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너엘레나] 합격의 경험은 짧은 사랑 뒤의 이별과 같다. (BGM)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8509607
래너엘레나입니다.
이번 칼럼은
'연세대 의대에 붙었을 때 성취의
순간과 그 느낌은 어땠나요?'
라는 어느 독자분의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바로 가보겠습니다.
-
'합격'
인터넷 창에 떠있는 그 두 글자를 보았을 때 나는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을 건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거봐, 잘 될거라고 했잖아.'
바로 그 때, 수험생 시절 내가 겪었던
모든 순간이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누군가가 나를 믿고
또 내가 나를 믿어왔던,
그렇게 그 느낌을 소중히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냈던
그 모든 나날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루는 지나가는게 아니라
쌓이는 거라고, 누적되는 거라고,
그렇게 되내이며
결과에 대한 가능성으로서
가능성의 씨앗이자 또
거름이 될 하루들을
정말 소중히 보내왔던 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돌이킬 수 없었다.
그것은 떠오르는 태양이나
지는 달, 밀려오는 바다처럼
누구도 제지할 수 없는
순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것은 절대 어디에 남겨지거나
걸리적거리지도 않고
지체된 시간 탓에 누군가를
속썩이지도 않았다.
마치 군중들이 화려한 퍼레이드의 무용수들을
자신의 앞으로 스쳐지나가게 하듯
각얼음이 들어있는 시원한 탄산음료를 삼켜서
목 안쪽 점막 어딘가를 스쳐 지나가게 하듯
합격의 순간은 그렇게,
'나'를 스치듯 통과했다.
마치 인간의 삶이란 것이
단지 그러한 쾌락적인 환희와
그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지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통로에
불과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 환희의 감정과 느낌은
딱 2주 정도 지속 되었다.
그 이후엔 합격의 느낌이란 것은 사실
서로에게 무관심해진지 오래되어
이별을 눈앞에 둔
위태로운 어느 커플처럼
무감각해져서
아무래도 상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짧고 강렬했던 합격의 순간과
그 감정이 지속되었던
2주의 시간을 위해
버티고 또 버텨오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넘으려
하루 하루를 살아냈던
수년 간의 수험기간은
나의 인생에서 손꼽히는
가장 값진 경험이 되었다.
후회는 전혀 없었다.
남녀 사이에 불꽃 튀는 사랑의 목적이
후에 마주할지 모를 이별의 아픔이 아니듯.
성취의 경험과 그 느낌은, 그것이
얼마나 짧게 지속되는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충분한
목적이자,
이유였다.
합격과 성취의 경험은,
짧은 만남 뒤에 이별의 아픔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것과 같다.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이별의 격통(膈痛)보다 중요한 것은
그토록 오래 그려왔던 그 혹은 그녀와의
진실한 사랑의 경험일 것이다.
만약 그 시간이 단 하루 뿐일지라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서.
from. 래너엘레나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 나태주, <내가 너를>
이 글이 도움 되셨다면 좋아요 꾹!
질문은 쪽지로!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오늘은 베나구
-
궁금하네 난항상 페이커 우승횟수만큼줌
-
언매 공부법 0
평가원 언매 항상 0-3틀인데요, 언매는 2학년 내신 때만 하고 지금까지 쭉...
-
김승리 듣고있었는데, 지금 며칠 안 남은 상태에서 수특수완 보는건 불가능 할 것...
-
무조건 곡예사인게 조광일이 요즘 유튜브에서 안 보이잖음ㅇㅇ
-
진짜비염존나싫다 0
일부러 룸메 잘때들어왓더니 콧구멍으로 피리불면서 자 난어케자노..
-
적중고트였는데
-
소설책이나 한 권 더 살걸
-
벌목정정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메아리 소리 쩌르렁...
-
얼버기 0
레전드얼버기 어제일찍자서일찍일어남
-
이거 못고치나
-
관동별곡 유씨삼대록 옥린몽 세개중에 하나는 나올려나 2
문학중에 이거 3개만 안했는데 일어나서라도 할까 ㅅㅂ
-
자살 마렵네 0
여간 일도 아니지만
-
흠
-
옛날에 오르비에서 강의 하셨는데 지금은 어디서 강의하시는지 아시나요..
