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반수 후 솔직한 심정[긴글주의]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16092555
재수 때도 미끄러져서 원하는 대학에 갈 점수를 받지 못했다.
변명을 하자면 당일날 아침 생리가 터지고 긴장을 너무 한 탓인지 2교시부터 배탈이 났다.
당시 강대 재종반에 있었던지라 강대까지 다녔는데 건동홍급이라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소신있게 수능 100%로 메이저 예술대학를 지원했다.
고1때까지 꾸준히 미술을 해왔지만 틀에 박히고 기준을 할 수 없는 미대입시에 환멸감을 느끼고
비교적 기준이 뚜렷한 수능으로 경로를 바꾸었었던 과거가 있다. (당시 공부도 꽤 잘하는 편이었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홍대경영을 버리고 안정권이었던 디자인 학부에 최초합으로 합격했다.
"용이 되지 못한다면 아나콘다 대가리라도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어렸기에 내심 sky서성한 이외의 대학은 상경이든 인문이든 무시하는 심보가 있었다.
그 때가 2년 전이다.
지금의 나는 중대 경영 추합을 기다리고 있다.
재작년, 그러니까 내가 1학년이었을 때 정말 힘들었다.
너무나 외로웠고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방황도 참 많이 했다.
갈피를 못 잡고 이것저것 일을 벌여놓기만 했다. 주위 친구들은 징징대긴해도 잘 해나가고 있는데
나는 열정적인 대학생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었다.
의미없는 술담배와 의미없는 만남들을 가지다가
1학년이 끝난 12월, 내 유일한 대학교 친구이자 남자친구가 군대를 가버렸다.
더욱이 학교 다닐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려고, 대학생활에 흥미를 가져보려고 노력했다.
발버둥칠 수록 더욱 깊은 늪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나는 처음으로 성공한 시간표도 날려버리고 휴학을 했다.
휴학의 동기는 좋았다.
한창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서 울고 있었을때 문뜩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나 자신이라면, 평생 이사람과 살아가야한다면
차라리 남은 여생을 이 정신병자나 연구하면서 살고 싶다.'
갑자기 막혀있던 무언가가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렇게 힘들게, 타과생보다 낮은 학점받으면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어'
그러나 슬프게도 나의 학점은 전과 신청할 커트라인조차 미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과를 하기 위해선 전공공부를 1년 더 다녀서 성적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1학년 학점 포기하지말고 열심히다니세요,,,)
그러다 문뜩, 정말 문뜩 어차피 1년 휴학하고 싶고 + 다른 길 찾을거면
수능을 다시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사실 이전 수능성적에 미련이 남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이제 더이상 고민은 없다. 나는 어차피 전과할 성적이 못된다.
(전과를 위해 성적을 올리려고 일년 더 다니기엔 너무 지쳐있었다. 편입 이런 것도 너무 어려워보였다.)
인간 수명 90년으로 잡았을때 지금의 1년 뒤쳐지더라도 내가 하고싶은 일을 위해 공부하는 것
남은 70년을 놓고 보았을때 전혀 문제 없다고 오히려 좋은 선택이자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반대도 있었다. 확실하지 않은 게임에 1년을 아니 현역때까지 따지면 3~4년 정도를 날리고 있는 거라고.
어차피 남의 말 잘들으면 줏대없는 놈이고 안 들으면 고집 센 놈이 된다.
나는 귀닫고 나의 말을 듣겠다, 이게 그때의 마음이었다.
지금도 변함없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성공했다.
수능성적은 성공했다. 원서영역은 실패했다.
1년 내내 국어고자였다. 현역때도, 재수때도, 작년에도 국어가 제일 발목을 잡았다.
9평 못봤을땐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10월교육청 못봤을때는 정말 무너졌었다.
교육청 *도 아니라고 마인드컨트롤해보았지만
학원 화장실에서 쪼그려 울고, 겨우 진정하고 나왔더니 책상에 앉아서도 울고,
안되겠어서 짐싸서 집으로 가는데 가는 버스에서도 울고, 또 집에서도 울었다.
국어 평균 80점대만 웃돌던 내가 처음으로 96점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수학은 1년내내 늘 받던 점수 92점.
사탐은 안믿었던 생윤은 만점이고 믿었던 윤사가... 정말 마음이 아팠다.
윤사는 1년 내내 만점만 받다가 수능때 두 개 틀려버리니 바로 3등급...
