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 [629068] · MS 2015 · 쪽지

2016-02-25 20: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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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능 3개 틀리고 체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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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241&aid=0002533788

그저 대단........

[일간스포츠 윤태석]

[ 사진 左 김예은 선수 ]

"공부도 운동도 다 잘 하고 싶어요."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똑 부러졌다.

김예은(20)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케이팅(Synchronized Skating) 선수다. 빙상 스포츠라 하면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스케이팅, 싱글&페어 스케이팅 정도가 알려졌지만 싱크로 스케이팅도 엄연히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정식 종목이다.

16명(ISU 주관 대회 기준)의 선수가 음악에 맞춰 함께 연기하는 피겨 단체전이라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생소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인기가 높다.

원래 피겨 선수였던 김예은도 꿈나무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중학교 때 과감히 싱크로로 종목을 바꿨다. 이유는 단 하나.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고 싶어서였다. 주중에는 공부하고 주말에는 운동에 매달린 노력 끝에 얼마 전 값진 결실을 봤다.

그는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전과목 통틀어 3개만 틀리는 우수한 성적을 올렸고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당당히 수석 합격했다. 입학을 눈앞에 둔 발랄한 새내기 김예은과 23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곧 입학이네요. 심정이 어떠세요.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하면서 가장 큰 목표가 늘 서울대 체교과였어요. 작년에 한 번 떨어지고 재수를 해서 더 절실했죠. 드디어 붙어서 너무 행복해요."


-수능시험을 3개만 틀렸다고요.


"예. 언어와 외국어, 수리 영역에서 하나씩 틀렸고 사회탐구와 국사(서울대는 이 과목이 필수라고 함)는 만점을 받았어요. 전 과목 1등급이었어요."


-재수여서 마음가짐이 더 남달랐겠죠.


"작년에도 다른 과목은 1등급이었는데 언어 영역만 3등급이었거든요. 올해는 언어에 많이 신경을 썼죠. 재수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 곳곳에 책이 많이 비치돼 있었어요. 현대소설 단편집을 수시로 봤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체교과 입학 시험 중 농구도 있었다구요.

"체교과는 수능 외에 기초 실기랑 전공 실기를 봐야 하는데 전공 실기에 아쉽게도 스케이팅 종목이 없어서 농구를 택했죠. 스케이팅과는 쓰는 근육이 완전히 달라서 생소했는데 하다보니 재미가 붙더라고요.(웃음)"


-체교과를 낮게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소위 다른 명문대 인기학과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점수로 보이는데요.


"수도권 의대 한 군데도 합격을 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다들 의대갈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의대를 안 가고 체교과를 간 이유가 뭔가요.


"의대를 가면 운동을 병행하기 힘들 것 같아서요. 오래 전부터 마음속으로 준비를 해왔던 곳이 서울대 체교과라 다른 학교나 다른 과를 갈 생각은 없었어요."


-부모님도 적극 지지해 주시나요.


"운동이든 공부든 늘 제 결정을 믿어주셨어요. 이번에도 그랬고요."


-싱크로 스케이팅은 좀 생소합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뭐죠.


"일곱 살때 시험 과목이 있어서 스케이팅을 배웠는데 너무 재밌는 거에요. 저도 처음에는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피겨를 했죠."





-피겨에서 싱크로로 왜 바꾼 겁니까.


"싱글(피겨)은 운동에 드는 시간이 너무 많아요. 싱글 선수들은 아예 학교 수업을 못 들을 정도로 연습량이 많아서 공부를 같이 하기는 무리가 있죠. 하지만 싱크로는 좀 달라요. 외국에서도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하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전 평일에는 수업 다 끝나고 연습하고 주말 내내 훈련하는 식으로 병행했어요."


-많은 선수들이 학과 수업은 제쳐 두고 운동에만 '올인'하는 게 한국 체육의 현실입니다. 본인만 유독 공부를 병행하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요.


"음…. 스케이팅 처음 배울 때 '쟤네들은 운동만 하니까 공부를 못 하는 게 당연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이해가 안 갔어요. 내가 둘 다 잘 할 수 있다는 걸 한 번 증명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 사진 左 김예은 선수 ]


'수능 1등급이 체교과를 갔다' '운동과 학습을 병행한 돌연변이 같은 선수가 있다'고 주목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편견이고 한국 체육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바로미터일 지 모르겠다.

김예은을 인터뷰하며 가장 눈에 들어온 건 그가 공부를 잘 해서도, 수석 입학을 해서도 아니었다. 어린 나이 답지 않게 확고 하고 뚜렷한 목표 의식이 인상적이었다.

김예은을 가르친 피스톤 체대입시학원 김현중 원장도 "예은이처럼 똑 부러지는 아이는 본 적이 없다. 대학교에서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잘 잡을 거라 본다"고 응원했다.



-싱크로의 매력이 있다면요.


"16명이 한 팀이 돼서 하는 종목이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요. 프로그램을 연기할 때도 한 명이 튀는 것보다 협력, 협동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한 명이라도 빠지거나 소외되면 제대로 연기를 할 수 없어서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에요."



-국내 대회는 아예 참가할 수가 없다면서요.

"국내 대회는 초·중·고등부로 나눠서 열리는데 싱크로 스케이팅 선수가 워낙 적으니 그 기준을 충족할 수가 없어요."


-싱크로 선수로서 목표가 있다면요.


"2018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리잖아요. 싱크로가 정식 종목이 되길 바랬는데 결국 안 됐어요. 그래도 시범 공연이 추진되고 있어서 기대가 커요. 시범 공연으로 평창 무대에 꼭 서보고 싶어요. 그리고 2022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이 된다면 올림픽에 꼭 출전해 보고 싶어요."


-싱크로 선수 말고 해 보고 싶은 다른 일이 있나요.


"먼저 외국에서 싱크로 심판 자격증을 따고 싶어요. 심판들은 시즌 중인 겨울에만 활동하니까 나머지 기간에는 스포츠 의학 연구원이나 교수로 일하고 싶어요. 운동을 하면 선수들 정말 많이 다치잖아요. 저도 다쳐 봤고요. 대학에 가서 스포츠 의학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어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요.

"싱크로 스케이팅을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이나 SNS를 이용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어요. 많은 팬들이 싱크로 스케이팅에도 큰 관심을 좀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사진제공 = 김예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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