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용) 고전문학에 관한 텍스트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70925629
중등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한국 고전문학의 중요한 작품과 작가, 그리고 문예사조 등을 배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중등교육은 대학 입시를 위한 중간 단계로 인식되어 있으므로, 중등학교의 한국 고전문학 교육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입시를 위한 지식 습득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갖고 있는 고전문학에 대한 지식은 중등학교까지의 고전문학 교육 과정에서 암기한 것인데, 그 암기하는 내용도 학생 스스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교사가 알려주거나 참고서에 나온 내용을 외운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한국 교육에서 일반적인 것이지만, 중등학교의 한국 고전문학 교육은 다른 분야보다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고전문학은 현재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식을 암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학생들은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학생뿐만이 아니라 고전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도 마찬가지여서, 교사와 학생 모두 '고전문학은 그저 귀찮은 과목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전문학에 대한 현재의 이런 인식은 고치기 어려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학의 학부과정이 학문의 연마를 목표로 하지 않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적어도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세계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어야 한다. 고전문학 교육은, '민족의 고전'을 배운다는 식의 거창한 목표보다는, '과거를 이해하는 한 방식을 배운다'는 소박한 목표를 설정하는 편이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중략)
일체의 과거를 부정하는 것으로 출발한 20세기 초 근대문학 작자들은, 그들이 계승해야 할 고전문학이라는 개념을 거의 설정하지 않았으므로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문학을 창조해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러나 1926년 경성제국대학의 개교와 더불어 '조선문학'이 대학의 전공과목으로 개설되면서, 학술적으로 '한국의 고전문학'이라는 연구 대상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현재 우리가 고전문학이라고 얘기하는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1930년대 한국에서 이러한 이중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즉, 청산해야 할 유산인 동시에 연구해야 할 가치 있는 전통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1945년 이후에는 일시에 변해서 과거의 모든 문학작품은 고전이 되어 제도교육에서 가르치는 고전문학의 범주에 포함되게 되었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에서 고전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오랜 기간 객관적으로 그 가치가 인정된 문학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과거의 문학작품을 가리키는 용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1910년 무렵 서울의 세책집에서 빌려주던 《춘향전》을 읽는 독자나 세책집 주인은 '40년쯤 지나면 《춘향전》이 대학에서 가르치는 중요한 문학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열심히 한시를 짓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100년이 지나면 한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과거의 문예 장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거대한 사회적 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가치가 뒤집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데, 여기에서 문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의 각 대학에서 대학생에게 권장하는 책 목록을 보면 《논어》나 《사기》와 함께 《춘향전》이나 《청구야담》이 들어있고, 중등학교에서 다루는 고전문학은 한글소설이나 사설시조 같은 서민의 통속문예물이 사대부가 지은 한시나 시조보다 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략)
근대 국민국가 건설에서 자국의 자랑스러운 고전문학 전통을 세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므로,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랑스러운 고전문학의 유산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고전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을 발굴해내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지만, 작품을 발굴해내는 일은 이제 한계에 왔다고 보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전문학을 어떻게 연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뛰어난 작품이라 얘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고전문학 연구를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 이윤석(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고소설 전공) 저. '서장 : 한국 고전문학이란 무엇인가'.
이야기의 연행(performance of narratives≒story-telling)이 공동체의 경계를 만드는 효과를 창출한다고 할 때 연행을 통해 구성되는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젠더(gender), 가문, 계층 등의 내적 동일성을 표상하는 집단으로서, 포함과 배제를 핵심 기제로 하는 이른바 '닫힌 영역'이다. 이는 균질적 가치로 채워진 공간이며 구성원이 내면에 품고 있는 정념(집단에 대해 품고 있는 소속감이나 동질감, 자부심 등)을 통합 매체로 삼는 영역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는 구성원에게 일원적이고 배타적인 귀속과 집단적 정체성에의 동화를 요구한다. 따라서 집단적 정체성을 지시하고 훈육하는 연행은 집단적 동일성으로서의 동화와 배제- 자발적 복종으로 불리는 -에 기반한 공동체로의 귀속과 자기동일적 시나리오를 강제한다는 측면에서 고도의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는 표준화 기제일 수 있다.
(중략)
옛 이야기는 종종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삶의 모든 실존적 질문들에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답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양날의 칼처럼, 이야기는 우리를 억압과 순응의 길로 안내하여 우리들 스스로 자신의 불행을 인식하지 못하기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가장 치열하게 우리가 처하는 실존적 모순과 삶의 불합리에 직면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효과에 대한 낭만적 기대는 이야기의 칼날을 잘못 휘둘러 우리들 자신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순응의 길을 완전히 벗어나 일탈과 반항만을 일삼을 수도 없고, 오로지 사회적 규범과 표준화의 틀에 적응해 살아갈 수도 없다. 이야기가 사회적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오른손의 길'을 안내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이 길만을 쫓아갈 때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인간 실존의 모순적 상황에 기인한다.
- 김영희(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구비문학 전공) 저. '이야기의 연행과 전승'.
이상 이윤석 외 4인 공저.《한국 고전문학 읽기의 맥락과 지평》. (다락원, 2015).에서 발췌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갖고 계신분??
-
우만수 종강때 오프닝에서 보여주신 명언 기억나시는 분?
-
친구랑 얘기가 나와서 투표 올려봄니다
-
찬우쌤 프리패스를 방금 샀는데요 생글은 강좌담기로 담아지는데 잡도도해는 안담아져요ㅠ...