그래도 z0쌤커리 막판탑승해서 많은 도움되었다.(그럼에도난현빠)
성적이 잘나오다보니까 눈이 높아졌다.
그래도 서연고는 못 쓰겠더라... 학원 선생님도 서성한라인에서 추합을 노리자고 했다.
부모님이 연대도 써보자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막판에 판단력이 흐려졌다.
그리고 나름 표본도 분석해보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다 틀렸다!(이런 젠장!)
결국 수시로 납치될까봐 논술 안 보러 간 대학을
정시에선 예비도 못 받고 추합 결과만 기다리는 중이다.
가만히 있을 순 없어서 현재 복학 준비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니 1년 날린듯싶지만,
나는 요즘 감사하며 살고 있다.
2017년 다시 꿈을 꿀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지금은 돌아갈 학교와 돌아가서 할 수 있는 공부가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가장 큰 교훈.
하고 싶은 일,꿈꾸는 일과 직업은 별개일 수 있다는 것.
난 그건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하고 싶은 일,꿈=직업 아니냐? 별 그지같은 합리화가 다 있네'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학을 다니고 있어도, 대학을 안다니고 일을 하고 있어도,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어도
다 과정일 뿐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로 진학하든, N수를 하든 아니면 카페알바를 하든 군대를 가든
심지어 결국 의사가 되든, 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과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목표로 하는 꿈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학부가 끝이 아니고, 취업이 끝이 아니고, 대학원이 끝이 아니다.
물론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은 일찍부터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하는 게 좋겠지.
나같은 경우는 처음 목표는 심리학이었다가 인문학전체였다가 철학 전공으로 좁혀졌었다.
내가 생각해도 난 변덕 심하고 배경지식없이 그저 "공부하고 싶다!" 라는 마음 뿐이었으니...
지금은 전공은 크게 상관없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그 일을 위해 틈틈이 공부중이다.
만약 그때 내가 "에이 그건 좀 에바지"하고 시도조차 안했으면
나는 평생 열등감에 휩싸여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에게 화가 나서 더욱 우울증이 심해졌겠지.
복학하고 다시 학교에 가는 게 조금 두렵긴 하지만(팀플 ㅅㅂ...)
해야할 일이 아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기에 아마추어이지만 조금씩,
천천히 해나가고 있는 과정이다.
작년의 "꿈을 가진 내 자신"과
올해의 "딱히 이룬 것 없는 내 자신"을 비교해보았을 때
뭐 겉으로는 변한 게 달리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재수때의 나보다 더 울었고,
또 놀땐 그 어느때보다 열심히 놀았고, "감사"라는 말의 의미를 진심으로 배웠다.
아직도 나는 한 치 앞도 예측 못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지 알 수 없지만
그까짓 거 걱정할 바에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
0 XDK (+3,100)
-
1,000
-
1,000
-
1,000
-
100
-
올수 통통 20 22틀 백분위 96 2등급 06인데요 수2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미적...
-
그래서 인강을 활용해보려 하는데
-
너의 젊음을 고대에 걸어라. 고대는 너에게 세계를 걸겠다. 0
슬로건 조온나멋있네
-
이면 건대 상경 가시나요?? 안정카드 하나 필요한데 외대 상경부터는 좀 빡빡해서 고민이네유
-
흠
-
일임
-
짜장면 먹을래 4
-
시작이 백분위 1이엇기때문
-
이게 적응이 되나?
-
재종vs독재 3
부평에서 추천하는 학원도 ㄱㄱ
-
정확히는 책임질 사람이 없는게 아니라 책임질 자원이 없달까? 0
의사면허 따는데 그나마 최저 마지노선의 교육기준선이 의평원 인증평가인데 사실...
-
세종대 예비 1
인공지능 데이터사이언스 학과 예비 19번 떴는데 붙겠죠?
-
조선대는 내륙에 있는거랑 제주대는 국립인게 그나마 장점인것 같은데, 비슷한 학교인건...
-
제가 강박증(특히 확인강박)이랑 말더듬이 좀 있는데, 정신과 가는건 자존심이 상해서...
-
난 6/9/수능이 1x년도 3/3/3 1x년도 2/1/100(원점수) 24학년도...
-
ㄹㅇ
-
ㅇㅇ
-
받아 받으라고
-
전여친 문제로 싸울 일이 없습니다!
