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특이한 나의 삼반수 후기(인증포함재업)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7956900
재수를 망쳤다.
현역 때와 똑같이 국어 시험이 시작하자마자 멘탈이 흔들리더니 이네 곧 무너져 하루 종일 속으로 '망했구나 망했어'만 외치다가 터덜터덜 시험장을 빠져 나왔다.
재수를 하면서는 수능 성적에 대한 기대가 컸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서 올1등급,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으며 주변에서 나를 대단하게 보는듯한 시선을 은근히 즐겼을지도 모르겠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시에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의대를 쓰고 '수시로 안되면 정시로 가지 뭐'라는 생각을 했으니 스스로 자만해있었음은 확실하다.
결국 그 자만심이 나에게 독이 되어 나는 9월 이후로 나태하게 보냈다. 재수 수능이 끝나고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다가 결국 나의 문제임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일단 대학은 간다는 생각으로 점수에 맞춰 서울에 있는 모 공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나는 애초부터 반수를 염두 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활동은 아무것도 참가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다가, 원하지 않는 대학에 억지로 다닌다는 게 시간낭비 돈 낭비 인 것 같아서 자퇴를 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3월 마지막 날 자퇴서를 제출하고 다시 수험생이 되었다.
나는 노원에 있는 m학원 재수종합반에 다녔었다. 재수종합반에서의 생활은 솔직히 정말 힘들었다. 물론 나보다 더 힘들게 열심히 다니던 친구들도 있겠지만 고등학교 3년내내 자습만했던 나에게 갑자기 많은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삼반수는 독학을 하기로 결정했다.
노원에서 독학재수학원에 등록하고 공부하려고 보니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게3번째라 너무 지겨울 것이 뻔해서 오후 7시 까지만 스스로 공부하고 7시 이후로는 과외나 학원 조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나는 전에 알고 있던 후배가 재수를 한다길래 그 친구 수학 과외를 해주면서 동시에 다른 독학재수학원 수학조교를 했다.
가르치면서 얻는 효과는 꽤 컸다. 재수생 친구는 영어와 수학 과외를 해줬는데, 영어 과외를 할 때 대략은 알겠는데 이것들을 정확히 해석하자니 말이 잘 안 나왔었다. 그걸 보완하려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ebs 연계교재는 지문 첫 문장만 봐도 말이 술술술 나왔다. 이런 식으로 과외를 해주다 보니 어느새 나는 과외를 시작하기 전보다 훨씬 더 성장해 있었고, 그 전에 내가 혼자 공부할 때의 문제점들을 많이 찾아 낼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이번 수능에서 나름 성공했다. 원하던 치과대학에도 진학했다. 내가 세 번째 도전 마저 실패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스타일에 맞게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내가 다녔던 학원에서 나를 이해해주고 스케쥴을 조정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독학재수를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다른 애들도 다 종합학원에 등록하니까'하고 아무 생각 없이 종합학원에 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쯤은 자신의 공부 스타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합격 통지서 첨부하려고 모바일로 수정했더니 글이 이상하게 변해서 다시 올립니다ㅠ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나 몸에 근육 우락부락하게 붙을까봐 헬스는 못 하겠더라 “ 80%확률로 긁힘 (표본: 친구 5명)
-
다음 정권때 나라 중국한테 먹히면 어캄
-
뭐지?
-
문과 만점자분 이야기인데 점수로는 셋다 합격권이실것 같아서요 셋다 길이 너무...
-
덕코주세요 5
네
-
메인글 보내줘 0
-
시대 사람들 안에서 등급 매기는거가요? 이미 잘하는 사람들 중 1~9등급? 거기서...
-
체포 - 완 -
-
자기의 권리를 주장할 줄 알아야 진정한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0
난 아직 어른은 아니야
-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들 하니 이젠 관전자 모드임뇨
-
절대 윗분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면 안돼 ㅋㅋ 반면에 중앙경영은 북적북적 난리남
-
정법러 일동은 윤석열 각하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기원합니다 4
알 거 다 아는 사람이 그랬다는 점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음
-
둘 다 가라 좀
-
[속보] 10시 33분 尹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공수처로 이동 중 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5일 오전 10시33분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
1. 과가 그나마 마음에 든다( not 인서울 ) 2. 집과 굉장히 가깝다( not...
-
내 뒤로
-
으컄ㅋ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
-
[단독] 대기업은 31일도 쉰다…'설 9일 연휴' 이젠 쉬는 것도 양극화 1
직장인이라면 1월 달력에서 딱 하루가 아쉬웠을 터다.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라...
-
ㅈㄱㅅㄱ~ 6
-
ㄹㅇ로?
-
어떤 우주인지에 따라 빛이 만나는지 안 만나는지 항상 헷갈리시죠?...
-
윤대통령 타고 있는거 맞네
-
2025의대 정시 11개교만 ‘면접’.. ‘증원이후 최대과제 인성검증 부상’ 1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
-
[속보] 공수처, 윤석열 대통령 체포
-
ㅇㅇ
-
ㅇㄱ ㅈㅉㅇㅇ?
-
어제 : 원광의가.. 원광의가 불에 탄다!! 오늘 : 용산이.. 용산이 불에 탄다!!
-
불합격이어도 표시해주셔야 누가 막차탔는지를 알 수 있답니다
-
오늘 나오나
-
처음에 속보로 막 내보내기는 했는데 결국 관저 못뚫고 무한 대기중 아마 철수하거나 자진출석 엔딩…?
-
아가 기상 10
모두 안뇽
-
재밌을 거 같은데 요일도 괜찮고 근데 문제가 잘못하다간 학점이 재밌어질 거 같음
-
카페를 가본적이없었네,
-
술마시기밖에없노.....
-
흠.
-
수능 미적기준이고 2024수능 기준 난이도 1컷 88정도 수준으로 나왔다고 할떄...
-
파이프담배 입문 9
을 하려했는데 최소 30은 투자하라고 해서 포기함..
-
아니 왜...
-
ㄱㄱ
-
고대 전과 5
아직 붙은 건 아니지만,,,, 경영이나 심리로 가고싶은데 가능할까요?
-
얘 이름 뭐임뇨 11
이 친구
-
이제 고2되는데 그냥 높은 이과대학 목표삼으려 했는데 사실 왜 가고싶은지...
-
엔수하면 일주일중 하루 정해서 배달먹으면 그것도 목표의식생겨서좋음 0
특히 일요일 오후-저녁 ㅇㅇ 딱 일주일중 1일 정해서 공부 오후에 끝내고 저녁에...
-
ㅇㅂㄱ 6
-
흠
-
학대받는거 좋아하는 마조히스트거나 멍청한거임 근데 내가 여자면 나라도 민주당 지지할...
-
생떼도 이런 생떼가없어 자진출석 할수있을때 했어야지 ㅂㅅ아 0
얘 검사였던건 맞음????
수고 했어요.^^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좋은 치과의사 되세요~
축하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재수로 대학가서 3월에 자퇴... 그리고 과외 경험... 마지막 조언까지....
저랑 과정이 비슷하셔서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대학 생활 멋있게 하시고 좋은 의사 되시길 응원합니다!!
멋있어요!!
강대 가는거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