썼던 것을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원본은 2018년 오르비에 있구요.
(링크: https://orbi.kr/00018649894 )
이렇게 4~6년전의 저는 변화하는 실전모의고사 시장에 대해 의문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것이 도움이 되니까 유행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실전모의고사라는 것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동안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수학 실모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
현재까지 내린 결론은 어제 쓴 글에서와 같습니다.
즉,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꼭 두부로 칼을 닦을 뿐만 아니라 그걸 맛보는 것도 학습에 도움이 되지만,
(실모 한 세트를 푸는게 재미가 있고, 집중이 잘 되며, 어렵게 나오는 시험을 대비할 수 있고,
여기에 모래주머니 효과까지.)
그외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두부의 맛까지 볼 필요가 없고 두부로 칼만 잘 닦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그 두부의 존재 이유이니까요.
이러한 점을 떠올리면서 실전모의고사를 학습해보시면 어떨까하여 몇 자 더 적고 갑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노인네들 벗은몸 매일같이봐야함;;
-
난 합격증 올리려고 공부했는데 아 ㅋㅋ 뒤졌음뇨
-
어그로 ㅈㅅ요 진학사 갑자기 ㅈㄴ 짜진거 나만 그럼? 서성한중 라인임
-
절대 대학 비하하는거 아님 걍 내 선호도가 성신여대>>>국숭세단 이건데 성신이 9칸뜸 쓰면 바보일까
-
의사분들연봉 0
의사분들연봉이 그렇게높나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봐요
-
대성 김민경t 7
어디 가심? 과외 학생한테 추천해줄려고 찾아봤는데 없어지셨네요...
-
킹갓 외대는 옥상도 개방해주나요?
-
기하 관련 소신발언 16
제2외국어가 왜 수학영역에 있죠?
-
T1 팩트체크 3
Roach 코치 영상 길이 - 13:13 Zeus 영상 길이 - 2:56 또다른...
-
방구해야됨뇨 2
이건 중의적 문장임뇨
-
배기범T 필수본 강민웅T 물아일체 중 무엇을 들을까요 둘다 한번 들었는데 기범T...
-
합격증 사진 올리고 1. 불 모양 이모티콘 만 쓰기 2. 민족성대, 청년서강,...
-
물론 이후는 모름
-
알바 끝 0
근데 너무 편한데
-
미적이랑 확통 표점차가 5점밖에 차이 안남 작년엔 11점 차이여서 그냥...
-
n수생 분들 중 아시는 분 있나요?
-
4점인가 오르긴함
-
기분 조아짐뇨
-
가질 수 없다면 0
부수겠어 3월까지 어떻게든 쇼부를 내겠어
-
반수해서 미적 1
3에서 1로 올리기 가능한가요? 국어는 올해 배운거랑 내년에 나올 새 커리랑 별반...
-
전 1지망에 교과가 없어서 응 내신 좀 망해도 ㄱㅊ아 생기부 채우면 그만이야~...
-
생1 지1 0
둘중에 뭐가 더 고였나요??
-
진학사가 영어 높게잡아놨구먼 656점되버림;;
-
메인 회전률 엄청 빠르구나 오늘
-
"메이저 의치한수"에 최적화된 과탐과목이 뭔가요???? 6
난이도도 나름 괜찮아야하고 통수 맞을 일 없고 한개틀렸다고 3등급으로 내려갈일도없고...
-
ㄱㄱ
-
연대가 표본이 적음 ㅡ> 아래 라인이 박터짐, 근데 또 표본 적다고 연대 들어가기는...
-
멘탈이 나갔을때랑 안 나갔을때 공부든 게임이든 행동의 결과가 별 차이가 없는 스타일이 있나요??
-
커뮤에서 아무리 뭐라해도. 어른들은 연=고 서=성=한 으로 생각하던데
-
대형과 4칸 1
교대 4칸 쓸만 한가요..?
-
중대vs경희대 7
중대 영문 8칸 경영 경제 5칸 경희대 빅데이터 응용 7칸 경영 8칸 경제 9칸인데...
-
사실 안괜찮습니다... 반갑습니다, Team. KUKLL입니다. 지옥과도 같은...
-
낙지 0
진학사 내점수 최종컷에서 70점 차이나는 과 스나 가능해요?
-
아파서 돌연사 한 거니까 인생 망나니처럼 산 대가라고 생각해 주세요 죽으면 내 폰은...
-
1차때 한명 빠지고 3차까지 한명도 안빠져서 2번 됐습니다… 12명 뽑는...
-
1학년 1.0으로 마무리하긴 했는데 솔직히 2년 그냥 수능에 박으면 의대 갈거같은데...
-
댓글로 어필해주시길
-
적금으로만 2천 만원? 개꿀 ㅋㅋ 이런 마인드로 가야 가고 싶은 마음 들 듯.. 걍...
-
ㄷㅈㅅㅂ 4
도지 시발
-
군수생 달린다 1
월요일 오프까지 수능공부 달린다
-
한양대 0
한양대식 943.66인데 어느정도 될까요..
-
문과 사탐애들이 3
문과 지원하는데 물변표 나온거가지고 슬퍼하는 글에 왜 사필귀정이니 뭐니 하는건지...
-
새터x 오티x 입학식x 힉교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름
-
맨날 엔버만 키웠음
-
없음
-
중앙대야 잘있어 9
자퇴해야지
-
나만의 평화로운 오르비가 또.
-
특권
칼닦는 두부 썰 개웃긴데 ㅋㅋㅋㅋ
이명박으로 봤다
감옥갔다와서..
불미아가..
마파두부덮밥 땡긴다
이명학쌤 저번에 두부 외상으로 사가시는거 봤어요!
님아.
…;; 부끄러운 줄 아세요
아 나도 하려다 참았는데 이눔아
좋은 글에 개추 누르고 갑니다 !:)
두부두부두부 으쌰으쌰으쌰으쌰
와.. 비유가 정말 .. 잘 읽었습니다
이두부 맛있게 맵다!
결론은 기출이다인가욤
순두부도 되나요?
취두뷰면 어떻게함 ㅈㅅ..
댓글 개썩창 났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