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해린 [936238]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3-12-24 00:5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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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 고3 일반고 정시파이터 가이드

게시글 주소: https://h.orbi.kr/00066102280

제 말이 정답인 건 아니니 알아서 취사선택하세요. 특히 특목고, 자사고, 대치키드 학생들은 제 글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제 성적표: https://orbi.kr/00065348816



저는 부산의 한 일반고에 입학해 중학교 내신 83위, 고1 내신 3.4로 시작했지만, 고2 9모 때 최초로 올1등급을 찍고 고3 수능 때 표점합 409로 인생 최초 전교 1등을 해 고려대 전기전자와 부산대 약대를 최초합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시파이터로 나름 성공해봤기에 이런 칼럼을 쓸 자격은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한때는 수시를 준비했습니다. 고1 1학기 때는 내신 3.4였지만 고2 1학기 때는 2.1 정도까지 올렸어요. 그러나 제가 다닌 고등학교가 일반고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 더 이상 내신성적을 올리기 힘들었고, 국어 지문/영어 지문을 무지성으로 암기하는 과정이 너무 싫었습니다. 게다가 학교 특성 상 학생부 교과로는 갈 수 없었기에 학생부 종합을 써야 했는데, 저도 부모님도 입시에 대해 너무 몰라서 세특이라는 게 중요한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정시를 택한 거죠.


대학을 가보니 현역 정시 자체가 매우 드물었습니다. 제가 대학 생활하면서 본 수많은 사람 중 현역 정시로 온 사람은 저를 빼고는 1명밖에 없었고, 그 친구도 지역인재 전형이었습니다. 제가 본 대부분은 현역 수시러거나 N수생들이었죠. 그만큼 현역 정시파이터는 매우매우 힘든 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길을 가려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들을 적었으니 본인의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하세요.




Ⅰ. 정시를 해도 되는 학생, 하면 안되는 학생


정시에 맞지 않는데 내신 성적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만으로 정시파이터를 선언하는 어리석은 학생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수시가 정시보다 훨씬 쉽습니다. 아래 체크리스트 중 2개 이상 해당될 때만 정시를 하세요.


1. 고1/고2 모의고사에서 국어 안정 1~2등급이다.

2. 모의고사 전교등수가 내신 전교등수보다 훨씬 잘 나온다. 예를 들어 내신은 상위 50%인데 모고는 상위 20%다.

3. 내신이 구제불능 수준(5점대 이하)이다.

4. 자사고, 특목고, 갓반고(공부를 잘하는 일반고)를 다니고 있다.


이 중 둘 이상 해당 안되면 수시하세요! 이 중 딱 2개 해당되는 학생도 수시와 정시 사이에서 깊이 고민해보셔야 합니다.


주변에서 다 정시를 말리는 건 이유가 있습니다. 현역에게 있어 수시보다 훨씬 바늘구멍인 점도 있지만, 수능날 제 실력을 발휘하기도 힘들고 실수 한 두 번에 대학이 휙휙 바뀌어서 더 높은 대학에 대한 미련이 남기 쉽습니다. 보통 현역으로 원하는 대학을 가더라도 거기서 절대 만족하지 않고 한 번 더 합니다. 저도 이유가 어쨌든 한 번 더 했으니까요.




. 내신을 포기하지는 말자.


저는 내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제 내신 성적은 이번 서울대 정시에서 BB 받는 데나 쓰이는 게 유일한 용처지만(수시 0장 씀), 전 내신 끝까지 붙잡고, 자퇴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1. 내신 준비하며 배운 게 수능의 기초가 됨.

수학으로 예를 들면, 수학의 학습 단계 중 기초 개념 학습 단계와 유형 학습 단계는 내신 공부를 통해 확실히 다질 수 있습니다. 정시파이터 선언하고선 무지성으로 뉴런부터 듣는 경우가 있던데... 매우 높은 확률로 기초 개념 학습과 유형 학습이 제대로 안돼있을 겁니다.


2. 2학년 때 성실할 수 있었던 동기가 됨.