-
칸수는 에리카약이 9칸 동국약 6~7칸인데 동국대는 서울에 있어서 좀더 메리트가...
-
막막하네요 이거 아니면 과외 어케 구하지...
-
아무도 님들 인생에 책임 안져줄거에요 의대교수들도 정치인들도 교육부 장관도 그...
-
화작 노베 8
과탐 두개 유지할거라서 언매에서 화작으로 갈건데 화작 노베인데 뭐 부터 하면 됨?
-
제발
-
건축공 건환플 도시공 에시공 4개 학과 중 1개 택해서 갈 수 있는 전공개방...
-
고대 어문 원하는 과 붙기 vs 300kg짜리 거대문어 Get 맛있음 팔아도됨 당신의선택은
-
Aqua n manager깔고 다시 재생해도 안됩니다. 이거 왜 이런거죠?...
-
제가 배우는 입장이고 배우는 과목은 수학이에요
-
올해까지는 서고연 홍대? 빼고는 가능했던걸로 아는데 2026 입시부터는 사탐1과탐1...
-
봄❤️ 여름❤️ 가을❤️ 겨울❤️
-
https://www.orbi.kr/0009014231 생각보다 최근임
-
655 0
6칸 최합5칸 추합 2개 쓸려는데 저 게이 인가요?
-
이감 1
이감 패키지 쓸데없는게 많은데 간쓸개랑 모고만 따로는 못사나요? 사설국어 처음사봐서 질문드립니당
-
학교생활자체는 개스트레스받앗지만 애들이 나랑 비슷해서 좋았음 지금은 아예 다른길...
-
제발
-
제작년이랑 그 전년도에는 2~3명 정도였는데 작년에 갑자기 13명 추합이네요?...
-
폰으로 문서등록하면 등록금 2월에 내는 거 말고 나머지 아무것도 없죠..? 너무 간단해서 불안…
-
안그래도 뛰어왔는데
-
후
-
대학 추가합격 후 기존에 다니던 대학 언제 자퇴해야하는지 1
12/19에 수시 넣은 학교 추가합격 발표가 나는데 그때 바로 추가합격이 되면...
-
별도 안내 사항도 같이 해 주라 수학 과외임
-
팀플개ㅈ같네 1
원하는건 ㅈㄴ많고 자료는 안보냄 제발 구체화좀 해줬으면
-
정시에서 과목별비중 어느정도로 두고 하는게 맞나요? 국어는 3만 받고 수학1받는 전략으로 할것같아요
-
뱃지가 왔다 8
그런데 어케다는지 모르겠군.. 도움좀..
-
"대체 불가"…아이유, 빌보드 선정 '한국 대표' 뮤지션 됐다 3
가수 아이유가 미국 빌보드의 '글로벌 넘버 1 아티스트 시리즈(Global No....
-
그리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는데요 오르비 유저님들 눈에는 조금 부족한 성적일 지...
-
지금 고대 어문은 5~6칸인데 1칸씩 내려갈라나
-
게임 전공이랑 웹툰이랑 만창과랑 걍 쟤네 포폴 보면 왜 학생이지? 싶은데
-
이런쪽은 취업이 그냥 1도 희망이 없는 곳일까요..
긴여정이었군요
그러게요 제 얘기지만 참 구불구불하고 기네요
저도 올해 그 여정을 가는데 저도 님처럼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저보다 더더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끝까지 안읽으심..?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앞으로 가는길 잘되시길 기원합니다!! 좋은 마음가짐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ㅜㅜ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그리로 수고하셨습니다.
보잘것없는 제 글에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또한 추억이되리..화이팅입니다
좋은 말... 감사합니다
이십대 화이팅
우리존재들 화이팅
화이팅!!!
감사합니다!!
연금술사의 꿈을 쫓는 여정을 보는듯 해요..근데 진짜 꿈은 무엇인가요?
남이 쓴 책만 읽다가 요즘 글을 써보려고 노력중입니다.ㅎㅎ 비유가 멋지시네요
홧팅!!!
힘내세요 파이팅! 글 너무 정돈되게 잘 쓰시는거 같아요
으허... 저는 사수예정인데 지치네요 ㅠㅠ
재수실패한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남자는 군다때문에 사수도못해
노대에 오반수있음 반수반 또 2년전에 다녔던분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