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20-11-16 19:21:28
조회수 12,974

친구가 수능 잘 보면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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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한국속담)


"남의 밭이 더 풍년이다" (일본속담


당신이 좋은 학교에 합격했을 때

모두가 축하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적지 않은 수는 당신이 더 안 좋은

대학에 가길 바랐을 것이다.


그 중 일부는 심지어 자신의 돈을 써서라도

당신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길 바랐을 것이다.


사실이다. 이는 2001년 옥스퍼드 대학의 경제학자가 실험한 결과를 전유한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게 속좁은 우리나라 감성을 비꼬는 것 같지만

일본에도  隣の芝生は青く見える(옆집 잔디는 파랗게 보인다) 가 있고

무엇보다 영국, 아랍어, 체코어, 핀란드어, 스웨덴어에는 단어 자체가 있다.

'샤덴프로이데'는 이 분야의 대표주자다. 독일말인데 '남의 불행에서 얻는 행복'을 말한다.


이건 인간의 보편적 특성이다.


나는 이를 두가지로 분류한다.


강자와 약자가 붙으면 약자가 이기길 바라는 심리.

애초에 강자일 거라면 내가 넘보지도 못할 강자여서 나의 경쟁상대 자체가 아니길 바라는 심리.


이 두 가지면

약자인 나는 언제나 이길 수 있다.


사람들은 쇼미더머니를 통해 외제차를 타는 랩퍼는 고깝게 보고 곧잘 비교하면서도

어느 누구도 만수르와 자신을 비교하며 고통받지는 않는다.


슈퍼스타k는 왜 떴고 왜 망했을까.


통계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저 나의 통찰에 의하면


두 인물 때문이다.


바로 허각과 로이킴이다.


슈퍼스타k 시즌2.


잘 생기지도 않고

키작은

남의 집 하수구나 처리하던

배관공인 허각.


우리같은 서민들처럼 육군을 나와

노래하난 잘했던 그 스토리를

우린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런 이들에게 기회를 주어라.

나보다 키가 작지만

나보다 못생겼지만

나보다 공부를 못하지만

노래는 잘하니까


기회의 평등

공정한 결과에


합당하다.


그는 우승하고서도

수억원 상금을 어느 누구도 고깝게보지 않았다.


이어진 시즌3.


울랄라 세션이 우승했는데

멤버 중엔 암말기환자가

있었고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이를 동정하지 않은

이는 없었다.


그러나 이어진 시즌4.


잘생긴 얼굴로 등장한 로이킴은

노래도 잘했다.

스타성도 있고

심지어 집도 잘 산다고 했다.


게다가 대학도 저유명한 빌클린턴이 졸업한 명문대라고?


이건 내가 원하는 스토리가 아니다.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집도 잘 사는 놈이 우승상금 5억원을 먹는 꼴을

빠순이들과 달리 나는 보지 못하겠다.


그 이후로 슈퍼스타k는 존재가치를 잃었다.

이를 기점으로 슈스케는 망했다.


더이상 군대도 안 가는 마이클리, 전립선조, 청담동박 이런 애들은 보고 싶지 않을 뿐더러

허각과 시한부인생환자의 분투로 위로를 받아던 프로에 상처받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유명인이 되고 싶은 '언더독'은 명심해야 한다.

대중은 성공한 언더독은 버린다.


성공해도, 끊임없이 실패하고 분투해야 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 방면에 도가 터서 대중적 페르소나 중심에 언더독에 대한 친근감과 옹호를 잘 버무린다. 윈프리는 더이상 언더독이 아니지만 흑인/여성 등의 인종/젠더 이슈로 끊임없이 자신을 언더독에 포지셔닝한다. 대중은 그런 불쌍한 그녀가 한해 3000억원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은 잊고야 만다.


이웃이 부유할수록 나는 덜행복하다.

수험생들인 당신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이 대학을 잘 갈수록 덜행복할 것이다.

정말 친구들이 잘 되어 자신이 실패해도 아무영향없이 행복할 것 같다면 당신은 정말 내가 볼 때 정상이 아니다.


이건 옳고 그르냐가 아니다.

현실이다.


물질만능주의를 배격하면서

돈에 모든 것을 거는 사회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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