-
어릴때부터 꿈이었던 교대 입학하고 실습 가보니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입결이야...
-
평가원보다 어려운데 정상인가요? 어려운3점부터 막히거나 못푸는데 정상인가요?...
-
이제 수능이 D-2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에 수능을 많이 경험한 저의 수능날...
-
아존나춥다 0
어차피 못잘거 공부라도 하려고 안들어갓는데 걍 통금풀리는시간만기다리는사람됨
-
컴팩트한 기출 1
1월 전까지 수1 기출을 한바퀴 돌리려 하는데 컴팩트한 인강강사 기출 뭐가있나요..?
-
작년말고 28번은 할만함? 26,27,29,30번은 4등급기준 어느정도임
-
아님 안 붙이고 수험표 뒤에 벅벅 써도되는건가요? 수험표 뒤에 쓰는 것도 검사받아요?
-
오늘 2시간만 자고 내일부터 10시에 자는 거 어케 생각함?
-
화이트헤드 나올지는 모르겠는데 나오면 헤겔 시즌2가 될만한 잠재성이 있어서 좀 무섭네요..
-
내년 상반기에 헌급방 지정 박고 입대할거같은데 군수 할만 하나요? 그리고 군수한다면...
-
11 12 1
주차장에서 담배 피는데 뒤에서 어느 집의 아버지와 꼬맹이 딸 둘이 얘기하며 오는...
-
채택완
-
04들아 올해 가자
-
뭔가 까마득한 느낌임. 내 학창시절을 지배했던 15개정교육과정도 이제 정말 끝물이구나.
-
첨에 강민철 독서 문학 둘 다 들었는데 독서는 잘 모르겠고 문학은 되게 유용했어요!...
-
어떻게 해야 잘할까요.. 함수~순열조합이 시험범위인데 함수는 걱정없는데 순열조합은...
-
https://youtu.be/RYHOoAZSVUM 영어 듣기 인트로 브금......
-
긴장되겠다 2
람쥐
-
장수생은 대학 가면 동아리나 미팅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20
이거 진짠가요
-
전개 잘 되다가 결말이 좀 이상한데 잘못 읽은줄 ㄷㄷ
-
오야스미 2
캬루!
-
어삼쉬사나 준킬러 같은거
-
자꾸 저한테 생명과학 찍특을 판매해달라는 글이 많은데요, 최소한 올해는 찍특을...
-
사만다 시즌3랑 파이널 44~47 적중예감 42~45 떳는데 수능 때 2는 뜰 수 잇겟죠?………ㅠ
-
낼모레 수능인데 한파는 커녕 낮에는 걸으면 땀나더라… 라떼는 수능날 패딩입고 입구...
-
포부 적고가라 못 할 거 뭐 있 냐
-
개념도 좀 잘 훑어주는 그런 ..
-
개씨발
-
수능 끝나면 막상 수능 끝난 것이 실감이 안 나고, 막상 놀려고 하면 뭐 하고...
-
걍 치러가야지 마지막까지 힘냅시다
-
로맨틱코미디론 8
정통 로맨스 말고 로맨틱코미디는 단행본 기준 10-15화 내외로 끝내야 한다 그래야...
-
수능때 다가오니까 왜이렇게 눈물이 날거같지.. 다들 진짜 잘봐서 성불했음 좋겠다
-
병신 0
내가 니까짓거 만나려고 이렇게 코르셋 조이고 사는줄 아냐 양심이 있으면 반의...
-
소요 95분 작년에 사두고 못 푼 거 아까워서 푸는 중 #13 유일하게 못 풂,...
'좋아요'는 글을 쓰는 가장 강력한 힘이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연세♡
크..필력..
이참에 시집하나 내시는게 어떠실지...
키야..경북대의대 더럽..❤️
연의목푠데..항상감사!해요
합격과 성취의 경험은,
짧은 만남 뒤에 이별의 아픔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누군가를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것과 같다.
와 비유대박 ㅠㅠㅠㅠ 이부분부터 울컥했어요 ㅠㅠ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크 시인등판
필력이 끝내 주시네요.
부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