만약 고2 때 내신을 버렸다면 수능이나 교육청 모의고사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공부했을까요? 글쎄요... 수능은 2년이나 남아서 까마득한 미래라고 느껴질 겁니다. 고2 모의고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수험생 커뮤의 여론처럼, 저도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을 거 같네요. 주변 친구들이 다 내신에 집중할 때 나만 정시공부를 제대로 할까요?


3. 사람 일은 모른다.

수시를 완전히 포기했다해도 논술을 쓸 가능성은 남아 있어요. 완전히 버리게 되면 감점이 큽니다. 또 서울대는 내신 6점대 이하의 학생들에게는 큰 폭의 감점을 주고, 고려대도 내신 우수자를 위한 정시 전형을 신설했어요. 연세대도 다음 수능(2026학년도)부터 내신 반영을 시작한다고 해요. 

제가 고3 때 고려대 전기전자를 가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고, 3학기 다니다가 진로를 틀고 반수해서 서울대를 지원하게 될 것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여러분의 인생도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내신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마세요.



그렇다고 수시러들마냥 내신 공부를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시험 1~2주 전부터 국수영탐 주요과목만 대비하세요. 마이너 과목은 전날 밤, 당일 아침에 핵심 내용만 외워서 최악의 점수만 면하세요.



또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자퇴는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입학한 학생들은 자퇴가 일상화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정시만 파겠다는 이유로 자퇴하는 사람들이 우려스럽습니다. 다른 여러가지 이유도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들겠습니다. 서울대는 검정고시생들에게 대부분 내신 CC등급을 부여합니다. 매우 치명적인 감점입니다. 지금은 서울대 목표가 아니라고 해도, 나중에 서울대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누가 압니까?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1. 내신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자. 시험기간 1~2주 정도라도 내신 공부를 하자.

2. 자퇴는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하지 마라.




Ⅲ. 고2를 고3처럼, 고3을 재수처럼


특히 예비 고2들이 새겨 들어야 할 내용입니다. 아직 2년 남았으니 설렁설렁 해야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수험생활을 3년 넘게 하게 될 겁니다.


고3들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처음엔 그렇죠.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1년은 금방 지나갑니다. 시행착오는 고2 때 다 겪어봐야 해요. 그래서 제가 제안 드리는 방법은 고2 때 고3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본인이 실력이 좀 된다면, 고2 때 수능 친다고 생각하고 고3들의 커리를 따라가세요. 단순히 기본 개념만 듣지 말고, 기출도 풀고 실전 개념도 공부하세요. 탐구도 미리미리 공부하고요. 물론 전과목이 거의 완성된 게 아니라면 n제와 실모까지 푸는 건 조금 과합니다.



본인이 처한 상황이 어떻든, 수능 시험지가 나온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 수능을 풀어보세요. 이때 주의할 점은


1. 실제 수능과 똑같은 시간에 같은 시험지를 풀어야 한다. 각 과목별로 따로 보면 안되고 하루종일 연속해서 본다.

2. OMR카드 기입도 제대로 마쳐야 한다.

3. 수능 시험지를 풀기 전까지는 그 어떤 스포일러도 피한다. 난이도에 대한 평가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시험지 푸는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수능의 난이도에 대한 평가는 시험지를 푼 후에

4. 실제 수능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긴장해서 본다.

5. 만약 수능이 쉽게 느껴진다고 해도, 현장에서 푼 사람들의 난이도 평가가 옳다고 생각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편안하게 푼 걸로 SNS나 커뮤니티에 자랑하는 건 금물이다.


풀어 보고 나서는 시험 전체에 대한 피드백과 오답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있어야 합니다. 마치 실제 수능에서 틀린 것처럼 사고과정을 복기하세요. 본인의 약점을 파악할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고3처럼 빡세게, 고3처럼 절박하게 생각하는 거죠. 고2 때 시행착오를 최대한 많이 해보고, 고3 때는 준비된 상태로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Ⅳ. 일반고에서 살아남기



1. 웬만하면 뒷자리로 가자.

자리를 바꿀 수 있다면 최대한 눈에 안 띄는 가장자리로 가세요. 물론 바꿀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물론 선생님들은 뒷자리에서 문제 푸는 것도 다 보이실테지만, 받아들이는 게 다릅니다. 맨 앞자리에서 풀면 감히 내 바로 앞에서 대놓고 다른 문제를 풀어? 라고 받아들일 테니까요...



