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은 고백 [531407] · MS 2014 · 쪽지

2016-02-21 02: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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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종마녀썰<6> 누구나 사연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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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손꼽히는 명문고를 나온 인문계 학생 A군과 자연계 학생 B군은 사실 고교 재학 당시에는 그다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둘 다 대학진학에 실패하게 되었고 같은 재수학원, 비슷한 거주지이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다. 둘은 개강이 있는 2월 1달 전부터 같이 만나 공부를 하고 재수 성공의 결의를 다지고,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우리도 영화 속 황정민과 오달수처럼 꼭 떨어지지 말고 붙어다니자라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재종을 다닌 사람은 알겠지만 자연계 학생과 인문계 학생이 식사시간을 서로 조절하고 결정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결국 얼마가지 못해 둘은 밥을 따로 먹기 시작했다. B군과 A군 모두 따로 같은반 친구끼리 식사를 하게 된 것이다. 둘의 대화시간은 결국 귀가하는 시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몇주가지 않아 B군은 중도에 이사를 가게되었다는 사실을 A군에게 알렸다. 결국 그 둘의 대화는 사실상 단절되고 말았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B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A군은 그가 학원을 그만 두었다고 생각했다.그러던 어느날, 학원 내 사설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A군은 같은 반에서 삼수를 하고 있는 누나 C양과 대화 중이었다. 누나 C양은 나이답게 성숙한 몸매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긴 다리와 성숙한 바스트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계단에서 올라가고 있는 B군을 목격할 수 있었다. A군은 놀란 나머지 C양과 대화를 황급히 마치고 B군을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B군은 몸이 좋지 않아 잠시 학원에 출석하지 않았던 것. A군은 B군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가졌다. B군은 미안함을 표시하고 농담삼아 C양에 대해 질문을 했다. A군은 그저 같은 반에서 알게된 누나이다, 알고보니 아는 형 친구더라, 정도의 이야기만을 나누고 서로 반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주, 뜬금없이 식사 시간에 B군이 A군을 찾아왔다. 같이 식사를 하자며 굳이 A군의 교실까지 들어와서 불러내 같이 식사를 했다. 이전에 식사하던 일행도 있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A군은 당황했지만 그래도 친구를 본다는 기쁨에 식사에 임했다. 서로의 안부도 묻고 고교 시절 추억팔이도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이야기는 계속 C양에 대한 B군의 관심으로 빠졌다.
A군은 왜 자꾸 그 사람 이야기를 하냐며 C양에게 관심이 있냐는 식의 질문을 던졌다. B군은 극구 부인했고 그저 C양의 친구이자 A군의 아는 형을 자기도 아는 사람이라고만 이야기했다.
그 이후, B군은 A군 교실을 종종 찾아갔고 어느 날은 결국 C양에게 직접 말을 거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야기의 내용은 A군 지인이 아니냐, A군에게 들었지만 나도 그 형을 안다, 반갑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C양 역시 반갑게 맞이했다.
 A군은 이에 묘한 승부욕을 느끼게 되었고 그 때부터 B군에게 냉정한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같이밥을 먹기는 해도 서로의 대화는 거의 없었다. 쉬는 시간에 찾아와도 큰 화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주말에 일이 터지고 말았는데, A군이 대놓고 B군에게 C양에게 추태를 부리지 말라는 일침을 가한 것이다. B군은 한두번 대화를 한 거 가지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며 불쾌함을 표시했고 A군은 뻔뻔하다며 자기를 그저 징검다리용으로만 생각한다며 화를 냈다. 그 날 이후 B군이 A군의 교실을 찾아가는 일은 없었고 C양과 대화를 나누는 일도 없었다. A군도 본인이 조금 심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C양과 대화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C양이 A군에게 찾아와 B군의 안부를 물었다. 
"A야 오랜만" 
"아 누나 안녕하세요" 
"근데 너 친구 B 요즘 잘 다니니?" 
"뭐.. 잘 못보네요 요즘" 
"내가 비밀하나 말해줄까?"
 "뭔데요?" 
"나 사실 걔랑 중학교 때 친구였다!" 
그렇다. B군은 미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고 한국 고등학교로 오는 과정에서 한 살을 낮추어 입학하게 되었고 C양은 제 때 입학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A군이 아는 그 형 역시 B군과 중학교 동창이었던 것.
B군은 주변 사람들이랑 괜히 호칭 문제로 곤란해질까봐 그동안 한 살이 많다는 사실을 숨겨왔다는 것이다. A군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고 한다. 

그 때부터 A군은 남녀간의 묘한 감정의 부질없음을 느끼고 혼자 밥을 먹어가면서까지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한다. 


 참고로 A군과 재종마녀썰<5>의 B군은 동일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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