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황 챠 [1355514] · MS 2024 · 쪽지

2024-12-16 22: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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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나의 첫사랑은,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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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심술이 가득 담긴 짧은 답장을 끝으로 나와 A의 채팅 창은 한동안 울리지 않았음.

이 정적을 깬 건 봄방학이 끝나갈 무렵, A가 보낸 "화났어?" 라는 문자였음.

그런데 생각해봐, 내가 뭐라고 답장을 할 수 있겠음.

나 혼자 좋아하고, 나 혼자 토라지고, 나 혼자 심술부린 결과인데...

그래서 난 그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중학교 3학년을 맞이 했음.


시간이 흘러 5월이 되었음.

5월은 중간고사의 끝과 함께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라 많은 학생들이 은사님을 찾는 시기임.

나는 딱히 뵐 은사님이 없어서 스승의 날은 그저 지나가는 이벤트에 불과했지만,

이 해 스승의 날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음.


이 날은 아주 많은 우연이 겹친 날이었음.

담임이 나에게 방과후에 고등학교 입시 상담을 하자고 했고, 우리 반 애들이 사고를 치는 바람에 그 상담이 미뤄져 난 기약 없이 교무실 앞에서 기다려야 했고, A는 자신이 찾으려는 은사님의 전근 소식을 듣지 못해 우리 학교를 찾았음.


그렇게 우린 교무실 앞 복도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음.

인사를 해도 되는 걸까 고민하며 서있는 나에게 A는 손을 흔들며 달려왔음.

그러곤 답장이 없어 걱정했다며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시무룩한 얼굴을 해 보였음.


그 순간 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음.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건데, 난 이 다정이, 이 목소리가 사실 아주 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시무룩한 이 얼굴이 사실 꽤나 귀여워 보인다고.

아, 난 아주 망했구나.


그래서 난 이 마음을 더는 부정하지 않기로 했고 그의 질문엔 그저 3학년을 올라가는 시기라 바빴다고 둘러댔고

그 애는 그 허접한 변명을 웃으면서 그렇구나 받아줬음.


그렇게 우린 아주 쉽게 화해했고, 난 내가 진학하고 싶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A에게 입시를 핑계로 연락할 수 있게 되었음.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행복했음.


또 시간이 흘러 9월이 되었고, A를 다시 만난 건 중간고사가 끝난 무렵이었음.

A가 이번엔 우리 반 담임을, 그것도 수업 시간에 찾아온 거였음


담임은 평상시 친하지도 않던 A의 갑작스런 방문을 의아해 했고

멀끔하게 사복을 입은 고등학교 선배의 방문에 여학생들은 꺅꺅 거렸고

평상시 후배들을 잘 챙겼던 A였기에 몇몇 남학생들은 A를 반가워 했음.


A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축에 속했기에 담임은 그를 교실에 들어오게 해 후배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주었음.

후배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친절히 답해주는 A를 보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했음.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너무 반가웠음.


그리고 마음 한 켠엔 혹 나를 보러 온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가 싹 텄지만

내 눈을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 그를 보며 이건 그저 내 망상이라 결론 내렸음.


그런데 그날, 하교하기 위해 나선 길에


우리 학교 정문 앞에 기대어 서있는 A를 보며.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풋 웃으며 나에게 달려와 내 가방을 빼앗아 들으며


"데려다 줄게, 가자."


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어쩌면 내 판단은 성급했음을,

그리고 어쩌면 내 첫사랑은 해피엔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음.


5탄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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