2. 웬만하면 선생님을 설득하라.

무작정 저 정시할건데요? 방해하지 마세요! 이러지 말고 논리적으로 정시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소상히 말해 선생님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해보세요. 공손하게 말하면 이상한 선생님이 아니라면 이해해 줄 겁니다. 만약 이상한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ㅎㅎ;; 저희 학교엔 그런 선생님이 많지 않아서 그런 몇몇 선생님 시간은 그냥 휴식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엎드려 잤습니다.


그런 이상한 선생님들이 학교의 대부분이라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오르비언들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댓글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주세요.



3. 수업시간에는 수학(or 과탐) 문제를 푸는 걸 추천.

수업시간에는 집중이 안됩니다. 그래서 언어 과목(국어 영어 사탐) 공부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 수업시간에 인강 수업 듣는 건 선생님들이 매우 싫어 합니다. 마치 인강 선생님과 자신의 강의력이 비교되는 거 같으니까요. 그러니 가장 좋은 건 수학 과탐 문제를 푸는 겁니다. 특히 수학 시간에 수학 연계교재를 풀고, 물리 시간에 물리 연계교재를 풀면 선생님도 딱히 할 말이 없겠죠? 물론 진리의 사바사 케바케..


이건 제가 썼던 방법이긴 한데, 전 국어 시간에 국어 연계교재를 풀었습니다. 바로 위에 언어 과목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긴 했지만, 본인이 언어 과목을 좀 잘한다면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이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한테는 좀 죄송한 표현이지만, 선생님의 수업 소리를 수능 시험장에서의 소음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다만 이건 그 과목이 1등급에서 못해도 2등급은 나오는 학생들에게만 좋습니다. 중/하위권이라면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4. 선생님들의 정시 상담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

담임 선생님의 정시 상담은 겉으로는 잘 받아들이고,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담임 선생님의 배치표보다 ㄴㅈ 칸수, 표본분석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원서 영역 뿐만 아니라 정시에 대한 각종 조언들은 참고만 하세요. 주변에서 주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을 기르셔야 합니다.



5. 주변 친구들은 당신의 인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누가 수시로 붙든 말든 그게 당신 인생과 하등 관련 없으니 신경 끄세요.



6. 재수는 생각하지 마세요.

친구가 올해는 못가니 재수하자고 해도 겉으로만 호응해주고 현역으로 한 방에 갈 생각 하세요. 설령 내년에 재수를 하게 된다 하더라도, 어차피 재수할 거니 대충 하자라고 생각한 학생은 재수도 망할 겁니다. 현실적으로 재수학원 들어가는 것도 수능 성적이 필요한 거고요... 그리고 재수보다는 반수가 좋습니다. 수능의 특성상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매우 중요한데,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조금은 덜합니다. 물론 그래도 엄청 긴장되긴 해요^^...



7. 수능 직전에 풀어지지 마세요.

괜히 수능 하나만을 위해 12년동안 공부했는데 이제 공부 끝이구나! 라고 생각해서 10월, 11월쯤 되면 학생들이 감성적으로 바뀌며 빨리 끝내고 싶어 합니다. 일단 이거 끝난다고 공부 끝난 거 절대 아니고요 대학 가서도 공부 뒤지게 많이 해요


10월 11월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능도 벼락치기가 가능해요. 평소에 안하다가 벼락치기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10월 11월에 몰아치듯 공부해야 감이 극대화돼 수능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거에요.


컨디션 핑계 되면서 공부시간 줄이는 것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물론 건강은 신경 써야 하지만 하루에 9~10시간 정도 공부하는 걸로는 몸이 나빠지지 않아요. 수능 전전날까지는 평소대로 공부 많이 하셔야 해요. 수능 전날에만 푹 쉬어도 돼요.


절대 주변 친구들이 놀고 있다고 분위기에 휩쓸리면 안돼요! 평소에 잘하다가 막판에 긴장 놓아서 망한 사례 너무 많습니다.



8. 추가로 궁금한 거, 또는 자신이 알고 있는 꿀팁 있으면 댓글/쪽지 주세요. 추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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