-
심찬우쌤 이적 0
1. 시대인재+예섬 현강 2.오르비 인강 (당분간!이라고 말씀하심)
-
심찬우 솔직히 15
(가)시에서 화자는 기린이 울기를 지향하는데 울지못하니까 내적갈등이고 그 상황이...
-
종강에서 모두가 반대하는 곳, 자기랑 색이 가장 다른 곳이라고 밝힘 그럼 뭐다?...
-
찬우쌤 왈 10
내년에 찬우 쌤 들으려고 문자로 어디서 들을 수 있냐고 여쭤봤더니 찬우 쌤 왈...
-
심찬우 콘서트 5
11시59분에 들어갔는데 로그인 하라해서 하고 다시 들어오니까 튕겨서 실패했다...
-
올해 김승리랑 강민철 인강 들었고 내년에 현강 갈건데 객관적으로 누구 들어러 가는게 나을까요 ㅊㅊ좀
-
공군 아이패드 1
공군가면 아이패드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으면 셀룰러모델로 준비해야되나요?
-
기존 프리패스 있던 학생은 이미 심천지 되서 알아서 살 거니까 안 챙겨주고...
-
투표해주시면 감사하겠씁니다
-
사탐런 과목추천좀 12
생지였구 생명만 런할건데 사문이랑 생윤중 고민중임 사문으로 런 많이쳐서 고였다고...
-
현재 재수종합반 다니는 중이고 학원 과제+국일만, 마더텅 따로 푸는 중인데 문학이...
-
심찬우쌤 커리 3
지금 생글 끝나고 생감 듣고있는데 생감 듣는동안 생글 에필로그 다 끝냇으면 마더텅 돌려듀 되나요
-
심찬우t 1
심찬우쌤 풀커리 들을 것 같은데 강의 들으면서 강의 교재 말고 피램이나 마더텅...
-
심찬우 책 질문 3
심찬우T 책중에 에필로그 이거는 강의없이 혼자 하는건가요? 활용 방법이 어떻게 되나요
-
고전시가노베라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고전시가 커리는 따로없나요?
-
수업방식이 체화하기 힘드나요.ᐟ 심상그리는걸 체화하기 어렵더는 말을 본적이...
-
심선생님 4
심찬우 선생님. 과연 내 최고의 선생님이라 말할 수 있는, 정말 존경한다 배울 점이...
-
다 알려주세연 #심찬우 #goat 아님 어디에 나와있나요?
-
얼마나 기다린지 모르겠다.. 저녁때쯤 올라올거같긴한데 계속 걸뱅이리롤하게되네.
-
심멘… 결국 3
심멘이시여.. 결국 당신의 바램대로 되는군요.. 그러나 못난 제자는 우당탕탕 풀어서...
-
생글생감 1
심찬우쌤 생글생감 개별 강의를 구매하면 강의 책 (주교재, 에필로그)도 같이...
-
어제 심찬우쌤 기테디 종강날이였는데 마지막에 대한민국의 세대갈등 + 비정상적으로...
-
왜 기적을 바라면서 기적같은 노력은 하지 않는가 핑계거리는 어디서든 찾아내면서...
-
일단 타임라인이 한 시간 반, 두 시간 반 찍혀있는 거 보고, 배속도 1.4가...
-
심찬우T 프패 끊었는데 안되는데 이거 기다려야하나요? 1
심찬우T 프패 끊었고 구매기록에도 구매했다고 되어있는데 생글생감 들어려고 하니...
-
생글생감 교재 1
너국만 문학,비문학, 생글생감 교재 총 3권을 구입했는데 1권 생글생감이...
-
수강생 몇 명 정도 있어요??
-
복습할때 복습시트 보는게 의미가 있나?.. 그냥 달달 외우는거 밖에 거 되는거 아님?…
-
에필로그로 쓰이는데 많길래..ㅠㅠ 답변해주면 덕코드릴게여! 심멘 심찬우 에필로그
-
안녕하세요 여러분~~ 시험 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하신 여러분들을 위해...
-
저번주 분당 현강에서 주황가디건인데여 오늘 생일이에요 혹시 글 보시면 가습기...
-
심찬우쌤 인강 들을려고 하는데 잇올에서 오르비 클래스 못 듣나요…
-
담주 토일월수 15-18시 오르비클래스 꼭 들어오세요. 18
안녕하세요 여러분~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이제 명절도 끝났으니 갓생 살기로 다짐한...
-
현강듣는 분들 알려주세요
-
안녕하세요! 옯클 관리자 입니다- 합격 소식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는데 너무너무...
-
안녕하세욧 월요일 오전 선물 들고 찾아온 클래스 관리자 입니다. . 무슨...
-
※문화상품권 이벤트 참여자 아이민 댓글 올려주시면 됩니다.※...
-
심멘
-
※문화상품권 이벤트 참여자 아이민 댓글 올려주시면 됩니다.※ (이 글 or...
-
또 왔습니다. 23
안녕하세요. 접니다. 코로나19 4단계 격상으로 재택근무 중인 저는 에어컨을 집에서...
-
심찬우t 인강 수강생입니다 혹시 현강 다니시는 분들중에서 중도하차 하신다거나 하셔서...
-
아래 두 강사분들께는 죄송하고 염치 없지만, 혹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께서는 댓글...
-
현강에서만 배포하는 에필로그 판매합니다 6,7,8,9,10 입니다 7 편은 문제...
-
댓글알바 아니고 감동에서 우러나오는 홍보입니다 절대심멘해
-
저 예전에 에피소드 2,3,4,5 들엇는데 일이잇어서 현강못듣다가 파이널때...
-
안녕하세요 여러분 우리의 심-멘- 생각하며 감상하기 완강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