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서독 [383625] · MS 2011 · 쪽지

2016-07-22 20: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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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삼성과 현대를 접수한 두 여자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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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 전남 영암에 현기봉이라는 거부가 있었다. 그는 만석꾼 집안에서 자라 진사시에 급제하고 영암의 유지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타고난 성품이 인색하지 않아 흉년이 들면 곡식을 풀어 인근 백성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현기봉에게는 현준호라는 아들이 있었다. 휘문의숙(현 휘문고)에서 공부하고, 일본 메이지대학 법대에서 유학했다. 이 시기에 김성수, 송진우 등과 교류했다. 유학을 마친 현준호는 한국으로 돌아와 1920년 민족은행인 호남은행을 설립했다(민립 대학 설립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은행의 회계 담당으로 조선은행의 김신석을 스카우트했다.

현준호

경남 산청 출신의 김신석은 암산이 주산보다 빠르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똑똑했다. 부산상고에서 공부하고 조선은행에 들어가더니 얼마 안 가 금융계에서 회계 천재로 명성을 떨쳤다. 현준호보다 7살 어린 김신석은 현준호의 스카우트 제의에 호남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의 본점이었던 목포지점의 지점장과 전무를 역임하게 된다. 이렇게 현준호와 김신석의 인연이 시작된다.

김신석

현준호 집안은 아버지 대부터 친일을 했다. 아버지 현기봉은 명치 신궁 봉찬회 조선 지부 위원, 제국 군인 후원회 특별 회원, 중추원 참의 등 일제 강점기에 식민 통치를 뒷받침하는 여러 직책을 역임했고 그건 아들 현준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준호는 1930년 중추원 주임 참의가 됐고,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총독부의 지시로 전국을 돌며 시국강연을 했으며, 친일단체인 흥아보국단 준비위원회의 상무위원을 역임하는 등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왕성한 친일 활동을 펼쳤다. 김신석 또한 친일에 가담해 1936년 중추원 참의가 됐고, 일제 강점기 말기 친일단체인 대화동맹에서 활동했다.


김신석은 슬하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는데 딸 김윤남을 홍진기에게 시집보냈다. 경기도 고양 출신인 홍진기는 아버지 대까지는 집안 형편이 괜찮았던 모양이다. 아버지 홍성우가 정미소를 운영했고 지금의 한양대 일대의 토지를 소유했는데, 이후 홍성우가 금광개발에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게 됐다. 홍진기가 경성 제일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를 나와 경성제국대학에 입학하게 될 무렵의 일이다.

판사 시절의 홍진기

경성제대 법대를 졸업한 홍진기는 고등문관시험 사법과(현 사법시험)를 합격하여 판사가 된 후 1944년 전주지법으로 부임하여 광복 때까지 있게 되는데. 이 시절에 김신석의 딸 김윤남과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광복 직전(1945년 7월) 큰 딸을 얻게 되는데 이 사람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그 홍라희다. 딸 이름을 '라희'라고 지은 것도 '전라도에서 얻은 기쁨'이라는 의미였다고. 연세대에서 만나 기쁘다는 누가 떠오르는...

그리고 그 홍라희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1967년 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삼남 이건희와 결혼해 삼성가의 안주인이 된다. 그리고 2016년 7월 21일 뉴스타파로부터 고통받게 되는데...


홍진기가 삼성 창업주 이병철과 인연을 맺게 된 건 4.19 혁명 직후였다. 광복 후 홍진기는 승승장구했다. 광복 직후에는 미군정청 법제부에서 일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는 법무부 법무국장 겸 대검찰청 검사로 일했다. 1958년 그는 드디어 법무부 장관이 됐고, 4.19 혁명이 일어나던 1960년에는 내무부 장관이 됐다.

4.19 혁명 이후 경찰 발포 명령 책임자로 체포되어 죽을 위기에 처한 그를 살리려고 노력한 사람이 바로 이병철이었다. 사업가였던 이병철에게는 정, 관계에 정통한 인맥이 필요했고, 일제 강점기부터 판사로 지내면서 법무부와 내무부의 장관까지 지낸 홍진기는 그에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이병철은 홍진기의 경성제대-고등문관시험 인맥인 신현확으로부터 그를 소개받아 교류했고, 훗날 사돈이 된다. 홍진기는 그 인연으로 이병철이 만든 중앙일보의 초대 회장 자리에 오른다.


이야기를 잠시 앞으로 돌려보자. 현준호에게는 아들 현영원이 있었다.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현영원은 젊은 시절 한국은행 도쿄지점에서 근무했는데(김신석의 아들 김홍준도 한국은행 도쿄지점에서 같이 일했다), 이 때 초대 일본공사로 일본에 부임해 있던 기업인 출신의 김용주를 알게 돼 그의 딸 김문희와 결혼하게 된다.

현영원은 결혼 후 딸을 얻게 되는데 이 사람이 바로 우리가 잘 아는 그 현정은이다. 현정은은 장성하여 현대 창업주 정주영의 아들 정몽헌과 결혼했고, 정몽헌이 죽은 후 남편의 자리를 물려받아 현대그룹의 회장이 된다.

그리고 현정은의 어머니 김문희는 새누리당 전 대표 김무성의 누나이기도 하다. 고로 현정은과 김무성은 외삼촌과 조카 사이가 된다. 외삼촌이 조카보다 4살밖에 안 많은 건 함정이지만... 김무성이 누나 김문희보다 23살이나 어려서 그렇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조카보다 어리진 않다.

2016년 김무성의 포토제닉

현준호와 김신석의 인연이 그 아들, 사위 대인 현영원과 홍진기로 이어지고, 다시 손녀 대인 현정은과 홍라희로 이어져 둘은 절친한 사이라고.

홍라희(왼쪽)와 현정은(오른쪽)







ㅇㅇ
별 생각 없이 쓰기 시작한 게 2시간이나 걸린... ㅎ

이런 거 하나씩 공부하다 보면 새삼 놀라게 되는 게,

재벌, 언론, 정계, 관료...

서로 혼맥으로 안 엮이고 얽힌 집안이 거의 없는...

그리고 그 역사가 생각보다 깊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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